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농부 해쌀이 내인생의책 인문학 놀이터 15
이동미.윤서원 지음, 심보영 그림 / 내인생의책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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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흙을 밟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유치원에서 고구마 캐기나 감자 캐기 등의 활동을 하거나 주말 농장 등을 통해 잠깐씩 경험해 보는 것이 다이죠. 작물을 캐는 밭농사는 그래도 이런 식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고 해도 논농사는 거의 접해볼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1년에 거친 긴 과정을 곁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어린이 농부 해쌀이>는 논농사를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좋은 책이에요. 주인공 해쌀이는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어요.

 

 

해쌀이란 이름은, 바닷물로 농사지은 맛있는 쌀이라는 뜻으로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죠. 바닷물로 농사를 짓는다니, 저도 처음 듣는 얘기네요~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져요. 좋은 볍씨를 골라 모내기를 하기까지의 봄 이야기는 해쌀이가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며 시작하죠. 씨앗을 온냉소독법으로 튼튼하게 만들고 소금물에 담가 좋은 볍씨를 고른 후에 맑은 물에 며칠 담그고 모판에 넣는 "씻나락 넣기"를 한대요. 그동안 논에는 비료와 밑거름을 주고 써레질을 해두는 거죠. 해쌀이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며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농사에 대해 하나씩 배워 나갑니다.

 

 

1년 내내 농사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조금만 소홀해도 바로 티가 나니까요. 도시에서 귀향한 영농이의 장난이나 도발에 넘어가 할아버지께 꾸중을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쌀이는 논 한가운데서 많은 것들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넘치면 독이 되고 적당하면 약이 되지. 세상 사는 일도 다 마찬가지란다. 진짜 농부는 욕심을 내지 않는 법이지."...29p

 

1년의 농사 속에 인생의 교훈이 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과하지 않게, 정도에 맞게 나아가는 거요. 겨울에도 농사는 계속 됩니다. 다음 해의 농사를 위해 쉬면서 다음을 준비합니다.

 

 

이야기 뒤쪽에는 다양한 농사법에 대해 나와있어요. 우렁이 농사법, 오리 농법, 해수 농법과 지렁이 농법 등이요. 해수 농법이 바닷물에 벼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을 발효시켜 벼에 뿌려주면 병충해에 강하고 맛있는 쌀이 만들어진다네요. 해수농법으로 키워진 쌀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어렸을 땐 농부의 마음을 생각해 밥알 한 알도 남기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말이죠~ 요즘 아이들은 정말 그 마음을 잘 모르죠. 이젠 전혀 그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일 거에요. 어쩌다 한 번 모내기를 해본다거나 어쩌다 한 번 탈곡을 경험해 보는 것으로 농부의 1년을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해쌀이와 함께 1년을 읽다 보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 겁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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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사계절 1318 문고 101
고명섭 지음 / 사계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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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는 유럽 문화의 근간이라고 한다. 이야기 하나하나 속에 담겨진 많은, 또다른 이야기가 그들의 생각, 지향하는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여러 이야기 하나하나를 깊이 들여다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더 많은 그들의 역사와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받아들이면 그저 재미있고 신나고 때론 아름답지만 인간의 욕망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들이지만 역시 그렇게만 읽기엔 조금 아쉽다.

 

<미궁 -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는 조금 색다른 책이다. 우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의 이야기(더불어 연결된 이야기도)를 담고 있다. 줄거리 식으로 간단히 이야기를 전하는 신화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 신화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의 모험과 경험 속에 그의 생각과 성장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생각을 따라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함께 고민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와 함께 라비린토스, 미궁의 문 앞에 서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물었을 때 포세이돈이라고 알려준 외할아버지 덕분에 그의 가슴 속엔 언제나 포세이돈이 함께 했다. 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그만큼의 능력을 가진 이라고, 자신감과 용맹함으로 무장시켰던 것이다. 친아버지가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도 그는 그 두 아버지를 모두 품었다. 그리고 라이벌격인 헤라클레스처럼 영웅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에 테세우스는 많은 괴물, 악당들을 죽이고 영웅의 길에 한 발 다가간다. 이것이 미궁 속으로 들어가기 전의 테세우스이다. 이제 막 어른이 되려는 소년의 모습, 약간의 자만심과 무모할 정도의 용맹함, 아직 깊은 내면을 바라다볼 줄 모르는 교만함을 지닌 사람.

