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0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이강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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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우리나라의 부모들과 다르지 않은 러시아의 부모들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 처음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직업상 본의 아니게 이 책을 1년에서 1년 반에 한 번씩 읽게 되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부분, 새로운 생각, 새로운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런 책을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책은 한 아버지가 아들을 기다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학 공부를 하는 동안 멀리 도시에 나가있던 아들. 그 아들이 공부를 마치고 3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다. 3년 만에 보는 아들에 대한 생각으로 아버지는 다소 긴장하고 흥분된 상태로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리고 드디어 아들이 도착하고 아들 곁에는 친구 바자로프가 함께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배경은 19세기 중후반의 러시아이다. 유럽의 중심지들보다 늦은 산업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시민 혁명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전제정권에서 더없이 피해를 보고 있는 농민들과 농노들. 유럽에서부터 밀려드는 자유주의에 맞서기 위해 차르는 농노 해방(1861)을 단행한다. 어느 나라이건 위에서부터의 개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아래 민중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중심으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노들은 해방되어 자유를 얻었지만 땅을 살 만한 돈도, 사지 않고 다시 빌려 좀 더 나은 생활을 꾸려나가기도 힘들다. 책은 그런 19세기 중후반의 러시아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원제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이다. 그러니 어떤 한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가 아닌, 세대와 세대 간의 충돌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다. <아버지와 아들> 속 네 주인공 파벨과 니콜라이, 아르카디와 바자로프는 둘둘씩 각각의 세대를 대표하면서도 이 네 명은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며 러시아 속 다양한 군중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다. 가장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인물들은 파벨과 바자로프이다. 전제 국가 당시 러시아의 귀족을 대표한다. 낭만과 예절, 지켜야 하는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정신 등. 파벨과 반대쪽에 서 있는 바자로프는 일명 허무주의자이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 무언가 개혁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만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하며 모두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허무주의자. 바자로프는 사실과 증명된 것이 아닌 것은 믿지 않는다.

 

"우리 같은 구시대 사람들은 네가 말하듯 신앙처럼 떠받드는 원칙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거든. 그런데 너희가 그 모든 것을 다 바꿔 버렸어. 그래도 너희 나름대로 잘 살겠지. 우린 그저 너희를 지켜볼 뿐이고....... "...41p

 

반면 니콜라이는 아버지이지만 어느 정도 개방되어 있다. 아들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생각을 쫓아가려 마음을 연다. 다만 그 간극을 줄일 수 없어 가슴아파 할 뿐이다. 아들 아르카디 또한 젊은 혈기로 바자로프의 사상에 동화되어 들떠있지만 곧 자신만의 생활과 생각으로 돌아와 가족을 아끼게 된다. 그 외에도 <아버지와 아들>에는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는 선봉장에 선 듯 행동하지만 게으르고 행동하지 않는 쿠크시나나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며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오딘초바 등. 이반 투르게네프는 이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그대로의 러시아를 재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훌륭한 작품이다.

 

바자로프와 아르카디의 세대인 청소년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두 인물에 동화되어 공감한다며 읽으면 좋으련만, 사실 이 작품을 잘~ 읽기란 쉽지 않아서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거나 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아버지들의 세대와 아들들의 세대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징검다리 클래식이 좋다. 뒷부분의 지식배경과 작품 해설을 읽다보면 이 작품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이 <아버지와 아들>은 부모와 아이들 세대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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