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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더 레이지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4
커트니 서머스 지음, 최제니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이금이님의 <유진과 유진>이란 책이 있다. 6살 유치원에서 원장에게 몹쓸 짓을 당한 두 아이, 유진과 유진. 큰 유진이는 사건을
바로 바라보며 부모의 격려, 위로, 사랑을 받은 반면 작은 유진이는 부모로부터 숨겨야 할 일, 잊어야 할 일로 인지된다. 다르게 대우 받은 두
아이는 과연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올 더 레이지>를 읽으며 <유진과 유진>이 떠올랐다. 분명 지역, 나라, 문화가 다른데도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억누르고 무언가 억울한 일이 있어도 힘이 약한 사람은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는 건 어디나 같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유진과 유진>의 작은 유진이처럼 자신의 일에 대해 잊어버리려는 로미가 너무나 답답했다. 부모에 의해서도 아니고 스스로 그렇게 자신을
가두는 로미가 알을 깼으면 했다.
소설은 미스테리 형식을 취한다. "오늘"이라는 장의 시작으로 어떤 사건을 서술한다. 그 장 안에는 "그"와 "그녀"가 나오고 "그녀"인
소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당한 일을 회상하며 더이상 그날이 아님을 떠올리지만 자신의 형상은, 그날과 다를 바가 없고 또다시
수치스럽다.
"제발 그녀를 보지 마."...15p
그리고 다음 장은 "2주 전"으로 돌아간다. 1년 전의 사건 후에 빨간 색 매니큐어와 립스틱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다니는 로미. 이 빨간
색은 억울함과 어떠한 경멸, 어떤 괴롭힘에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로미의 방패이다. 그 누구도 해줄 수 없었던 든든한 응원과 화이팅.
로미는 그렇게 자신 주위로 철벽을 세우고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학교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로미는 엄마에게, 이젠 엄마의 남자친구인 토드아저씨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도 로미는 그저 아무 일도 없다고 한다. 로미는 왜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을까. 힘들고 외로울 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부모가
아니던가. 그런데 왜 로미는 모든 것을 혼자 껴안으려고 하는 것일까. 너무나 답답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1년 전의 상처에 대해 그
누구도 로미를 진정으로 믿어주고 응원해주며 격려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미는 참 외로웠겠다. 그러기에 그녀에게 빨간색 매니큐어와
립스틱이 필요했을지 모르겠다.
"넌 내 말을 믿었어야 했어."...453p
다른 소녀가 실종되고 결국 시체로 발견되고 그 배후의 인물이 밝혀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조금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바뀌는 것은
없다. 힘이 세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편한대로 사건을 끌어간다. 로미는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여전히 사과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로미는 한 발 내딛어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다.
"나를 봐.
이젠 네가 나를 봐줬으면 좋겠어."...459p
소설이 너무 미스테리 방식에 빠져 있어 모든 것이 명확하진 않다.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작가가 밝히고자 했던 것은 결말로 표현하고 있으니
됐다. 한 장 한 장 분노하며 답답함에 나라도 나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을 정도로 푹~ 빠져 읽었다. 언제, 어디서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의가 이기는 세상이 오기는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