 

미궁 속에선 달랐다.

 

"미궁이 없다는 건,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투명하다는 거야. 겉과 속, 앞면과 뒷면이 똑같다는 거지. 그러므로 거기에는 삶도 없고 모험도 없고 역사도 없지 거기에는 찾아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 우리 안에 미궁이 있으니까 우리 삶이 삶다워지는 거야. 우리 자신을 알아 가는 것, 우리 안의 미궁을 알아 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모험이고 역사야."...84p

 

미궁 속에서, 어둡지만 완전한 어둠이 아닌 어둠 속에서 그는 순간이 영겁과 같고, 영겁이 순간과 같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디디며 자신을 잃을 뻔 했다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조금씩 성장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되돌아보고 "삶이란, 죽음이란,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드디어 미노타우로스를 만나고 그와 대화를 할 때에 미노타우로스 또한 이 젊은이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손에 쥔 실꾸리는 우리 삶의 지침이 되어주는 "지혜"일 것이다. 간혹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일까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디로 가도 막혀 있을 것만 같은 길을 가고 있을 때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꾸리.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용기", "지혜"가 있다면 우리는 잠시 길을 잃고 방황해도, 잘못된 길로 들어서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실패를 경험 삼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테세우스와 이카루스를 통해 아직 제대로 생각할 줄 모르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내면, 미궁으로 들어가 마주 하고  바라보라고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선과 악, 흰색과 검은색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넓은 생각의 뿌리를 보여준다. 내 안을 들여다 보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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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춘기를 응원해 - 십 대 소녀들의 사춘기를 도와줄 필수 성교육 안내서
펠리시티 브룩스 글, 케이티 로벨 그림, 이지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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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한자로 '思春期'라고 쓰며 봄을 생각하는 시기라는 뜻이에요. 봄에 새싹이 돋는 것처럼 성적으로 성숙해져서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죠."... (이 책을 읽는 소녀들에게 중)

 

사춘기가 원래 어떤 뜻인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질풍노도의 시기'라거나 '2차 성징의 시기' 정도로만 생각했죠. 봄을 생각하는 시기라니, 어쩐지 굉장히 감성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의 사춘기는 조금 빨리, 12살에 시작했던 것 같아요. 키와 몸, 생각의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정말 어쩔 줄을 몰라했던 시기였죠. 제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 성교육이나 그 외 변화에 대응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는 때가 아니어서(지금도 어려워하시는 부모님이 많지만요.) 스스로 하나씩 알아가려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너의 사춘기를 응원해>는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섰거나 사춘기를 대비하기 위한 소녀들을 위한 책입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단기간에 많은 변화를 겪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 전에 책을 읽고 그 변화가 당연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거나 안심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책에는 정말 '이런 내용까지?' 하는 내용들이 모두 나와 있어요. 우선 사춘기란 무엇인지,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등을 아주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지요. 이렇게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알고 나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려주고 있어요.

 

마치 대화를 하는 듯이, 이야기를 걸어 주둣이 서술하고 있어서 조금 두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라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몸의 변화에도 당황스러울텐데 궁금한 것들을 어디 편하게 물어볼 데도 없고 막상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해도 잘못 될까 두려울 거에요.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소녀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들까지 다루고 있어요. 그런 궁금증에 따른 여러 해결 방법도 굉장히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궁금한 것들이 해소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인데, 이제 막 생리를 하게 된 아이들은 그저 불안할 뿐이죠. 그런데 만약 갑자기 시작하거나 새서 당황스러울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말이에요. 그런 궁금증에도 "당황하지 마세요" 라는 소제목이나 "생각해 볼까요" 코너를 통해 다양한 팁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이미 사춘기를 겪은지 수십년이 지난 저 또한 내가 알고 있는 팁과 얼마나 다른가 확인하게 되네요.ㅋㅋ

