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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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조합이다. 소크라테스와 프란츠 카프카라니. 내게 카프카는 익숙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렇지 않다. 중,고등학교부터 가장 끔찍하다고 생각했던 분야가 철학이었으니. 그럼에도 철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에 언젠가 꼭 공부해 보아야겠다는 야심은 가지고 있었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을 뿐. 따라서 <변명 vs 변신>이라는 책 표지를 봤을 때,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책 구성이 단순하다. 두 작품에 대한 설명이 담긴 "프롤로그"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프란츠 카프카 <변신>이 끝이다. 사실 이 구성을 보고 조금 설명했는데 프롤로그의 내용이 많은 편이 아니고 단 3장 뿐이어서 두 작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두 작품 내용에 더해 두 작품 속에서 "죽음"이 어떻게 다른지, 표지 그대로 설명을 좀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물론 이건 나의 공부 부족 탓이다. 소크라테스를 처음 접하기도 해서 소크라테스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었다는 데에는 무척 큰 의미가 있었지만 그 안에서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찾아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앞의 설명에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설명이 더해졌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한 후 사형당하기 전 법정에서 변론하는 형태로, 자신이 고발당한 죄목에 대한 부당함을 하나하나 열거한다. 그 변론들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지성과 철학 정신이 잘 드러난다. 또한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듯이 그 이후 내려진 사형 판결에도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나 법의 부당함을 주장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 앞에서도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 잠자는 가정의 가장으로서 마치 노예처럼 돈을 벌어오는 일상에 지친 후 벌레로 변신하며 깨어난다. 쳇바퀴 돌듯 단지 돈벌이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그러나 집안 사람들로부터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고 그것을 깨닫게 된 그레고르는 죽음을 택한다. 그레고르의 죽음은 사실 본인이 아닌 가족, 사회의 탓이다. 때문에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지는 가장 비극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전혀 다른 구성의 두 작품을 비교해 봄으로써 "죽음"이 우리 삶에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좋은 기획은 독서를 즐겁게 한다. 다른 주제로 이런 구성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소크라테스 #프란츠카프카 #죽음 #변명 #변신 #인문학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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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 자폐증 아이와 길고양이의 특별한 우정
루이스 부스 지음, 김혜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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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내 경우 뭣도 모르고 많은 실수를 반복하며 첫째를 키웠고 이제 왠만큼 키웠나~ 싶을 때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 때의 실패를 본보기 삼아 둘째는 좀더 잘 키우고 싶었지만 10년이 넘는 시간도, 새로운 마음가짐도 소용 없이 또다시 실패를 거듭하며 키우고 있다. "나"라는 인간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겠지만 아이마다 성향이나 기질이 모두 다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육아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제일 힘들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저자 루이스 부스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겨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첫째 프레이저를 임신한다. 하지만 임신 과정부터 분만과 그 이후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지친 몸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하루종일 우는 아이를 달랠 길이 없어 아주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아기는 원래 운다고 한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달랐다. 물론 프레이저의 신경질적인 울음이 이유가 있었음은 훨씬 나중인 18개월이나 되어야 밝혀지긴 하지만 루이스에게 주변인들은 아이는 원래 그런 거라고, 그러니 조금만 참고 견디면 된다고 조언한다. 얼마나 힘들고 고독했을지 절로 공감이 갔다. 많은 엄마들에게 주변에서 해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유가 있든 아니든 아이를 키운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기 때문에.


루이스가 프레이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들을 자폐증 진단 후에야 이해할 수 있게 되고나서는 상황은 조금 나아진다. 매일이 전쟁이지만 적어도 이유는 알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루이스는 조금씩 프레이저에게 적응해 나간다.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발견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것이 바로 빌리였다. 버림받은 길고양이 새끼였던 빌리와의 첫 만남부터 둘은 마치 하나 같았다. 프레이저의 어떤 행동도 느긋이 받아들이는 빌리의 행동과 빌리와의 교감은 프레이저를 많이 바꾸어놓았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책에서 루이스가 계속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는, "믿지 못하겠지만~"이다. 그만큼 빌리의 영향력이 컸다. 그 둘이 보여주는 교감은 읽는 독자에게도 큰 감동을 주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빌리라는 고양이 한 마리로 모든 것이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끊임없는 애정과 인내심, 관심을 보여주는 부모가 있었고 주변의 좋은 선생님들과 의료 시스템이 있었다. 하지만 빌리가 없었다면 그 진전은 확실히 훨씬 더디지 않았을까.


