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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3 - 만화로 떠나는 벨에포크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ㅣ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3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2월
평점 :
"라 벨르 에뽀끄"는 1871년부터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까지의 시대를 말한다고 한다. 산업 혁명 이후 그 특수를 마음껏 누린 유럽의 잘 사는 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바로 라 벨르 에뽀끄이다. 책 <라 벨르 에뽀끄> 시리즈는 바로 그 시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1권에선 라 벨르 에뽀끄 시대가 오기 직전까지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식민지를 많이 가졌던 제국 열강과 부자, 귀족들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시대가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2권에선 본격적으로 라 벨르 에뽀끄 시대를 설명했다. 각 계층에서 유명했던 이들의 삶과 그 시대에서 허용되었던 멋, 반대로 마음껏 아름다운 시대를 만끽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항으로 일어나 아나키스트나 에밀 졸라의 드레퓌스 사건까지. 2권은 그야말로 숨가쁜, 그러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3권에선 마무리 느낌이 강하다. 제국 열강들의 횡포에 맞서지만 이미 안에서부터 썩어서 전쟁에 질 수밖에 없었던 청나라와 더불어 깨지기만 했던 조선, 이 와중에 열강 틈에 끼어 점점 힘을 길러가던 일본의 청일, 러일전쟁 이야기가 앞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역사와 떼어낼 수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게 된다.
뒷부분은 다시 파리의 몽마르트르로 돌아와 피카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라 벨르 에뽀끄 시대에 어쩌면 가장 풍요롭게 꽃 피웠던 장소로 돌아온 것이다. 그 이후 챕터 15는 아름다운 시절을 뒤로 하고 1차 세계 대전의 발발로 이어진다. 그러고나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러시아의 황제와 민중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길고 긴, 감명깊은 대하소설을 읽은 듯 긴 숨을 쉬게 된다. 한 권의 분량이 결코 짧지 않다. 만화이지만 글자 가득한 페이지라 읽는데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한 호흡으로 읽을 수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에 살다 온 기분이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항상 근현대사가 쉽지 않았다. 내가 겪어보지도, 겪어볼 수도 없는 시대라서가 아니라 너무나 많은 일이 한 번에 일어났고 그 하나하나를 이해하기도 힘들고 한데 아우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 벨르 에뽀끄>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하다. 참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음에도 하나 산만하지 않고 하나로 엮어지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 덕분인 듯하다. 읽는 내내 지적 호기심 충족으로 아주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