 

제가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에는 알고 있는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부모님께서도 그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셔서 모든 걸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제 딸에게는 그런 경험을 하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도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많이 커 있더라고요. 너무 늦었나 싶어 굉장히 미안했어요. 그래도 요즘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책의 방향이 좋은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거에요. TV나 인터넷 등 미디어를 통해 아름다운 여성의 기준이 일반인들과 너무나 멀어져 버려서 그것을 따라하려다 자신의 몸을 망치는 많은 이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런 경우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진정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도 잘 설명해주고 있어 좋았습니다.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우왕좌왕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그런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당연한 것이고 거쳐가는 것이니 안심하라고, 다만 그런 와중에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으니 "건강하게" 아름다운 자신을 사랑하며 보살피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엄마와 딸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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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난
르네 바르자벨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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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르네 바르자벨은 그리 익숙하거나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 SF소설의 선구자이자 '예언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예지문학'을 이끌어 온 작가로서 프랑스에선 고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필수 작가라고 한다. '예지문학'이라니. 르네 바르자벨이 작품 속에서 묘사된 일들이 시간이 흐른 뒤 현실로 이루어졌다니 정말 놀랍다.

 

<대재난>은 1943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1부 새로운 시대 앞부분에서 2050년 주인공의 시대를 설명하고 있는데 약 100년을 내다보고 미래를 묘사하고 있다.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에 앞서 그 시대를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고 2015년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이 시대가 너무나 미래지향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고 실용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35년 후의 시대가 <대재난>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시대와 같지 않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2052년, 프랑수아 데샹은 중요한 시험 결과를 앞두고 고향에서 파리로 돌아가고 있다. 가장 바라는 일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고 당연히 자신의 짝으로 생각하는 블랑슈를 만나는 일. 한 과학자의 엄청난 발견으로 인해 원자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된 후 이제 세계는 하루 생활권이 되었고 좀 더 간편하게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이상 힘을 들여 일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를 활용하여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더이상 사람의 능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된 세상,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좀 더 다른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죽음으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고 싶지 않아 모든 조상을 실제처럼 완벽하게 처리하여 집 안에 모시게 되었고 여성들에겐 정숙함이 요구되며 마치 중세시대의 그것처럼 되돌아간 것이다.

 

모든 것은 한순간에 시작되었다. 아니, 사실 예고는 있었다. 태양의 흑점 활동으로 인해 전기가 방해되어 가끔 정전이 되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이 멈춘 적은 없었다. 아직은 어리고 아름다운 블랑슈가 TV 스타로 거듭나려는 바로 그 순간, 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들의 나라 대통령이 그동안 참아왔던 백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그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모든 전기의 멈춤! 단순한 정전이 아니다. 어떤 힘에 의해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멈춘 것이다. 이미 모든 연료가 전기로 움직이던 때였으므로 하늘을 날던 비행기나 새로운 동력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전력 기기와 심지어 자석처럼 붙이는 형식의 인간들의 옷까지.

 

"자연이 모든 걸 제자리로 되돌리는 중이야."...102p

 

경제적으로 자유롭지도 않고, 당연히 합격했을 것으로 생각했던 직장에서도 떨어졌으며 짝으로 생각했던 여인에게 실연의 편지를 받았음에도 이 문명의 이기주의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오던 프랑수아 데샹은 침착하며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우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다음은 함께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쓸모없어진 것은 바로 수고로움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간은 수천 가지의 기계를 만들었네. 그것들 각각이 인간의 행위와 노력 각각을 대체했네. 기계들이 인간을 대신해 일하고 걷고 보고 들었네. 인간은 더는 자신의 손을 쓸 줄 몰랐지. 더는 노력하는 법도, 보는 법도, 듣는 법도 모르게 되었더."...333p

 

왜 세상에 재난 따위가 닥쳤는지에 대한 것은 나오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믿음이다. 스스로 했어야 할 일을 모두 기계에게 맡겼기 때문에 자연이 다시 되돌리려 한다는 믿음. 그러니 그것에 맞춰 다시 삶을 일구어야 한다는 믿음.