#자폐증 #길고양이 #교감 #에세이 #우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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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속담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3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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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빵빵이 시리즈"로 불리는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재미있는 캐릭터 빵빵 가족을 통해 알려주는 시리즈이다. 이미 우리집에는 몇 권이 있는데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한 권, 한 권 늘려가는 중이다.


시리즈 3권은 "속담"! 속담은 예로부터 사람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문구로 교훈과 경계의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말로 일일이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도 속담을 적절히 사용하면 그 상황에 딱 알맞은 표현을 간결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속담은 원래의 의미대로만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속담을 잘 알아두면 어휘력을 높일 수 있고 재치있고 재미있는 표현을 배울 수 있다.




찾아보기 쉽도록 차례는 ㄱ,ㄴ,ㄷ 순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앞에서부터 한 장씩 넘겨가며 이 책을 즐길 수도 있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 부분을 찾아서 정확한 뜻을 알 수도 있다. 구성은 속담을 먼저 알려주고 그 상황을 빵빵 가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그 이후 정확한 풀이를 통해 한 번 더 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는 비슷한 속담을 추가하여 더 많은 표현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대체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단순하지만 개성있는 캐릭터와 그 상황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처음엔 그저 사 모으는 것에만 관심있나 싶었는데 시시때때로 들고 읽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그 이후엔 대화를 하다가 관용어구나 사자성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인정하게 됐다. 아마 그만큼 자주 보다 보니 아웃풋까지 가능하게 된 것 같은데 자주 본다는 건 그만큼 아이에게 쉽고 재미있게 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는 자주, 책 뒷날개를 쳐다보면 다음엔 또 어떤 책을 더할 것인지 고른다. 최근엔 서점에 갔다가 같은 시리즈의 영단어를 선택, 영단어도 아주 많~이 알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ㅋㅋ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빵빵시리즈 #빵빵한어린이속담 #바로알고바로쓰는 #초등도서 #속담 #교육도서 #전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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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1 - 똥개 아니고 번개 낭만 강아지 봉봉 1
홍민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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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도, 나도 "홍민정" 작가에 익숙하다. 7살 하반기부터 읽기 시작한 <고양이 해결사 깜냥>에 완전 빠져들어 읽기 독립을 했고 이젠 더이상 두꺼운 책 읽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 시작은 단연 줄글 책도 만화책처럼 재미있음을 알려 준 "깜냥" 이다. 그 홍민정 작가의 "깜냥" 시리즈를 잇는 강아지 "봉봉" 시리즈가 나왔다.


해결사 고양이에 이어 강아지 봉봉이라니~ 정말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게다가 그 강아지를 수식하는 단어는 "낭만"이 아닌가! ㅎㅎㅎ 낭만이라니~ 이 쬐끄맣고 동글동글한 강아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 만발, 호기심 뿜뿜!이다.




시리즈의 1권인 "똥개 아니고 번개"는 낭만 강아지 봉봉의 등장을 알리는 첫 권이다. 따라서 봉봉이 어떤 면에서 낭만적인지 어떤 모험을 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강아지 봉봉이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는지를 알리는 아주 중요한 권이라고 할 수 있다.


