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쏙쏙, 한국사 인물 1 : 고조선~고려 초등 필수 역사 인물 시리즈
이미지 지음, 우지현 그림, 이선희 감수 / EBS BOOKS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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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는 우리 역사이기에 잘 알아야 한다. 왜 이렇게 외울 게 많은 걸 공부해야 하냐고 아이들이 가끔 묻는데, 외워야 한다고만 생각하면 정말 골치 아픈 과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는 외워야 하는 과목이 아니다. 우리 존재 자체에 대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외우지 않는 공부가 되게 하려면 익숙해지고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져야 한다.

사실 어떤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역사를 접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너무나 힘들어만 한다. 그 차이가 바로 이야기로 흐름을 알게 되었는지, 전체를 보지 못하고 시험 문제에만 급급해서 아주 작은 것들을 외우고 있는지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사건과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닌, "원인"을 찾아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것이 진정한 역사 공부이다.


그 첫걸음은 역시 어릴 때부터 인물, 사건 중심의 이야기로 접하는 것이다. 이제 글 좀 읽을 수 있게 되었다면 <역사가 쏙쏙 한국사 인물> 시리즈를 권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그림체와 아주 단순한 듯 확실한 정보를 이야기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구성을 볼까?




오른쪽이 첫 페이지로 첫 페이지는 인물에 대한 이름, 간단한 소개와 커다란 인물 일러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 페이지를 읽으며 대강 어떤 사람인지를, 어떤 업적을 세웠는지를 역사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왼쪽 페이지는 앞선 인물의 보충 설명 페이지인데,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보충 설명이나 그 인물과 관련된 보충 설명이 들어가 있다. "한국사 인물 지식 충전"으로 그야말로 인물에서 끝나지 않고 관련된 지식을 하나 더 알려주는 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넘기면 각 인물에 대한 업적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가 1-2개 정도로 앞축되어 간단히 이야기로 설명한다. 어떤 일이 생겨서 이 인물이 어떤 일을 했고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야기식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원인과 결과, 문제 해결까지 읽으며 깨달을 수 있다. 절대 길지 않고 이렇게 한 장으로 끝나니 각 인물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처음 시작하는 역사로 아주 딱!인 것이다.




책의 맨 앞에는 이렇게 한국사 연표가 붙어 있다. 한때는 역사에서 각각의 사건이나 인물을 먼저 접하다 보면 저절로 하나로 이어진다고들 많이 이야기했는데 그런 과정을 겪으려면 정말 많은 책이나 자료를 통해야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처음부터 시대별로 익혀서 어떤 흐름으로 역사가 이어지는지 알면 좋겠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뭐? 바로 연표이다. 이 책에는 각 인물이 시대별로 시간순으로 설명하고 있고 이렇게 앞에 연표가 있어 읽으면서 어느 시대에 속해 있는지를 찾아볼 수 있음과 동시에 같은 시대 중요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알게 되는 학문은 아니다. 많은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 하고 계속해서 접해야 한다. 실제 학교에서 공부로 접하기 전에 책이나 동영상, 노래, 이야기 등으로 다양하게 접하면 좋겠다. 그 첫 시작으로 읽는 데 전혀 부담되지 않는 <역사가 쏙속 한국사 인물> 시리즈는 아주 최적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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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회장 난 책읽기가 좋아
강인송 지음, 윤태규 그림 / 비룡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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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읽기가 좋아" 주홍 단계인 <소곤소곤 회장>은 우리 곁에 꼭 있을 법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모두 목소리가 정말 크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없거나 힘들거나 하면 누구나 목소리는 줄어든다. 특히 내가 어렸을 때에는 세상에서 발표가 제일 싫었을 만큼 끔찍해서 입울 꾹~! 다물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책 속 조영이는 목소리가 작다. 일부러나 상황에 따라 작은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목소리가 작은 아이다. 그러다 보니 주위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조차 잘 인정받지 못한다. 목소리가 작은 만큼 용기도 없고 행동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회장을 뽑게 되고 그 선거 날 의도치 않게 회장에 출마하고 당선되기까지 한다. 조영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반 아이들을 잘 통솔할 수 있을까?




