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자 쿠엔틴
김선미 지음, 아리아 그림 / 다차원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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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아름답다. 책 한 권을 읽고 난 지금의 소감은, 이 책 자체가 선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아이들 책을 읽으며 주제, 교훈이 너무 드러나 순수한 독서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은사자 쿠엔틴>은 아름답다. 아이들에겐 교훈을 주는 책도 좋지만 글을 읽는 순수한 재미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자연과 내가 살아가는 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순수한 감동을 느낀다면 금상첨화이다. <은사자 쿠엔틴>이 바로 그런 책이다.

 

쿠엔틴은 아카시아 관목 숲 초원의 주인인 화이트헤드의 아들이었다. 아름다운 흰색 갈기를 가진 쿠엔틴의 아빠는 자신의 가족을 이끌며 오랫동안 이 초원을 지켜왔다. 그런데 어느 날 떠돌이 사자 라몬이 화이트헤드에게 덤벼들었고 안타깝게도 화이트헤드가 싸움에 져서 왕좌에서 물러나야 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임자의 새끼들은 모두 몰살당한다. 쿠엔틴은 살아남았다. 엄마 엘리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2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숫사자가 사자들의 공동체 생활을 벗어나 살아갈 수 있을까.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배려나 관용을 기대할 수 없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을 죽이기도 하고 내쳐야 할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때로 그런 당연한 사실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나 냉정해 보이고 잔인해 보이기도 한다. <은사자 쿠엔틴>은 이러한 생태계의 상황을 잘 풀어내고 있다. 특히 말도 안 되는 침팬지 팅카와 쿠엔틴의 우정은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너무나 어린 숫사자에게 나무 위 침팬지는 살아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였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저 젊은 사자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요. 그것은 '정직한 힘' 같은 것이었어요."...85p

 

온갖 고난을 다 겪으면서 쿠엔틴은 훌륭한 숫사자로 성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쿠엔틴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떠올려 더 나은 사자가 되고자 노력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쿠엔틴을 응원하게 되고 그의 성장에 미소짓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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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혜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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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명성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 SF 소설계에 한 획을 그은 소설이며 많은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들었다. 종종 <1984>와 비교되기 때문에 평범한 SF 소설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아주 충격적이다. 단순히 미래 세계 사회를 그린 소설이 아니다. 당시의 현실 비판과 미래 세계에 충고를 하기 위한 사회 소설이다.

 

소설은 인간 배양 장치가 있는 건물과 그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길러지는지부터 묘사하고 있다. 2500년 경의 이 미래 사회는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 설계된 사회이다.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 이제 아이는 인간 배양 장치를 통해 태어나고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우수한 아이들이 많아지면 전쟁이나 또다른 폐해가 일어날까봐 모든 아기들은 알파부터 앱실론까지 등급을 매겨 비율에 맞춰 생산해 낸다. 계급이 나눠지지만 각 계급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세뇌당하기 때문에 다른 의문점을 갖지 않고, 주어진 모든 욕망의 배경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돌연변이 같은 인물들 때문에 조금씩 이 사회에 균열이 생겨난다. 모든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통제되고 만들어지는 이 사회는, 정말로 모두가 행복한 세계일까?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통해 당시 영국의 사회 문제점을 비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 세계를 그려냈다. 그 또한 완벽한 세계는 아니지만 그당시 사람들이 생각해 낼 만한 아주 공평하고 살기 좋은 사회이다. 하지만 그 이후 인류는 기계를 만들어냈고 점점 물질의 노예가 되어갔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각박해지고 흉흉해졌다.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 다음 세대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상상 불가이다. 그래서인지 토마스 모어 이후의 미래 사회를 그린 소설은 모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너무 발전한 기술에 의해,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망에 의해 무너지는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있다.

 

정말 인간에게 희망이란 없는 걸까? 어쩌면 너무나 뻔한 결말이고 너무나 작위적일지 몰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인간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멋진 신세계> 속 존처럼 문학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고 순수한 감정을 통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다 보면 점점 더 발전하는 이 세상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 말이다.

