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위인"이라고 일컫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남성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도 남성들이었고 지금 또한 많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남성들이다. 초등학교에선 남녀차별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은연 중에 차별을 배우게 된다. 정말로 훌륭하고 멋진 일을 남성들만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나설 기회가 적었고 같은 일을 했더라도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들로 인해 배제되거나 밀려났을 수도 있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이러한 차별은 옳지 못하다. 저자는 어느 독립운동가 못지 않은 활동을 했으면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그래서 24명의 저평가된, 훌륭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단연 떠오르는 사람은 "유관순"이다. 하지만 그 외에 누군가를 대라 하면 누구를 댈 수 있을까. 이름을 듣고 나면 아! 하고 뒤늦게 탄식할지라도 먼저 이름을 대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여성 독립운동가는 우리에게 참으로 낯선 존재들이다. 왜 그럴까.

 

"남자들은 뭔가를 하면 대게 전업이 된다. 그러나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직업은 직업대로 있으되 가사는 고스란히 남는다. 밖에서는 직업인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내요, 엄마요, 주부의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그와 비슷했다.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뒷바라지'는 티도 잘 나지 않는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 챙긴 것을 누가 돌립운동으로 쳐주겠는가?"...6p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부과되던 일들, 가사와 시부모님 모시기, 양육과 집안 돌보기까지... 해야만 했던 많은 일들과 더불어 이들은 나라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다.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총을 들고. 그동안의 역사가 우리에게 심어준 편견 때문인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편견이 생긴다. 아마도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 하는 일에 그치지 않았을까, 하는. 물론 그런 일이 하찮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들이기 때문에 남성들에 의해 그 평가가 절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책 속 24명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알아주는 집안의 자제에서부터 신여성으로 불리던 학생들, 밑바닥 삶을 살던 기생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들이 단지 나라 하나만을 위해 자신들의 삶을 선택했다. 그들에게 주저함이란 없었다. 나라 하나만을 바라보고 걸어간 인생이다.

 

<조선의 딸, 총을 들다>를 읽으며 느꼈던 점은 수많은 우리의 딸들의 나라를 향한 사랑이었다. 그들의 삶을 스스로 개척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또다른 감동을 준다.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무엇보다 능동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길 바라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