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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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그렇게 역사를 싫어하면서도 내 머릿속에서 절대 잊히지 않는 인물과 책 한 권은 바로 <한중록>이다. 여인들의 삶에 무한한 애정과 공감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도 안되는 비극의 옆에서 살아남아 그 가슴 속 모든 것을 담은 책 한 권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담겨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 다른 방송을 통해 <한중록>은 자신의 집안을 위해 쓴 정치서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슬퍼졌는데 나도모르게 애정을 주었던 인물의 그릇됨을 알게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언제나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나는 역사가가 아니기에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따지기보다는 그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각각의 의견을 들어볼 뿐이다. 그 첫걸음이 <한중록>이다.


중,고등학생 쯤 되어 알게 되는 <한중록>의 가치는 비단 사도세자가 겪은 비극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의 한 단면을 알게 해준다는 것뿐 아니라 궁중 안에서 쓰인 궁중문학이며 여성이 순 한글로 쓴 한글문학이자 여류문학이라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내용상 겹치는 부분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아쉬우나 읽는 데 전혀 거침이 없을 정도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것은 충분히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원래 <한중록>은 6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1편은 정조 재위 19년에 조카의 부탁으로 작성했다고 하는데 본 책에선 각 6권의 순으로 되어있고 제 1권, 세자빈 되어 궁궐에 들어가다 편에 위치한다. 이 1권은 정조 재위 기간에 씌여졌기 때문인지 친정의 훌륭함과 자시이 궁궐에 들어가게 된 과정, 이후 어른들에게 이쁨 받았던 것, 비극 이후의 집안 이야기 등으로 채워지고 비극 자체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있다. 아마도 정조가 영조에게 모든 기록을 폐하도록 요청할 정도로 더이상의 이야기들은 잊히기를 바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후 2편은 순조 1년에 씌어져 원본에서는 순조가 제대로 그 일을 알지 못하니 제대로 밝히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친정 집안이 홍국영의 모함으로 당한 화의 억울함과 부당함을 소상하게 밝히고 사면을 호소하는 목적에서 작성한 글"(...에필로그 중)이라고 한다. 때문에 2편부터는 사도세자와 영조와의 사이에 어떻게 틈이 벌어지고 비극이 일어났는지 그 와중에 아버지 홍봉한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와 자신의 위치에서 겪은 애통함을 밝히고 있다.


사실 <한중록>을 읽다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사도세자가 행했다는 행태나 영조의 무심함 등의 묘사를 보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물론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 탓이지만) 어찌 그렇게 되다 보니 이런 일이 있어났고 어쩔 수 없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는 너무나 다른 표현들이 많다고 하니 비교하는 작업은 꼭 필요해 보인다.


말로만 듣던 <한중록>을 드디어 읽었다. 사실이건 아니건 사료로서의 가치와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두루 갖춘 작품에 고전이지만 하나도 어렵지 않게 심지어 마음 졸여가며 읽을 수 있었던 데에 감사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한중록 #혜경궁홍씨 #스타북스 #사도세자 #궁중비사 #책읽어드립니다 #요즘책방 #역사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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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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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퍼블릭 북스 시리즈를 맨 처음 만났을 땐 그저 조금 이쁜 표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한 권 한 권 만나다 보니 볼수록 매력적이고 정말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뿐만 아니라 그동안 잘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엄선한 것이 눈에 보여 조금씩 욕심 내서 시리즈를 믿고 읽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번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살인의 예술>. 어디선가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추리 소설가 정도로만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가 뭔가 다른 분위기에 앞표지를 살펴보니 "범죄 추리 소설"의 대가라고 한다. 특히 하드보일드파의 거장이라고 알려졌다니, 작가님을 너무 늦게 알아봤다.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준다는 하드보일드파의 거장답게, 각각의 작품들은 마치 영화를 보듯 묘사된다. 읽을 때에도 여러 정황이나 실마리를 통해 추리를 하기보다는 묘사된 상황과 대사를 통해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읽게 된다.


<살인의 예술>에는 총 5건의 단편(사실 중편이라고 해도 될 듯)이 담겨 있는데 조금은 비슷한 듯,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다. 비슷하다고 느꼈던 점은, 아마도 각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사립탐정이라는 점.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정의감(그렇다고 무조건 착한 사람은 아니다)에 의뢰받지 않은 사건들에도 간혹 끼어들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 무관심한 듯 시니컬한 듯한 성격에 좋은 체격, 지적인 사건 해결 방법 등으로 보지 못했지만 멋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ㅎㅎㅎ 앞의 단편들은 처음 읽는 분야라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읽다 보니 이 작품들에는 여성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등장은 하는데 거의 모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 딱 한 명 정도만 등장한다는 것. 따라서 이 소설은 무척 남성적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 한중간의 사건 중간부터 보는 느낌이다. (옳게 설명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등장인물과 사건이 터지고 나면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따라가기 바쁘다. 장편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호흡이 짧은데 그냥 뚝! 떨어뜨려 놓는 식의 묘사 때문인 것 같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역시나 예술이다. 책 내용이 어쩌면 여기 다 담겨있었을지도.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살인의예술 #레이먼드챈들러 #레인보우퍼블릭북스 #하드보일드파 #범죄추리 #단편소설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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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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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가르치는 중학생에게서였다.

유튜브에서 북트레일러를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열심히 나에게 설명해 줬다.

평소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친구라 그렇게라도 읽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살인이니 복수니~ 하는 얘기가 나오니 읽어도 되는 건가... 싶은 것이 ㅎㅎㅎ

그런 대화를 나눈 것이 벌써 오래전인데

동네 도서관에 갔더니 눈데 띄어 데려옴.