 

이번으로 <멋진 신세계>는 두 번째이다. 유명 출판사의 책도 좋았지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은 언제나 진리다. 뒤편의 배경 지식이 너무 좋아서이다. 책을 읽으며 포드력이 좀 궁금해지긴 했었는데 그저 기술 때문에 포드를 신처럼 여기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넘겼던 것이, 이 푸른숲 책 뒤편에 아주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는 만큼 배운다. 그래서 배경지식은 항상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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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
도이 에이지 지음, 이자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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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 발밑이라도 쫓아가려 노력한다. 그들의 어떤 면이 우리와 다른지,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는지 배워보려고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경영서나 자기계발서가 한자리 차지하게 된 이유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경영이나 경제는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한때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어본 적이 있으나 아무리 감동을 받고 공감한다 하더라도 내가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이젠 잘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라는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책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이고 심지어 부제가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소개하는 책이나 책 읽는 법을 설명하는 책은 언제나 좋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되지 않았던 읽는 자체가 행복하다. 그런데... 본 책을 읽으면서, 그것도 제 1장을 통해 엄청 혼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제 1장은 "독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고, 부제는 '우리는 그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책을 읽어 왔다'이다. 음... 나는 그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계속해서 책을 고르고 읽어왔나 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이 책이 경영서에 국한된 책 읽는 법이라는 사실이다. 작가 도이 에이지는 일본에서 유명한 독서 멘토이고 그 중 비즈니스 분야의 책을 읽고 책을 추천하는 잡지를 발행한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이런 전문적인 노하우를 담아 일반인들도 경영서를 통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하고 결국 성공에 가까이 가도록 돕는 책이다.
 
"중요한 건 재미가 아니라 가치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일어야 한다'는 병" 등 책 첫 부분부터 강력하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감한 곳이 아니라 낯설고 불편한 문장에 밑줄을 긋고 나의 영역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읽는 목적이 중요하지 권수는 중요하지 않다. 몇 권을 읽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왜 읽는지 그 이유를 알고 '목적'을 세워야 한다."...54p
 
이 책의 목적은 아주 확실하다. 다른 종류의 책은 차치하고 경영서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런 독서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라고. 따라서 경영서를 읽는 자세한 방법에서부터 실전 적용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한다. 더불어 읽으면 좋은 추천 책도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경영서에 관심이 많고 경영서를 통해 삶을 바꿔보고자 한다면 이 책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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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고교생 필독 소설선 1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고교생 필독 소설선 1
이미륵 외 지음, 김인호 외 엮음 / 서교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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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청소년 학습을 위해 모아놓은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마다 작품집을 구입해서 볼 수도 없고 생각은 독자의 몫이니 수준이 안 되면 읽어도 소용이 없다. 그런 면에서 '중학생을 위한'이나 '고등학생을 위한' 책들은 확실히 효율적이다. 엑기스만 모아놓은 것이나 작품 해설, 배경 지식 등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되게끔 잘 구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한"...이라니... 좀 너무 했다 싶었다. 2 딸에게 책 제목을 얘기했더니 "우웩"이란다. 원래 사람은 대놓고 하라 하면 하기 싫은 노릇이니~^^;

 

직업이 아이들 논술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집에 이런 류의 책이 몇 권 있다. 학습을 위해 필요한 단편들이 몇 편 필요했고 그때마다 각 권마다 겹치는 책들을 아쉬워하며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보곤 했다. 그래서 이번 <고교생 필독 소설선>을 읽으며 주목했던 것은 기존 책들과의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아주 만족했다.

