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술을 좋아한다. 핑계를 대자면 아버지가 술을 무척 즐기시고 자주 드시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라고 억지로 이유를 붙여본다. 미치도록 퍼부어 마셨던 기억은 아무래도 대학 생활 중에, 그리고 입사 1년 동안이라고 하겠다. 지금도 술을 좋아한다.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고 마시지는 못하지만 우울해도 한 잔, 즐거워도 한 잔, 그냥 저녁 먹으며 한 잔... 어느새 술은 나의 생활 일부 중의 하나이다.

 

그러니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라는 책 제목을 보고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작가는 기타무라 가오루. 내게 "시간과 사람" 3부작으로 실망을 안기긴 했지만(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 3부작은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 이런 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이야기이고 나는 언제나 좀 주류를 벗어나 있다.) 그 외의 다른 작품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하는 작가이다.

 

나는 이 작가의 이런 수필 같은 소설을 좋아한다. 그저 주인공의 하루하루를 읊조리듯 이야기하는 소설. 주인공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내게 위안을 주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저도모르게 웃음짓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출판사 편집자이다. 지난번 <8월의 6일간>에 이어 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자니 무척 반갑고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미야코는 한 출판사에 입사한다. 입사 후 가진 환영회에서부터 술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미야코는 평소 멀쩡하고(오히려 조금은 쌀쌀맞아 보이기도 한다.) 일 잘하는 사원이지만 술이 조금 과하게 들어가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힘과 언행으로 주위 사람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이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그런 기억조차 없다. 그래서 해프닝은 2차, 3차로 이어진다.

 

아마도 미야코만 이런 인물이었다면 그저그런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미야코 주변에는 미야코 만큼이나 특이하고 재미있는 주사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그녀와 함께 어울려 술을 달리는 "언니"들도 있다. 그녀들의 우정은 술에서 비롯되었지만 어렵고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되어주고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이이다.

 

좀 부러웠다. 직장 사람들과 이렇게 잘 지낼 수 있구나... 싶어서. 회식은 언제나 스트레스이고 피하고 싶은 만남이 아니라 또다른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는 장소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물론 직장 생활의 어려움이나 괴로움도 있다.  책 속의 일본 안주나 일본주의 묘사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젠 미야코처럼 기억이 끊기고 엉뚱한 행동을 할 만큼 마실 체력도 안되고 그럴 만한 여건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대리 만족이랄까, 정말 즐거웠다.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슬플 때는 마시고 털어내고, 기쁠 때에는 기쁜 대로 더욱 기분 좋게 마시고, 스트레스 받을 때에도 마시고 훌훌 털어버린다. 오늘도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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