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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어쩌다 보니 최근 2차 세계대전이 시대적 배경인 책 두 권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전쟁 그 자체를 설명하거나 보여주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끝까지 해 나가고 전쟁 중이기 때문에 나 자신보다 미래를 짊어진 아이들, 혹은 청년들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아주 깊은 감동을 준다.
<파이드 파이퍼>가 어떤 뜻인지 책을 모두 다 읽고 나서야 찾아봤다.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는데 그 뜻,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사실을 알고 전율이 일었다. 주인공 하워드 씨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바로 그 동화책 "피리부는 사나이"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아이들을 동굴 속으로 사라지게 한 건 아니지만.
영국의 한 신사 하워드는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후, 공군이었던 아들을 전장에서 잃는다. 그 소식은 이미 노인인 하워드의 마음을 무척 상하게 해서 한동안 기력을 차릴 수 없는 상태였다. 하워드는 한 몇 주 간혹 낚시를 하며 휴가를 보내곤 했던 프랑스의 한 마을로 마음을 달랠 겸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전쟁 중이었지만 아직 프랑스는 건재했고 앞으로도 영국이 독일에 밀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상이 바뀌고 독일군은 프랑스로 밀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워드는 영국으로 돌아갈 작정을 했고 짐을 꾸리던 중 호텔에서 안면을 익히고 자주 시간을 함께 보냈던 캐버나 부부에게 아이들을 맡아 영국 고모에게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할 수도 있는 그 일을, 하워드는 아이들을 위해 맡기로 한다. 노신사 하워드의 귀향은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처음부터 흥미로웠던 이 이야기는 일행에게 자꾸만 엮이게 되는 또 다른 아이, 또 다른 아이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책 속의 하워드보다 읽는 독자가 더 걱정이 될 정도이다. 내 아이들도, 아주 친한 가족의 아이들도 아닌 길에서 만나 맡게 된 이 아이들을, 하워드는 진심을 다해 보살핀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라서 전쟁의 위험이라든가 자신의 처지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위험해지거나 여행이 지체되어 전쟁의 한가운데로 몰리는 상황은 정말 어쩔 줄 모르게 한다. 그럼에도 하워드는 노인의 인내심과 기지로 혹은 그 진실성으로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하워드를 비롯하여 줄줄이 딸린 아이들은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 속 그림처럼 보이겠다. 그 어떤 사람이 하워드의 여정을 들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워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전쟁의 참혹함 한가운데 둘 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그 많은 일을 해내지 않았을까. 마지막 장을 덮는데 아련한 슬픔과 외로움 등에 한숨이 터져나온다. 제발 이 선량하고 용기있는 노인에게 평화로운 행복감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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