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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2
정연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2월
평점 :
예전에도 그렇긴 했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그 전에 누리던 모든 자유는 사라지고 과연 출구가 있을까... 싶은 긴 터널로 들어가는
느낌. 가끔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잠깐 잠깐 빛을 보는 듯해도 다시 끝이 없을 것 같은 암흑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그
이유가 빛이 될 것 같았던 친구이기도 하고 가족이나 성적, 자신의 미래 같은 것들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희망이라면 적어도 대학에라도 들어간다면
이 터널은 끝이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던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시작된 그 터널
속에서 길을 잃지나 않을까, 혹은 터널을 다 빠져나오기도 전에 포기해버리지나 않을까 싶다.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은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가 아이들과 직접 맞대고 생활하며 느낀 것들을 다섯 편의 소설 속에 담은
책이다. 아직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 좁은 교실 안에서 쳇바퀴 돌듯 같은 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듯 다섯
편의 단편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같은 반의 존재감 없던 한 여학생과 얽히게 되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너에 대한 소문>이나 감성에 빠져 시상을 맘껏
느껴보고 싶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바보 취급 당하는 <원시인? 병시인?>, 너무나 가난해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지만
무조건 학교 규칙을 따르라는 강요에 답답해 하는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할머니 병수발 드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다가
엄마가 돌아와 희망이 생긴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 <엄마가 돌아왔다>,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하지만 남자친구를 확인하고 절망하지만 바로
또다른 짝사라아에 빠지는 통통 튀는 <쉬즈 곤?>까지. 이야기 속 아이들은 학교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좌충우돌 하지만 어떻게든 바로
서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한다. ...(중략)... 내가 이렇게 사는 건 어절 수 없는 걸까? 지금 내
모습은 그동안 내가 한 선택의 결과였다. 나는 나한테 단순한 질문을 해 보았다. 만족해?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문득 내 마음에 시뻘겋게
혹은 시퍼렇게 든 단풍도 이제 하나둘 떨어뜨릴 시점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가 산다니까."...55p
아이들 입장에선 자신의 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위에서 숟가락만 들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일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비교하며 자신만 비관한다면 답은 없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문제는 내 환경 속에서 단단히 뿌리 내리고 뽑히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을 하느냐 하는 점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도 인생이라는 커다란 우주 속에서 보면 하나의 짧은
장애일 수 있다. 그 먼 미래를 바라보는 힘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