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를 처방합니다 - 나를 알고 사랑하는 이들을 이해하는 심리 카드 29
노우유어셀프 지음, 최인애 옮김 / 마음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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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도 가치관도 마음도 다른 누군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갈등이 일어나고 싸움이 나고 헤어지거나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나 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린 시절의 경험, 환경과 생각들이 모여 내 안에 잠식해 있다가 어느 순간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행동이나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귀찮아서, 생각하기 싫어서 더 복잡해질까봐 자신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이해한다는 건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욱 용기내기 위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심리를 처방합니다>는 29가지 심리 카드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한 카드마다 하나의 주제가 있다. 그 주제에 따른 심리를 자세히 설명하는 페이지와 고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처방이 내려진다. 한 카드 당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지 않아 쉽고 간편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냥 간편하지만은 않다. 나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테니 말이다. 


처방은 다소 아쉽다. 사실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상담을 해야할텐데 내가 이렇게 텍스트로 쓰여진 내용을 읽고 판단을 내리고 이론적인 내용을 실행하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은 터이다. 그러니 내 마음 속 병이나 단점을 고치기 위해 읽기보다는 그저 내 마음을 알아보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카드 1. 애착 유형을 통해서는 내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하고, 카드 3. 완벽주의자를 통해 나 스스로 변명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보고 카드 14. 자기주장성을 통해 이런 심리를 몰랐어도 스스로 성격을 바꾸어왔던 과거의 나를 칭찬하고 카드 26. 아버지를 통해 과거의 나, 우리 아버지와 내 자식들과 내 남편 등 다양한 관계,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해보려고 하기도 했다. 카드 29 독립과 자립을 통해서는 이미 독립하여 가정을 이룬 내가 자립은 했는지 어떻게 자립할 수 있는지를 배우기도 한다. 


모든 페이지를 하나하나 이해하고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내게 부족한 부분만 찾아 읽어도 좋고 재밌을 것 같은 부분만 찾아 읽어도 좋다. 중요한 건 나를 이해할 준비가 되었는가이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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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책 읽어드립니다, 신과 함께 떠나는 지옥 연옥 천국의 대서사시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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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제 막 청소년이 된 내게 엄마가 선물해 주신 건 세계 고전 명작 전집이었다. 책을 좋아하던 내겐 얼마나 크고 행복한 선물이었는지! 그 전집의 첫 번째 책이 단테의 <신곡>이었다. 처음 보는 수준 높은 책들에 감동해서 재미있을 것 같은 책부터 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1권부터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도 안되게 도전~! 그리고 실패! 아마도 중등 3년 동안 부단히도 애썼던 것 같다. 어떻게든 읽어내려고 말이다. 읽었던 데는 넘어가고 다음 도전에서는 그 다음부터 읽었어도 되었을텐데,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지옥편만 7번도 넘게 읽었던 것 같다. 겨우 연옥편까지 넘어간 적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는 읽어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역사적 배경지식도 짧고 원문 그대로를 옮겼던 책이라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뒤편에 설명서가 있었지만 이제 막 동화책을 벗어난 나로선 역부족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단테의 <신곡>이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그때 당시 단테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하고 나서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어릴 때의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말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다. 


이번에 접한 단테의 <신곡>은 아주 쉽게 편집, 축약한 책이다.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깊은 맛은 덜하다. 한 문장 한 문장 의미가 담긴 것들을 이미 풀이해서 짧게 담아 놓으니 분명 놓치고 가는 것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몇 번이나 실패한 사람에게는 한 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책이다. 


단테의 <신곡>은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을 올리는 작품이다. 암흑의 시기였던 중세(모든 것이 교회 중심으로 돌아가던)에 끝을 알리며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로 지어졌다. 누명을 쓰고 자신이 살던 도시에서 쫓겨나고 세상을 떠돌던 단테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자들이나 그동안 자신이 숭배하던 이들, 하느님에 대한 생각을 담아 한 편의 대서사시에 담았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단테 시대 인물들까지 폭넓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를 하나하나 의미있게 읽으려면 꽤나 힘든데 이 책은 간단히 이해하고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한다. 


오랫만에 읽은 <신곡>은 삶에 있어 옳은 길을 제시해주는 듯 했다. 남을 속이는 일, 태만한 일을 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을 보아도 그냥 넘어가지 말고 사랑 충만하게 성실하게 살아가라고 말이다.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크리스트교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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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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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어두워지고 있는 거리 한 연인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이제 17살밖에 되지 않은 이 연인은 뱃속의 아이까지 있어 힘들고 지쳐간다. 그러나 이 낯선 도시의 그 어느 한 명도 이들을 거둬주려 하지 않는다. 지치고 힘든 이들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누군가 이들을 편히 쉬게 해주지 않는다면, 이들 스스로 지낼 곳을 찾아야 한다. 


<3부작>은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 불리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중편 연작 3부작이다.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아슬레와 알리다, 그리고 그들의 아기 시그발에 대한 이야기이다. 17살 어린 연인의 배회로 시작된 이야기는, 아슬레의 기억으로, 알리다의 기억으로 회상된다. 그들이 세상에 그들밖에 남지 않게 된 이유, 그럼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이다. 세상의 단 하나 내 편을 지키기 위해 아슬레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족을 지켜야만 했다. 그런 행동이 남들에겐 옳지 못하건 나쁜 일이건 상관없이.