 

우선 구성이 아주 좋다. 6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선은 총 4개의 주제로 편집되었다. "문제적 개인""타락한 사회", "자연과 문명""자유와 예술"이라는 주제는 무척 보편적이지만 그만큼 우리 현실을 이야기 한다. 내가 만난 책은 이 4개의 주제 중 첫 번째 책인 1"기억의 서사""성장과 통증"을 다룬 소설들이다. 각 소주제 당 5편씩 총 10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어쩜 이렇게 주제를 잘 담아 책을 선별했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는데 단편을 읽고 작품 소개를 읽고 뒤쪽의 생각해 보기 페이지까지 완료하고 나면 한 편 한 편이 모두 소중해지고 하나의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이제서야 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위한"이라는 부제목을 달았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고등학생들이 책을 읽고 따로 배경지식을 찾지 않고 소설을 온전히 이해하고 독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작가도 소개하고, 작품 소개 속에 작품 해설을 살짝 곁들이고 본문 후에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여러 페이지를 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작가 소개나 작품 소개 등은 비슷한 류의 책에도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뒷부분이 아주 뛰어나다. '가만가만, 생각의 움 틔우기'는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 '톡톡, 생각의 가지 뻗기'는 소설에서 현재의 나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 '파릇파릇! 생각의 숲 가꾹'를 통해 논술 글쓰기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없다는 점이 아닐까. 가끔 관련 예시 글이 있지만 매 질문에 답이 없어 이 책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조금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한국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1권을 읽는 동안 무척 새로웠고 즐겁고 행복했다. 가슴이 뻐근했다. 이것이 진짜 책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한츠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작품을 읽는 학생들이 많아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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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식욕과 나 1 - 픽시하우스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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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신기하다. <산과 식욕과 나>라니! ㅋㅋ 참 일본스러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상한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건 뒷부분의 "식욕과 나" 때문이다. "식욕"하면 또 나를 빼놓을 수 없으니~!^^

 

전에 기타무라 가오루의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내가 좋아하는 "술" 때문에 선택한 책이었는데 참 좋았다. 실연의 아픔을 매주 등산과 술로 피로를 풀면서 털어냈는데 그 섬세한 감정과 등산과 술을 연결시키는 게 오묘하면서 꽤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아마 <산과 식욕과 나>도 그래서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등산인데 그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등산이라면 꽤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만화책에선 산과 식욕을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사실 읽으면서 충격의 연속이었다...라고 해야겠다. 호흡이 엄청 짧다. 산을 오른다. 오르며 생긴 짧은 에피소드 하나. 중간에 혹은 정상에서 먹는다. 사실 이 만화에서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이다. 산에서 내려온다. 끝... 등산하며 느끼는 험난한 과정이나 긴 시간 등은 과감하게 삭제시켜놓았다. 매 편에서 중심은 이번 산행에선 무엇을 먹느냐!이다. 그래서 소제목도 그 요리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산에서 주먹밥", "구름 위의 낙원 커피", "불굴의 잡탕밥" 식으로... 산을 좋아하지 않는 1인으로서 먹기 위해 오른다...라는 설정이 묘하게 공감가면서 그래도 왠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또하나의 의문점... 일본에서는 산에서 요리를 해도 되는 건가? 여성 단독 등산가라고 불러달라는 주인공 히비노 아유미는 매번 코펠에 프라이팬, 식재료 등을 싸서 들고 다닌다. 산 중턱이나 정상에서 서슴없이 코펠을 꺼내 밥도 하고 라면도 끓이고 커피도 끓여 마신다. 정말 그게 괜찮은 건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던 것은 우리나라 산에선 절대 금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만화가 있으니 아마도 일본에선 허용되는 건가 보다.

 

자, 만화에서 소개되는 갖가지 퓨전 메뉴에 대해선... 솔직히 무척이나 일본스러운 요리여서 어떻게 시도해 볼까 싶기도 하고 과연 정말로 맛있을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만화를 읽다 보면 참 먹음직스럽게 보이긴 한다. 예전부터 일본 요리 만화를 꽤 좋아했는데 언제나 일본 요리는 무척 전통적이면서도 참 서양식이기도 해서 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만화에서 히비오 아유미가 만드는 요리 또한 그렇다. 묘하게 끌리고 묘하게 공감되는 만화, 내가 등산하고 내가 먹는 것은 아니지만 읽고 보면서 함께 힐링되는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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