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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아틀라스 ㅣ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600페이지가 넘는,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 이 두께가 주는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아주 짧은 시간내에 모두 읽어버렸다. 다음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서부터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쉬지않고 달려왔다. 나 뿐만아니라 책 속의 케이트와 마이클, 엠마와 함께이다. 아직 어린 이 아이들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나 무거워서 제대로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 그들이 무사히 살아남기는 하는건지 너무나 조마조마했다.
십년 전, 이제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케이트는 동생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엄마의 마지막 말을 뒤로 하고 부모님과 헤어졌다. 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이다. 고아원을 전전하며 지낸 세월동안 장녀라는 이름으로 부모님을 대신하여 짊어져야 할 그 무게가 얼마나 클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이상 받아줄 고아원이 없어 오게 된 케임브리지 폴스의 한 저택에서 아이들은 책을 한 권 찾아낸다. 그리고 우연히 닿게 된 사진 한 장.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
<<에메랄드 아틀라스>>는 명백한 판타지 소설이다. 악을 대표하는 백작 부인(마녀)과 다이어 매그너스가 등장하고 그에 맞서는 마법사 핍 박사와 세상을 만들고 존재하게 하는 시원의 책 세 권, 이 각각의 책을 운용할 수 있는 세 명의 아이들, 인간이 아닌 존재 드워프족과 꽥꽥이들과 살막타까지... 세 아이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열쇠로서 아직 어리고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싶지만 좀 더 큰 세상을 바라보며 정의를 선택하며 악과 싸워나간다. 하지만 이 긴 책을 통틀어 흐르는 기본적인 감정은 "가족간의 사랑"이다. 케이트가 엄마에게 한 약속...("동생들을 잘 보살피겠다고"...9p)과 엄마가 케이트에게 한 약속...("엄마와 아빠는 항상 너를 사랑한다는 걸 명심해라.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거야."...11p)으로 인해 케이트에겐 가족의 붕괴를 막고 동생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기약없는 세월을 기다리며 부모님을 믿어야 한다는 불안정 속에 갇혀야만 했다. 네 살의 나이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에 벅찬 나이였으므로.
그것은 케이트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마이클은 가족간의 유대감을 중요시하는 드워프족에게 푹~ 빠져있고 엠마가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용기있을 수 있었던 것은 언니와 오빠가 언제나 늘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과거로의 여행은, 때로는 각자가 다른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행동해야 하는 시간을 주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거나 더욱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이 들도록 여기게끔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케이트는 시간이란 강물과 같은 것임을 배워 가고 있었다. 장애물을 세워 잠깐 동안은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강물은 자기 뜻대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강물은 특정한 방향으로 흐르기를 원한다. 그 방햐을 억지로 바꾸기 위해선 기꺼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485p
시원의 책 세 권 중 "아틀라스"는 시간을 관장하는 책이다. 케이트를 받아들인 아틀라스로 케이트와 형제들이 여행함으로서 과거는 여러 번 바뀌게 되고 현재와 과거, 미래가 함께 얽히게 된다. 바뀐 과거와 이전 과거, 현실과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인과관계는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여러 번 말한대로 시원의 책은 세 권이다. 그리고 이제 그 중 한 권인 아틀라스를 되찾았을 뿐이다. 앞으로 마이클과 엠마를 선택하게 될 두 권의 책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들에게 잠깐 찾아온 행복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