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괴물 - 아빠와 딸의 사춘기 공감 프로젝트
얀 바일러 지음, 함미라 옮김, 틸 하펜브라크 그림 / 라임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내 사춘기 시절에서 생각나는 건, 오로지 "나"에 대한 것뿐이다. 엄마가, 혹은 아빠가 괴물 같아진 딸을 어떻게 견뎠는지, 난데없는 누나의 짜증과 신경질을 동생은 또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선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원래 사춘기라는 것이 무척이나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참 너무했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어쨌든 나는 그때, 나 자신을 견디기 급급했다. 끝없이 우울해지거나 침울해져서 어떻게든 하루하루 견뎌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견딘 내가 참 자랑스러웠고, 대견했다.

 

내 딸이 사춘기에 접어든지 벌써 2년이 넘었다. 혹자는 아직도 2년은 더 참아야 한다고,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고도 하고 남들보다 좀 빨리 시작했으니 좀 빨리 끝날거라며 힘내라고도 한다. 막상 나 자신은 가끔 한숨은 나오지만 정말 못참겠을 정도는 아니다. 가끔 내 사춘기 시절이 오버랩 되며 나보단 좀 착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문제는 남편이다. 남편은 딸의 토라진, 짧고 튕겨내는 듯한 대답을 정말 못참아 한다. 마치 함께 사춘기가 된 양 감정의 파도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린다.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자신은 못참겠단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자신의 사춘기는 그렇게 잘났나 싶었다.

 

<사춘기 괴물>이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땐, 청소년 도서인 줄 알았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책이라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재미있어 보이는지 우리 집에 오는 애들도 책이 궁금하다며 들춰본다. 부모님 에세이라고 설명해도 재미있겠다고 읽어보고 싶단다. 그렇다. 이 책은 분명 "아빠와 딸의 사춘기 공감 프로젝트"라는 소제목을 달고 사춘기 괴물이 된 딸의 사춘기를 견디는 아빠의 에세이이지만 아빠와 딸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아빠들은 이 책을 읽으며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닌 것에 공감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고, 딸들은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아버지들에게, 부모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심각한 건 아니다. 오히려 사춘기 괴물이라고 표현한 만큼의 괴로움이나 중압감보다는 어떻게든 딸을 이해하고 싶은 귀여운 아빠의 에피소드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빠의 노골적인 무관심은 언젠가 톡톡히 비난받을 일을 불러오기 십상일뿐더러, 정상 회복을 위해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비용을 치르는 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카를라가 이런저런 사고를 피해 가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딸아이가 현재 어느 정도의 성숙 단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운다. "...39p

 

작가는 전현 권위적인 아빠가 아니다. 엇나갈까봐 혼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아빠가 아니라 그저 주위에서 울타리를 쳐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행동하는 아빠이다. 비록 그런 행동들이 딸의 레이더망에 걸려 핀잔을 듣고 무시를 당하기 일쑤여도 화를 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결국 딸의 이해를 받고 공감을 받는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우리 문화와 유럽 문화와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자식이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온전히 보호해주는 유럽 문화는 조금 이상해보일지라도 딸과 아빠의 관계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틀어지는 우리 문화를 보면 조금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부모도 공부가 필요하다. 아이가 하는 행동에 무조건 올바르지 못하다고 야단만 칠 게 아니라 왜 그런지를 알아야 한다. 가벼운 듯,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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