앞부분 전개까지는 그 친구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던지라

(어지간히 내게도 인상적이었나보다. 여태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ㅋㅋ)

어서 다음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렸지만

사실 그 다음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은 한참 뒤쪽이라

내가 앞쪽 이야기를 몰랐더라면 훨씬 더 재밌게 읽었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니 혹평이 많아서...ㅎㅎ

난 그것보다는 재밌게 읽었다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지내왔던 경험에 의해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언제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찌 보면 뻔한 결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나름 재밌게 읽었다고~

정말 읽었음을 알리는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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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온 왕국과 하늘을 나는 아이들 아이들판 창작동화 11
함기석 지음, 김우현 그림 / 아이들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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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동화는 생활 동화가 많다. 생활 속에서 배웠으면 하는 교훈을 담은 동화들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활과 비슷한 주인공들의 생활에 공감하고 거기서 교훈을 찾아낸다. 그래서 특히 저학년 때는 생활 동화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페이지 수를 늘리고 좀더 깊이 있는 책에 적응하려면 생활 동화로는 부족하다. 페이지가 길어도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도록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직접 겪을 수 없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는 아이들이어도 힘든 현실의 문제들을 잠시 잊게 할 수도 있고 다양한 모험을 통해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가리온 왕국과 하늘을 나는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본격 판타지 동화이다. 내용과 일러스트 모두 우리나라 동화에서 잘 보지 못했던 스타일이라 겉으로만 훑어보면 마치 외국 동화인 것 같다. 하지만 읽다 보면 그 어떤 동화보다 한국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한글 사랑이 빚어낸 결과이다.




원홍이는 할아버지의 고서점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어난다. 그곳에서 만난 아주 작은 여자아이. 손가락 길이 정도의 크기에 날개도 있는 이 여자아이는 마루얼 별의 가리온 왕국에서 온 온새미로라고 한다. 나쁜 커린캐 마왕에게 왕국을 빼앗기고 아빠는 감옥에 갇혔다는 온새미로는 이제부터 아빠와 왕국을 구하러 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지구별의 하지인 오늘, 마루얼 별에서도 밤이 가장 짧고 낮이 가장 긴 날, 태양의 기운이 강해서 가리온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 왕국을 구하기 위해 나선 온새미로와 아빠가 돌아가신 후 말을 잃은 동생 불휘를 낫게 할 보라색 사과를 얻기 위해 원홍이는 함께 가리온 왕국으로 떠난다. 원홍이는 이 모든 모험을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판타지 동화의 모든 조건을 아주 잘 따르고 있다. 원홍이 모험을 떠나게 된 계기, 그 모험에서의 여러 미션, 그 미션을 잘 해결하고 얻게 된 원홍이의 새로운 자신감 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원홍과 가리온 별의 아이들이 여러 미션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를 함께 따라 읽으며 아이들은 조마조마함, 모험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상상력, 모든 것을 해결한 후의 성취감까지 원홍이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온새미로나 불휘 등의 고유어를 이름으로 정한 것이나 말들을 가리온 별의 아이들이 다루면서 펼쳐지는 마법 등은 한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영상이 아닌,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읽어야 하기에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들지만 이렇게 한글의 조합으로 마법을 펼친다는 설정이 무척 기쁘다. 이런 설정은 우리의 과학적인 한글이기에 가능한 것이므로.


책을 좋아하려면 우선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푹 빠져서 읽는 경험이 자꾸 책을 쥐고 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교훈이 없어도 사실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재미와 감동, 교훈까지 다 잡아낼 수 있는 책이라면 더욱 좋겠다. 이번 방학엔 아이들이 많은 책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가리온왕국과하늘을나는아이들 #아이들판 #판타지동화 #초등동화 #전학년 #모험 #용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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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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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추리소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이다. 정통이라는 몇몇의 유럽 추리소설도 읽어봤지만 그야말로 "정통"으로서의 느낌이라면 일본 추리 소설은 그야말로 섬칫함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였는지~ 책 표지 띠지에 버젓이 "독일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고 씌여있는데도 표지와 제목이 주는 느낌이 영~ 일본 추리 소설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형식이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다. 처음, 프롤로그에서는 메일로 시작한다. 티롤 주 문화서비스국에서 국어 교사 마틸다 카민스키와 작가 크사버 잔트에게 보내는 이메일로 독자는 티롤 주의 고등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워크샵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작가인 크사버 잔트가 마틸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일정을 조율하는 모습, 곧 주고받는 메일을 통해 두 사람이 이 만남 훨씬 이전부터 알고있었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열렬한 연인의 모습으로 십수 년을 보낸 후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기억이 너무나 다름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별의 상처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 이렇게 사건이 시작되나 보다...하고.


메일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던 소설은 또 한 번 변신한다. 보통의 소설처럼 두 사람의 예전 이야기를 그저 서술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또 한 번의 변신! 두 사람이 16년 만에 재회한 공간의 이야기는 마치 희곡처럼 두 사람의 대화로 진행된다. 독자는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식을 따라, 16년 전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이후 두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한 사람에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시공간을 넘어 추리해야 한다. 시간도, 공간도 어느 하나 일률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므로. 형식뿐 아니라 두 사람이 주고받는 상상의 이야기들은 두 사람 사이의 빈 시간과 공간을 채워주는 데 일조하게 되고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느라 독자는 더욱 더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따라가며 정말 수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마틸다가 크사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게 되면 이 소설은 결국, 그저 어마어마한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 전율이 얼마나 크던지!


마틸다는 사람마다 '모티브'가 있다고 했다. 그 모티브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면 그 사람의 모든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때문에 이 모티브로 인해 단 한 번뿐인 인생에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 모든 것까지 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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