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달콤 맛있는 우리 고전 시가 사계절 1318 교양문고
한기호 지음 / 사계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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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시가"가 무슨 말일까. 시... 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아마도 옛날 시인가 보다고 추측할 수 있다. 옛날 시로 떠오르는 것은 시조 뿐이다. 삼국시대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은 "고전"이란 어휘에는 포함될 것 같지 않다. 오랫동안 문학을 좋아했고 꽤 많은 문학을 읽어왔기 때문에 그래도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지만 "시" 분야 만큼은 예외이다. 함축적인 의미와 숨겨진 의미를 찾는 데 게으르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 <매콤달콤 맛있는 우리 고전 시가>에 관심이 간 것은 다분히 음흉한 의도 때문이었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이 이 책을 읽고 국어 공부에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하지만 막상 읽다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아빠가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라는 부제목처럼 책은 아빠가 아이에게 자상하게 설명하듯이 이야기 하고 있다. 내 아이에게 설명하는 듯한 어투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라는 뜻이고 그래서 한참 동안 시가에서 멀어져 있던 내게도 어렵지 않게 읽힐 수 있는 책이 되었다.

 

"시가"는 시와 노래를 뜻하는가 보다. 원래 운율이 있고 리듬이 있는 시는 노래 가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아마도 아주 옛날부터 그랬나 보다. 따라서 책 속 시가는 아주 옛날 고대 신화 속에 등장하는 노래 세 곡과 삼국시대에서 살아남은 나라 신라의 향가, 이어지는 나라의 고려 가요, 아직까지 살아남은 조선시대의 시조까지이다.

 

우와~ 정말 오랫만에 듣는 어휘들이다. 향가니, 고려가요라니! 저 옛날 학창 시절 국어 시험을 위해 억지로 외우고 뇌 속에 집어넣었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는 그저 시험을 위해 억지로 우겨넣었는데 그래도 그 효과가 있었는지 몇십 년 만에 떠올리는 시가가 고스란히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빠 작가의 자세한 설명, 예시와 함께 들으니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되고 정서적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우리 옛 조상들이 얼마나 은유적으로 아름답게 자신의 감정을, 상황을 노래했는지 말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역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은 역사이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어떤 분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옛날 공부할 때에는 그런 주변 설명 없이 그저 외웠으니 제대로 이해했을 리가 없다.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은 고려가요"로 소개되고 있는 <청산별곡>이나 노래인 줄 알았으나 시가라고는 생각도 못한 <구지가>, <공무도하가>, <황조가>등의 이야기가 특히나 재미있었다. 한글이 창제되기 전에 한자로 적혔던 시가들은 그 뜻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알 수 있었다. 다음 편이 무척 기대된다. 옛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렵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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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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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좋아한다. 핑계를 대자면 아버지가 술을 무척 즐기시고 자주 드시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라고 억지로 이유를 붙여본다. 미치도록 퍼부어 마셨던 기억은 아무래도 대학 생활 중에, 그리고 입사 1년 동안이라고 하겠다. 지금도 술을 좋아한다.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고 마시지는 못하지만 우울해도 한 잔, 즐거워도 한 잔, 그냥 저녁 먹으며 한 잔... 어느새 술은 나의 생활 일부 중의 하나이다.

 

그러니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라는 책 제목을 보고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작가는 기타무라 가오루. 내게 "시간과 사람" 3부작으로 실망을 안기긴 했지만(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 3부작은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 이런 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이야기이고 나는 언제나 좀 주류를 벗어나 있다.) 그 외의 다른 작품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하는 작가이다.

 

나는 이 작가의 이런 수필 같은 소설을 좋아한다. 그저 주인공의 하루하루를 읊조리듯 이야기하는 소설. 주인공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내게 위안을 주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저도모르게 웃음짓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출판사 편집자이다. 지난번 <8월의 6일간>에 이어 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자니 무척 반갑고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미야코는 한 출판사에 입사한다. 입사 후 가진 환영회에서부터 술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미야코는 평소 멀쩡하고(오히려 조금은 쌀쌀맞아 보이기도 한다.) 일 잘하는 사원이지만 술이 조금 과하게 들어가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힘과 언행으로 주위 사람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이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그런 기억조차 없다. 그래서 해프닝은 2차, 3차로 이어진다.