 

2050년에 정말 이런 세상이 올까를 생각해 보면 아직은 좀 더 과학의 발전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역시나 작가의 통찰력과 예지력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분명 지금 2015년 또한 그런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파괴해 놓은 자연을 되돌리려는 노력보다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을 보면 르네 바르자벨이 예상하는 "대재난"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나. 모든 재난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주인공 프랑수아 데샹은 이 모든 재난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모든 기계가 사라져도 인간의 힘으로 다시 생활 터전을 일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이 지구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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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더 레이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4
커트니 서머스 지음, 최제니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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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님의 <유진과 유진>이란 책이 있다. 6살 유치원에서 원장에게 몹쓸 짓을 당한 두 아이, 유진과 유진. 큰 유진이는 사건을 바로 바라보며 부모의 격려, 위로, 사랑을 받은 반면 작은 유진이는 부모로부터 숨겨야 할 일, 잊어야 할 일로 인지된다. 다르게 대우 받은 두 아이는 과연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올 더 레이지>를 읽으며 <유진과 유진>이 떠올랐다. 분명 지역, 나라, 문화가 다른데도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억누르고 무언가 억울한 일이 있어도 힘이 약한 사람은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는 건 어디나 같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유진과 유진>의 작은 유진이처럼 자신의 일에 대해 잊어버리려는 로미가 너무나 답답했다. 부모에 의해서도 아니고 스스로 그렇게 자신을 가두는 로미가 알을 깼으면 했다.

 

소설은 미스테리 형식을 취한다. "오늘"이라는 장의 시작으로 어떤 사건을 서술한다. 그 장 안에는 "그"와 "그녀"가 나오고 "그녀"인 소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당한 일을 회상하며 더이상 그날이 아님을 떠올리지만 자신의 형상은, 그날과 다를 바가 없고 또다시 수치스럽다.

 

"제발 그녀를 보지 마."...15p

 

그리고 다음 장은 "2주 전"으로 돌아간다. 1년 전의 사건 후에 빨간 색 매니큐어와 립스틱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다니는 로미. 이 빨간 색은 억울함과 어떠한 경멸, 어떤 괴롭힘에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로미의 방패이다. 그 누구도 해줄 수 없었던 든든한 응원과 화이팅. 로미는 그렇게 자신 주위로 철벽을 세우고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학교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로미는 엄마에게, 이젠 엄마의 남자친구인 토드아저씨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도 로미는 그저 아무 일도 없다고 한다. 로미는 왜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을까. 힘들고 외로울 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부모가 아니던가. 그런데 왜 로미는 모든 것을 혼자 껴안으려고 하는 것일까. 너무나 답답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1년 전의 상처에 대해 그 누구도 로미를 진정으로 믿어주고 응원해주며 격려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미는 참 외로웠겠다. 그러기에 그녀에게 빨간색 매니큐어와 립스틱이 필요했을지 모르겠다.

 

"넌 내 말을 믿었어야 했어."...453p

 

다른 소녀가 실종되고 결국 시체로 발견되고 그 배후의 인물이 밝혀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조금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바뀌는 것은 없다. 힘이 세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편한대로 사건을 끌어간다. 로미는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여전히 사과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로미는 한 발 내딛어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다.

 

"나를 봐.

이젠 네가 나를 봐줬으면 좋겠어."...459p

 

소설이 너무 미스테리 방식에 빠져 있어 모든 것이 명확하진 않다.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작가가 밝히고자 했던 것은 결말로 표현하고 있으니 됐다. 한 장 한 장 분노하며 답답함에 나라도 나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을 정도로 푹~ 빠져 읽었다. 언제, 어디서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의가 이기는 세상이 오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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