봉봉은 원래 고물상 마당에 묶인 똥개였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놀던 공이 조금만 멀리 있어도 잡을 수 없고 갑자기 들이닥친 길고양이들에게 밥그릇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줄에 메인 신세다. 그런 봉봉에게 어느날 낯선 이가 나타나 간식을 준다. 게다가 자신의 밥을 뺏아먹는 길고양이 볼트와 너트는 봉봉에게 곧 팔릴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봉봉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줄을 끊고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얌전히 있다가 알 수 없는 개장수에게 끌려가 죽을 것인가. 그리고 봉봉은 일생일대의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참 신기하다. 강아지인 봉봉은 낭만 강아지라 고양이들에게 달려들거나 무조건 화부터 내지 않는다 쳐도, 길고양이들인 볼트와 너트 또한 위기에 처한 강아지 봉봉을 다른 뜻 없이 돕기로 한다. 그뿐인가. 개줄을 끊는 역할은 시장 한귀퉁이에서 사는 시궁쥐가 맡는다. 보통 이들의 관계는 쫓고 쫓기는 관계,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라고 하지만 <낭만 강아지 봉봉>을 읽다 보면 정말 그런가? 싶다.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도움이 필요하니까 돕는 거다.


아직은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봉봉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어떤 일을 경험하고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절로 2권이 기다려진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낭만강아지봉봉 #홍민정 #다산어린이 #초등동화 #저학년 #읽기독립 #우정 #친구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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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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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최근 2차 세계대전이 시대적 배경인 책 두 권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전쟁 그 자체를 설명하거나 보여주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끝까지 해 나가고 전쟁 중이기 때문에 나 자신보다 미래를 짊어진 아이들, 혹은 청년들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아주 깊은 감동을 준다.


<파이드 파이퍼>가 어떤 뜻인지 책을 모두 다 읽고 나서야 찾아봤다.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는데 그 뜻,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사실을 알고 전율이 일었다. 주인공 하워드 씨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바로 그 동화책 "피리부는 사나이"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아이들을 동굴 속으로 사라지게 한 건 아니지만.


영국의 한 신사 하워드는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후, 공군이었던 아들을 전장에서 잃는다. 그 소식은 이미 노인인 하워드의 마음을 무척 상하게 해서 한동안 기력을 차릴 수 없는 상태였다. 하워드는 한 몇 주 간혹 낚시를 하며 휴가를 보내곤 했던 프랑스의 한 마을로 마음을 달랠 겸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전쟁 중이었지만 아직 프랑스는 건재했고 앞으로도 영국이 독일에 밀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상이 바뀌고 독일군은 프랑스로 밀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워드는 영국으로 돌아갈 작정을 했고 짐을 꾸리던 중 호텔에서 안면을 익히고 자주 시간을 함께 보냈던 캐버나 부부에게 아이들을 맡아 영국 고모에게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할 수도 있는 그 일을, 하워드는 아이들을 위해 맡기로 한다. 노신사 하워드의 귀향은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처음부터 흥미로웠던 이 이야기는 일행에게 자꾸만 엮이게 되는 또 다른 아이, 또 다른 아이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책 속의 하워드보다 읽는 독자가 더 걱정이 될 정도이다. 내 아이들도, 아주 친한 가족의 아이들도 아닌 길에서 만나 맡게 된 이 아이들을, 하워드는 진심을 다해 보살핀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라서 전쟁의 위험이라든가 자신의 처지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위험해지거나 여행이 지체되어 전쟁의 한가운데로 몰리는 상황은 정말 어쩔 줄 모르게 한다. 그럼에도 하워드는 노인의 인내심과 기지로 혹은 그 진실성으로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하워드를 비롯하여 줄줄이 딸린 아이들은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 속 그림처럼 보이겠다. 그 어떤 사람이 하워드의 여정을 들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워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전쟁의 참혹함 한가운데 둘 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그 많은 일을 해내지 않았을까. 마지막 장을 덮는데 아련한 슬픔과 외로움 등에 한숨이 터져나온다. 제발 이 선량하고 용기있는 노인에게 평화로운 행복감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레이보우퍼블릭북스 #네빌슈트 #파이드파이퍼 #2차세계대전 #장편소설 #감동 #인류애 #전쟁의참혹함 #소설은삶을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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