 

아마도 미야코만 이런 인물이었다면 그저그런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미야코 주변에는 미야코 만큼이나 특이하고 재미있는 주사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그녀와 함께 어울려 술을 달리는 "언니"들도 있다. 그녀들의 우정은 술에서 비롯되었지만 어렵고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되어주고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이이다.

 

좀 부러웠다. 직장 사람들과 이렇게 잘 지낼 수 있구나... 싶어서. 회식은 언제나 스트레스이고 피하고 싶은 만남이 아니라 또다른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는 장소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물론 직장 생활의 어려움이나 괴로움도 있다.  책 속의 일본 안주나 일본주의 묘사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젠 미야코처럼 기억이 끊기고 엉뚱한 행동을 할 만큼 마실 체력도 안되고 그럴 만한 여건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대리 만족이랄까, 정말 즐거웠다.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슬플 때는 마시고 털어내고, 기쁠 때에는 기쁜 대로 더욱 기분 좋게 마시고, 스트레스 받을 때에도 마시고 훌훌 털어버린다. 오늘도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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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 -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독서의 힘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고정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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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띠에 있는 문구 "앞으로 세상은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계층 사회가 된다!"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아마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장 공감이 먼저 갔나 보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축에 속하므로.

 

예전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이후로, 책을 읽는 사람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누구나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기계 저편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하거나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 정보들을 뒤적이고 있다. 비단 어른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린 시절, 편안한 저녁 나절에는 책을 읽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아이들도 이제는 TV 앞이나, 컴퓨터 앞,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미디어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후징하라 가즈히로는 뒤늦게 독서가가 된 사람이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엔 책을 읽는 재미를 몰랐고 대학생이 되고 동경하는 선배를 만나서야 폼 좀 내고 싶어서 따라하게 된 독서. 몇 권의 책이 그에게 큰 울림을 주었지만 다시 제자리. 이후 일을 하게 되면서 만난 굉장한 독서가들에 의해 서서히 책을 잡게 된다. 그 이후 작가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은 자신이 책을 읽고 난 후 변한 삶을 토대로 책을 읽었을 때 얻게 되는 다양한 장점들이 이제는 반드시 얻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려주고 그러기 위해 역시 독서를 할 수밖에 없음을 피력하고 있는 책이다. 20세기 성장만을 바라보던 시대에서 이제는 개인의 다양한 삶이 중요해지는 성숙사회로 발전했고 그런 성숙사회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독서"라는 것이다.

 

작가의 주장은 사실 굉장히 뻔하다. 독서가 중요하니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근거들은 무척이나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다. 작가가 지금까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들을 총망라하여 다시 이론을 세운 듯이 보인다. 성숙 사회에서는 그 무엇보다 정보편집력이 우선시 되고, 이 정보편집력을 키우기 위해선 독서가 바탕이 된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지는데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을 키우기 위해서 모든 경험을 직접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그런 다양한 경험을 독서를 통해 키우라고 한다.

 

"독서를 통해 복안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도덕 속에 갇힌 독서'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국어 교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좋은 책 = 인생에 교훈을 주는 것'이라는 통념을 버려야 한다."...150p

 

사람은 각자 처한 환경과 지식의 정도, 경험으로 인해 쌓인 가치관 등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좋은 책이 모두에게 좋은 책일 수는 없다. 가장 좋은 책은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이므로 내가 직접 읽고 내게 좋은 책을 찾아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독을 권한다. 어떤 형식,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이 많은 책을 접하다 보면 내게 좋은 책을 접할 수 있게 되고,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도 생기게 된다는 것.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인풋만이 아니라 서평이라는 형태로 아웃풋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끔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그런 의구심을 잠재울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 좀 더 폭을 넓혀 다양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지도 불탄다. 다시 책을 읽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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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1학년 - 27살 총각 선생님의 1학년 교단일기
민상기 지음 / 연지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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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초등학교 입학은 커다란 산과 같은 관문이다. 언니, 누나, 형들처럼 뭔가 좀 더 자란 것 같아 설레기도 하면서 지금까지의 생활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두렵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아기" 로도 받아들여져 많이 허용되었다면 앞으로는 지켜야 할 규제와 규칙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야말로 1학년의 1년은 적응 기간이다.

