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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융과 사라진 성 ㅣ 푸른숲 역사 동화 4
박효미 지음, 조승연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5월
평점 :
푸른숲 역사 동화 시리즈가 어느새 네 번째를 맞았네요. 읽을 때마다 역사 속에서 벌어지는 그 상황을 아이들 또래의 주인공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정말 기쁩니다.
<<왕자 융과 사라진 성>>은 백제의 전성기를 지나 고구려가 전성기를 이룰 때의 한복판이 배경입니다.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 정책으로 백제의 수도였던 위례성에서 웅진으로 쫓겨가게 되는 때이죠. 이 때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백제의 개로왕이 고구려에서 보낸 첩자 도림 스님에 의해 공사를 많이 벌이는 사이 고구려의 침입으로 한강 유역을 빼앗기고 수도를 옮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역사는 언제나 이긴 자의 서술에 의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우리가 알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역사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러한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역사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왕자 융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위례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하게 되는 시기의 이야기를, 한강 유역을 빼앗는 장수왕의 입장도 아닌, 직접 나라의 수도를 잃고 죽임을 당하게 되는 개로왕의 입장도 아닌, 그 후에 다시 백제를 일으키려 했던 무령왕의 어린 시절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후비의 아들로 태어나 왕자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인 왕자 융은, 성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때문에 왕이 계시는 북성이 아닌, 외숙부와 함께 남성에 기거합니다. 조금은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융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보냈던 백아리의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친구를 위해 그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조사하고 궁금해할수록 융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의구심에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무엇이 먼저인지, 요즘은 도무지 판단이 안 섭니다. 어디서부터인지 엉켜 버렸어요. 돌이킬 수 있나, 때늦은 건 아닌가. 왕자님은 좀 더 나중에, 좀 더 깊고 넓은 눈을 가진 이후에 세상을 보았으면 했습니다. "...92p

그냥 <삼국사기>에 있었던 이야기 그대로를 재연한 동화가 아니지요. 왕자 융을 통해, 그리고 백아리의 아버지인 백도라가 죽은 철기방 살인 사건을 통해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삼국의 절묘한 대치 상황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시대적 설명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역사에 더욱 더 많은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요? 그저 "장수왕의 남진 정책으로 백제는 한강 유역을 빼앗기고 수도를 웅진으로 옮겼다"라는 한 문장의 표현이 아니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왕자 융은 훗날 무령왕이 됩니다. 무령왕보다는 무령왕릉으로 우리에게 더욱 익숙하죠? 많은 유물을 간직한 채 발견된 무령왕릉은 멸망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파괴되어 많은 유적과 유물을 남기지 못했던 백제를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해 준 릉입니다. 그런 릉의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이해하게 되면 백제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죠.
역사는 그저 외워야 하는 귀찮은 과목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남아 존재할 수 있도록 해 준 우리의 발자취이며 꼭 이해하고 되새겨야 할 우리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단답형의 암기가 아닌 이야기로 이해하고 흐름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역사 공부의 첫걸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