사실 내겐 너무 벅찬 이야기였다고 고백해야겠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고나선 마침표 하나 없는 이 소설에 당황했다. 중간 중간 쉼표가 주는 의미로 간신히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차츰 적응되고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속에 빠지게 되는 욘 포세의 서사가 감탄스러웠다. 설마...설마 하던 이야기가 두 번째 이야기 [올라브의 꿈]에서 드러나자 많이 불편해졌다. 주인공이, 그래선 안됐던 것 아닌가...하는 느닷없는 도덕성에 빠졌다가 그럼에도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올라브, 아슬레가 안타까워지기도 하면서 가슴이 저릿해졌다. 작가는 바로 그런 것을 의도한 건 아니었을까. 세상의 잣대로 유무를 따지기 전에 한 사람의, 한 연인의, 한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3부 [해질 무렵]에서 그 모든 사랑의 증표 팔찌가 알리다에게 돌아가고 바이올린이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1부에서 긴박한 어린 연인의 이야기에 숨막혔다면, 2부에선 과연 어떤 결과가 될지 가슴 졸이고 3부에선 전체 속의 이 연인 이야기에 경건해진다. 


삶이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절대로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상황에 적응해 살아간다.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내게도 볕이 들까 싶다가도 더 큰 절망이 찾아온다. 그래도... 살아간다. 나중에 훨씬 나중에 이 삶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 모든 절망과 실패와 고통도 내 삶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돌고 돌아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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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I LOVE 그림책
조쉬 펑크 지음, 스티비 루이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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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등장하는 그림책이 몇 권 있지만 대부분 그 사자들은 원래 사자들이 상징하는 그 모습대로일 경우가 많다. 그 사자들보다 훨씬 다정하고 친근한 사자를 만났다. 그것도 허구의 사자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사자들의 이야기로. 




<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에는 뉴욕공공도서관 건물 앞을 지키고 있는 실제 돌사자가 등장한다. 이름도 책 속 그대로 "인내"와 "용기". 1930년대 뉴욕 시장이 경제 대공황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겼던 자질인 인내와 용기로 이름 지어주었다고 한다. 


이 귀여운 돌사자들의 이야기는, 어느 새벽 먼동이 트면서 시작된다. 막 잠에서 깨어난 돌사자 용기는 짝꿍 인내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찾아나선다. 햇살이 널리 퍼져 날이 밝기 전에 인내가 돌아와야 했으니까요.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도서관으로 뛰어들어간다. 인내는 매일 들어가 무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용기는 처음 들어가는 도서관. 너무 넓은 이 공간에서 어떻게 인내를 찾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 작은 조각상도 만나고 벽 속 초상화와 대화도 나누면서 용기는 도서관 탐험에 나선다. 




 용기는 인내를 찾아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이야기의 힘은 크다. 할머니가, 아빠가,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껏 상상하고 날개를 펼친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인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용기에게 콕콕 박혀 소중한 마음이 된 것처럼 아이가 들은 이야기들은 아이들 마음 속에 콕콕 박혀 꿈이, 날개가 된다. 


요즘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책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아직 이야기의 큰 힘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내가 용기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이제 함께 읽게 된 것처럼 아이들도 먼저 재미있는 이야기의 힘을 느낀다면 책을 가깝게 하지 않을까. 


첫째와 달리 둘째를 키우면서는 책 읽어주기가 무척 힘들다. 노는 것이 책 읽는 거였던 첫째랑 다르게 둘째는 움직이면서 손을 사부작대면서 노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억지로 읽히기는 싫다. 많은 에너지를 끄집어내어 아이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줄 힘도 없다. 그래서 아이와는 자기 전에 꼭 책을 읽는다. 자기 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꼭 다시 책을 좋아해줄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을 운운하며 이야기할 때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아이가 더 많은 꿈을 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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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 특서 청소년문학 1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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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라는 시간은, 쉽지 않다. 정서적으로도 불안한데 세상을 자꾸 삐딱하게 보게 되니 온 세상이 나에게 싸움을 거는 것 같고 하는 일마다 될 것도 안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를 수월하게 보냈다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 시기를 그렇게 보냈더라도 언젠가는 그 시기 같은 때가 꼭 오더라면서 말이다. 


내 경우 기질적으로 우울하고 끝도 없는 생각 속에 머물렀던 소심한 아이였다. 사춘기가 시작될 즈음, 할머니의 치매와 부모님의 싸움이 나를 더욱 더 움츠리게 만들었다. 저 땅 속 깊이 들어가고만 싶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버텼던 것 같다. 나와 주변 상황을 차단시키면서. 올바른 해결방법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금도 난 어떤 일이 생기면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 사춘기를 보내다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훨씬 더 조심스러웠다. 내 아이는 그런 어려움 없이 지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6만 시간>은 청소년기의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기는 정말 힘든 시기이다. 앞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탐색해야 하는 동시에 그 미래를 위해 무조건 열심히 공부도 챙겨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주변 상황은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모든 일이 힘들기만 하다. 그 불만과 스트레스는 가끔 엉뚱하게 터지기도 한다. <6만 시간>은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정 환경에 불만을 품고 그 불만을 다른 아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영준이, 집안에서 구박만 받아 자존감도 낮고 자기 주장도 못해 이리저리 치이는 서일이는 요즘 아이들을 대표하는 등장인물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하지만 더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착실히 일하는 짱구형이나 그저 공부만 바라보다 이제 내 길을 찾아 꾸준히 노력하는 서일이 큰누나 같은 롤모델들도 등장한다. 


"머리에 든 것도 없고. 내가 네 나이에 다른 데만 신경 쓰느라고 놓친 게 아주 많거든. 흐흐. 야, 네 나이 때는 네 아니 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이야. 그걸 놓치지 말고 꼭 잡으라는 거지."...228p


이 6만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미래를 많이 달라진다.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들여다 보고 탐색하라는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6만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지나고 보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기에 선배로서,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이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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