 

<선생님은 1학년>은 교직 경력 4년차인 남자 선생님의 좌충우돌 1학년 교단일기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90% 이상이 여자 선생님이고 거의가 중년 이상인 선생님이신 것을 생각해 보면 1학년 담임을 맡으신 민상기 선생님의 1학년 담임은 거의 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어도 안되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 1학년 아이들과 젊은 남자 선생님이 도대체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었을까.

 

처음 책을 접하고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1학년을 맡았던 젊은 선생님의 조금은 진지한, 고민을 담은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문제 제기는 공론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일까. 선생님을 맡으며 고민했을, 행정적인 문제나 갈등 같은 문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사실 조금 실망했다. 나는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 등 공적인 문제부터 가정 교육 등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생각이 떠오르고 고민을 하고 해답을 찾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현직 선생님이 그런 고민이 하나 없을까. 그 부분이 참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1학년>은 참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야말로 1학년들과의 생활을 하며 있었던 일들을 담은 "선생님의 일기" 를 담은 책이다. 아직은 서투르고 경험이 적은 선생님이기에 때로는 아이들을 오해하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실수와 잘못을 바로잡고 뉘우치고 반성한다. 그런 점에서 민상기 선생님은 용감하다. 어른이고 선생님이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음에도 이 일기를 통해 스스럼 없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난 기다림의 중요성을 배웠다. 내가 아는 것을 주입하려 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그래야 마음으로 배울 수 있다. 교육에서 학생을 기다려주는 것은 학생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17p

 

행정 업무에 치여 한 아이, 한 아이 세심히 보살피지 못할 때도 있지만 바로 그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이 반 아이들은 1년 동안 참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대한 첫 이미지, 그 마음으로 학교를 다닌다. 가기 싫고, 지루하고 심심한 학교가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기다리는 즐거운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 계시는 학교라면 누구라도 열심히 다니고 싶지 않을까. 민상기 선생님처럼 열정적인 선생님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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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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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이라는 이름을 처음 본 건, 인터넷 서점의 신간 코너에서였던 것 같다. 그때는 그저 여느 흔한 문학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이름을 익히게 된 건 신문에서였다. 한 일간지의 주간 코너에 일주일에 한 번씩 읽을 수 있는 "심리학으로 소설 읽기"를 통해. 처음엔 소설 제목 때문에 읽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정여울"이라는 이름이 확실하게 각인됐다. 세상엔 아직도 내가 배워야 하는 것들이 정말로 많구나, 꼭 닮고 싶은 사람이다, 이 사람처럼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책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고선 이제야 그녀의 책을 읽게 된 건 아마도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해서 그녀의 글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까지 그녀의 책을 찾아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찔끔찔끔 맛보던 그녀의 글과 비교하면 정말로 "책의 바다"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저를 한없이 모자란 사람으로 만듭니다.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예전에 내가 안다고 믿었던 지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와르르 무너짐이 싫지 않습니다. 문자 중독은 행복한 중독이지요. 무언가를 읽어야만 저는 진정 살아 있습니다. "...7p

 

내게 꿈이 있다면 많은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충족되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오롯이 책을 읽으며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것이었다. 책에는 정여울 작가의 비슷한 갈망이 나온다. 공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면서도,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면서도 책이, 공부가 목마른 사람. 그야말로 진정 학문의 바다에 빠져지내는 이일 것이다.

 

<공부할 권리>를 읽다 보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단지 활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뿐 아니라 몸에 체득하고 그것을 생활에 접목할 수 있어야 진정한 독서라고 한다. 정여울 작가는 그녀의 방대한 독서 목록 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독서를 통해 일상으로 끌어온다. 그녀가 부러웠던 이유는, 바로 이런 자연스러운 통합의 과정이다.

 

"리어 왕의 진짜 문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철저하게 밑바닥까지 밀어붙여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196p

 

엉뚱하게도 나는 이 문장에서 나 자신을 투영해 본다. 나는 조용히 나 자신을 마주한 적이 없다. 귀찮다고 할까, 두렵다고 할까.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을 진정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붙이며 피해갔던 순간을 반성하게 된다.

 

두껍지 않은 책 속에 정말로 많은, 다양한 책이 서술된다. 그저 부럽다...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폭넓은 흥미와 관심이, 깊은 독서력이. 닮고 싶다. 진정한 인문학적 독서를 위해 조금씩 독서의 폭을 넓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목표는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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