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가 너의 고민을 들어 줄 거야 - 직업, 진학, 공부, 친구, 가족, 그리고 세상. 고민하는 십대를 위한 영화 힐링 에세이 ㅣ 십대가 알고 싶은 세상의 모든 것 시리즈
이다혜 지음, 민효인 그림 / 가나출판사 / 2016년 4월
평점 :
사춘기가 되면 별 것 아닌 일에도 기쁘고, 슬프고, 욱하고, 분하고 기가 막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일도 많고 그럴 때마다
답답하다. 남들에게는 너무나 간단하고 뻔한 답이 있는 일인데도 그게 내 일이 되면 도무지 출구 없는 터널 속에 들어온 기분이고 온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인 것 같다. 이럴 때 듣는 부모님의 말씀은 그저, 잔소리이고 공감되지 않는 "소 귀에 경 읽기"이다. 그럼 이 세상에 나의
고민,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과연 그렇게 진심으로 이해해 줄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내 경우 한 번 생각의 굴레에 빠지면 어떻게 해도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 같다. 거기서 나올 수 있는 것은 그저 나의 의지 뿐이었다.
남들(부모, 친구 등)이 뭐라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니 좋은 충고, 나만을 위한 조언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그 늪에서
조금이라도 밖으로 손을 뻗을 수 있게 해준 것이 중학교 들어 열심히 읽었던 고전 문학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자극했던
시집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훨씬 더 많은 매체가 존재한다. 책을 읽기 싫어도 영화가, 음악이, 웹툰 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즐기기
위한 도구가 아닌, 내 고민에 영향을 끼치는 도구가 되기 위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책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가 너의 고민을 들어 줄 거야>는 영화 주간지 <씨네 21> 기자이자 북 칼럼니스트인 이다혜 저자가 십대
아이들의 고민에 도움을 주고자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인 영화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 쓴 책이다. 크게 6가지로 구분을 하고 아이들이
크게 공감할 만한 대부분의 다양한 고민을 세분하여 30가지 고민에 해당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구성이 참 좋다. 간단한 영화 소개와 줄거리, 그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법, 십대가 공감할 만한 고민을 연결지어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한다. 각 이야기 끝에 부록 페이지처럼 구성된 페이지나 두셋 고민 사이에 위치하는 부록 페이지의 다양한 영화 관련 이야기나 영화와 관련한 책
이야기도 쏠쏠한 읽을거리다. 영화 이야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예인들의 이야기나 감독 등의 헐리우드 이야기, 영화의 원작에 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책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특히 각 고민 마지막 구성은 영화를 보고 한 번쯤 생각해 볼 것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영화를 그저 재미로 보고 끝내거나 가볍게 지나치지
않도록 진지하게 자신에 대해, 자신의 고민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화를 즐기기 위한 도구가 아닌,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
만들어주고 있다.
30편의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다. 봤던 영화도 내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선이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어 어쩌면 나 자신도 너무 편협하게 영화를 보아오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몇 년 전 시간을 들여 정말 많은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도 책을 읽으며, 수업을 하며 많은 도움을 받곤 했지만 한 편 한 편 많은 의미를 두지는 않았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영화도 조금 깊이 들여다 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야이든 확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십대 아이들은 어쩌면 이 책을 진지하게 보다 영화 줄거리를 포함해 가볍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읽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아이들도 이 책을 계기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도구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