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책 읽어드립니다, 신과 함께 떠나는 지옥 연옥 천국의 대서사시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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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제 막 청소년이 된 내게 엄마가 선물해 주신 건 세계 고전 명작 전집이었다. 책을 좋아하던 내겐 얼마나 크고 행복한 선물이었는지! 그 전집의 첫 번째 책이 단테의 <신곡>이었다. 처음 보는 수준 높은 책들에 감동해서 재미있을 것 같은 책부터 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1권부터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도 안되게 도전~! 그리고 실패! 아마도 중등 3년 동안 부단히도 애썼던 것 같다. 어떻게든 읽어내려고 말이다. 읽었던 데는 넘어가고 다음 도전에서는 그 다음부터 읽었어도 되었을텐데,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지옥편만 7번도 넘게 읽었던 것 같다. 겨우 연옥편까지 넘어간 적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는 읽어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역사적 배경지식도 짧고 원문 그대로를 옮겼던 책이라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뒤편에 설명서가 있었지만 이제 막 동화책을 벗어난 나로선 역부족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단테의 <신곡>이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그때 당시 단테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하고 나서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어릴 때의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말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다. 


이번에 접한 단테의 <신곡>은 아주 쉽게 편집, 축약한 책이다.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깊은 맛은 덜하다. 한 문장 한 문장 의미가 담긴 것들을 이미 풀이해서 짧게 담아 놓으니 분명 놓치고 가는 것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몇 번이나 실패한 사람에게는 한 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책이다. 


단테의 <신곡>은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을 올리는 작품이다. 암흑의 시기였던 중세(모든 것이 교회 중심으로 돌아가던)에 끝을 알리며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로 지어졌다. 누명을 쓰고 자신이 살던 도시에서 쫓겨나고 세상을 떠돌던 단테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자들이나 그동안 자신이 숭배하던 이들, 하느님에 대한 생각을 담아 한 편의 대서사시에 담았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단테 시대 인물들까지 폭넓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를 하나하나 의미있게 읽으려면 꽤나 힘든데 이 책은 간단히 이해하고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한다. 


오랫만에 읽은 <신곡>은 삶에 있어 옳은 길을 제시해주는 듯 했다. 남을 속이는 일, 태만한 일을 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을 보아도 그냥 넘어가지 말고 사랑 충만하게 성실하게 살아가라고 말이다.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크리스트교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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