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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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이라는 이름을 처음 본 건, 인터넷 서점의 신간 코너에서였던 것 같다. 그때는 그저 여느 흔한 문학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이름을 익히게 된 건 신문에서였다. 한 일간지의 주간 코너에 일주일에 한 번씩 읽을 수 있는 "심리학으로 소설 읽기"를 통해. 처음엔 소설 제목 때문에 읽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정여울"이라는 이름이 확실하게 각인됐다. 세상엔 아직도 내가 배워야 하는 것들이 정말로 많구나, 꼭 닮고 싶은 사람이다, 이 사람처럼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책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고선 이제야 그녀의 책을 읽게 된 건 아마도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해서 그녀의 글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까지 그녀의 책을 찾아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찔끔찔끔 맛보던 그녀의 글과 비교하면 정말로 "책의 바다"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저를 한없이 모자란 사람으로 만듭니다.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예전에 내가 안다고 믿었던 지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와르르 무너짐이 싫지 않습니다. 문자 중독은 행복한 중독이지요. 무언가를 읽어야만 저는 진정 살아 있습니다. "...7p

 

내게 꿈이 있다면 많은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충족되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오롯이 책을 읽으며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것이었다. 책에는 정여울 작가의 비슷한 갈망이 나온다. 공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면서도,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면서도 책이, 공부가 목마른 사람. 그야말로 진정 학문의 바다에 빠져지내는 이일 것이다.

 

<공부할 권리>를 읽다 보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단지 활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뿐 아니라 몸에 체득하고 그것을 생활에 접목할 수 있어야 진정한 독서라고 한다. 정여울 작가는 그녀의 방대한 독서 목록 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독서를 통해 일상으로 끌어온다. 그녀가 부러웠던 이유는, 바로 이런 자연스러운 통합의 과정이다.

 

"리어 왕의 진짜 문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철저하게 밑바닥까지 밀어붙여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196p

 

엉뚱하게도 나는 이 문장에서 나 자신을 투영해 본다. 나는 조용히 나 자신을 마주한 적이 없다. 귀찮다고 할까, 두렵다고 할까.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을 진정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붙이며 피해갔던 순간을 반성하게 된다.

 

두껍지 않은 책 속에 정말로 많은, 다양한 책이 서술된다. 그저 부럽다...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폭넓은 흥미와 관심이, 깊은 독서력이. 닮고 싶다. 진정한 인문학적 독서를 위해 조금씩 독서의 폭을 넓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목표는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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