조영이가 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뻔한 소견들 속에 진주처럼 빛나는 소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26p


큰소리는 누구나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소리는 그것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다. 아이들도 그렇게 세심하게 챙겨줄 줄 아는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을 것이기에 비록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이지만 그렇기에 조영이를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작은 목소리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거나 집중시키기 어려웠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던 조영이에게 이 상황을 전복시킬 기회가 온다. 조영이가 제일 잘 하는 것, 새를 돌보고 교감하는 것. 조영이는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단호하게! 신속하게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아이들이 조영이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어릴 적, 우리 반에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아이가 있었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해도 고개만 끄덕이거나 가로젓던 아이는 어느 날 내게 귓속말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대받고 그 아이네 집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사실 이 아이는 너무나 활발하고 자기 표현을 잘 하는 아이였던 거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작다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작은 목소리로도 얼마든지 주위를 살피고 오히려 더 세심하게 챙겨주거나 용기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이의 이야기를 통해 목소리가 작아 고민인 친구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


#비룡소 #소곤소곤회장 #신간 #서평후기 #읽기책 #난책읽기가좋아 #저학년 #초등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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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의 계획 VS 안중근의 반격 - 교과서가 다 담지 못한 안중근 의거
류은 지음, 이강훈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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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에 띈다. 아예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을 밝히고 있기 때문인데 보통은 "안중근"이라는 이름만 부각되었던 기존의 제목과 달리 이토 히로부미를 앞으로, 안중근을 뒤로 배치하여 대치 상황과 마치 대놓고 승부를 겨루는 듯한 느낌이 든다. 표지의 일러스트는 또 어떤지! 이토 히로부미의 권력을 표현하는 듯 커다란 못집에 비해 너무나 작은 안중근은 그러나, 당당하게 서서 총구를 겨누고 있다. 겉표지만으로도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아이들을 포함해서 안중근 의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년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을 보러 가려 아이들과 계획하는 부모들도 많이 봤다. 그만큼 우리에게 가슴을 울릴 수 있을 만큼의 애국심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라는 사실을 제외하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 계획했는지 그뿐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는 왜, 이 의거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지(도대체 어떤 짓을 했길래) 속속들이 아는 사람들은 많이 없을 것이다.




책의 구성 하나하나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우선, 글의 구성이 그렇다.


1부는 "변화하는 세계, 흔들리는 한반도"로 이 사건의 결말, 그러니까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만세를 부르다 잡히고 재판이 러시아가 아닌 중국의 일본령으로 옮겨지게 된 상황까지와 러시아나 중국에서 왜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국제 정세에 대해 설명한다.


2부는 이토 히로부미의 계획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설명하며 그 속에 숨은 야욕과 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여기서 일반 역사책들처럼 시간순으로 하나하나의 역사를 죽~ 설명하는 대신,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의 숨은 계획에 초점을 맞추어 어떻게 조선에서 이권을 조금씩 차지해 가는지를 집중 조명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주 놀라웠다.


3부는 양반 집안이었던 안중근이 바람 앞의 등불이 된 조선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독립 운동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그리고 다시 1부에 이어 감옥에 갇힌 안중근의 재판 과정과 그럼에도 의연했던 모습을 마치 눈으로 보는 듯 읽을 수 있다.


거기에는 이 책 설명 중간 중간, 거의 한 페이지에 한 것에서 두 컷까지 차지한 많은 자료(일러스트, 사진, 당시 자료 등)가 한 몫 한다.




의외로 당시의 사진 자료들이 많아서 놀랐다. 더욱 좋았던 건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자료들을 넘어 훨씬 다양해서 그 당시를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의 일러스트는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다. 처음엔 그때 당시의 신문 만평인 줄 알았다. 느낌이나 그림체, 한 컷으로 표현한 것들이 그랬는데 계속 보다보니 같은 그림체여서 일러스트인 줄 알았다. 단순히 글의 보조 자료로서 내용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정말 신문의 만평처럼 이 일러스트 안에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의 지식 책이 그렇듯 이 책에도 중간에 보조 페이지가 있다. 이 또한 이 시대의 역사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꼭 필요한 페이지였다. 어쩌면 그렇게 적재적소에 알맞은 자료들이 포진하고 있는지 어른이지만 정말 많은 정보를 얻고 "안중근 의거"에 대해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그야말로 "교과서가 다 담지 못한 안중근 의거"라는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책과함께어린이 #이토히로부미 #안중근 #안중근의거 #역사 #초등도서 #고학년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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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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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학생으로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함으로써 일본에 '히라노 열풍'을 일으킨 히라노 게이치로의 첫 소설이다. 무척이나 일본 느낌이 나는 표지와 제목과 달리 본 페이지를 넘기면 의아하게 중세 유럽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쯤 되면 '응?'하고 다시 앞 표지를 넘겨 진짜 일본 작가가 맞는지, 유럽에서 살다 온 것은 아닌지 작가 이력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도대체 어째서, 지금 이 현대를 살고 있는 작가가 전혀 다른 지역의 전혀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또다른 의문에 부딪힌다. 지금 우리에게 사용되는 한자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한자어가 끝도 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엔 번역가가 귀찮아서 일본식 한자를 우리말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줄 알았다. 그래서 번역가를 확인해 보니, 헉! 양윤옥님이다. 그러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책을 모두 읽고 뒤편 "작가 인터뷰"와 "옮긴이의 말"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1482년, 젊은 수도사 니콜라는 자신이 갖게 된 책 한 권에서부터 시작해 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믿음에 대해선 일체의 의심도 없지만 자신이 가고자 하는 학문의 길에는 이단적 사상이 조금은 섞여 있다. 니콜라는 그에 대해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기에 그저 학문적 성취를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게 비엔이라는 동네에 도착한다. 이곳엔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는 연금술사가 존재하고 니콜라는 그 피에르 뒤페에게서 지적 호기심과 존경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사람이 하고 있는 연금술이라는 것 자체가, 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으로 고뇌한다.


소설은 단지 이 고민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이후 이게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를 읽으면 도대체 이 소설은 어디까지 이야기하려는 것일까...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쯤 되면 뒤편의 작가 인터뷰와 옮긴이의 말을 열심히 읽어볼 밖에...ㅋㅋㅋ


"작가가 글을 쓰는 데 있어, 독자의 수준을 낮게 설정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골라가면서 쓰는 태도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오히려 표현을 쉽게 하겠다는 의도로 잡다한 설명을 늘어놓았다면, 그의 작품들을 지금이 무게를 유지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지요."...247p


실제로 그렇다. 쉽게 풀어 쓸 수도 있겠지만 적재적소에 딱 맞는 한자어가 들어감으로써 그 문장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렇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한자어 중에는 나도 사용해보고 싶다고 느껴진 어휘도 있었기에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썼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어휘뿐만이 아니다. 심사위원들의 분분했던 의견인 의고체에 대해서도 작품의 배경이 15세기 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읽는 내내 정말로 중세 유럽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그 당시, 그 지역에 대한 고증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


#일식 #히라노게이치로 #문학동네 #중세유럽 #연금술 #현학적 #의고체 #진리 #이원론 #마녀사냥 #책장파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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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언의 정원
애비 왁스먼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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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을 겪게 된다. 어릴 때에는 그런 일들이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혹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나 어른이나 이런 일들을 맞닥뜨리게 되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때로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큰 상처로 인해 되돌리기 힘든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예 대처하지도 못할 만큼의 큰 일을 겪는다면, 사람이 견딜 수 있을까.


릴리언은 영혼의 단짝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을 한순간에 잃는다. 자신의 눈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모습을 목격한 후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낸다. 처음 1년은 아이들은커녕 자신조차 돌볼 힘이 없어 병원에서 보낸다. 하지만 릴리언에게는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었고 온 마음으로 그녀를 지탱해주는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이 있었으므로 그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다. 4년차, 이제 겨우 웃을 수 있게 됐고 조금씩 농담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생활을 위한 에너지일 뿐 자신의 행복을 위한 행동에선 언제나 주춤한다.


떠난 사람을 보내고 난 후, 남겨진 사람은 모든 것에 자신의 탓을 하게 된다. 그 사람과의 행복했던 추억보다는 그 사람에게 잘못했던 것들을 곱씹게 된다. 자신의 행복이 이미 떠난 사람에게 죄가 될까봐 망설이는 일도 생긴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된단고들 얘기하지만 사실 자신이 그런 처지에 놓이면 이 시간은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것만 같다. 하루하루의 생활로 버티는 것만도 힘이 든다.


릴리언도 그렇게 지냈다. 회사와 집, 아이들 학교, 자주 가는 쇼핑몰로 이어지는 사각형 궤도로. 이런 그녀에게 변화가 생긴다. 일로 인해 듣게 된 원예 수업.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릴리언에게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운다는 건 익숙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가게 된 이 원예 수업은 뜻밖에 릴리언에게 새로운 행복감을 안겨준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토록 편할 수가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여기에서 은유적인 교훈을 끌어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몇 년만에 처음으로 나는 생각을 멈추었고, 그저 땅을 파는 데 열중했다."..143p


극심한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혹은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때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쳐나가게 되는데 의외로 아무 생각없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육체노동이 무척 도움이 된다. 특히 자연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땀 흘려 일하는 건 알 수 없는 성취감과 행복감까지 느끼게 해 준다.


애도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훨씬 더 깊은 슬픔 속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어 하고 누군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생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아마도 다른 식으로 그 슬픔을 삭이고 있을 것이다.

릴리언은 원예수업을 통해 흙을 만지며 무언가를 자라게 한다는 평온함을, 그곳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막 시작되려는 행복이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추억과 지금의 행복이 치환될 수 없음을 깨닫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릴리언과 두 딸의 이야기가 그 용기와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책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원예와함께 #행복이란 #용기 #애도 #릴리언의 정원 #리프 #북리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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