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국어 뿌리 공부법 - 흔들리지 않는 공부 실력을 지닌 아이들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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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다. 읽고 쓰고 베끼고 하다 보니 특별히 국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왠만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고전 시가나 문법은 가끔 구멍을 보이긴 했어도 말이다.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첫째는 나보다 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고 그래서 특별히 받아쓰기나 국어 공부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띄어쓰기, 맞춤법, 글쓰기도 척척이었다. 언제까지? 중학생 때까지. 고등학생이 되고 모의고사를 보고 내신 점수가 나오자 남들처럼 국어학원을 보냈어야 했나~하는 후회가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 때와는 공부의 양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과 고등학교 국어에는 책을 통해 배울 수 없는 많은 분야(이미 내가 실패했던 문법과 고전 시가 같은 분야들)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내년에 학교에 들어간다. 바쁘다는 핑계로 둘째의 한글은 방치되었고 그러는 동안 스스로 친구들과 이름 쓰기를 하며 깨우쳤다. 그런데 이대로 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초등 국어 뿌리 공부법>을 만났다. 


<초등 국어 뿌리 공부법>은 TV에도 자주 나오던 민성원 교육 전문가가 '국어가 모든 공부의 뿌리이자 명문대 입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쓴 책이다. 때문에 이 책에는 흔들리지 않는 공부 실력을 만드는 국어 공부법을 총정리해서 담았다고 한다. 1부는 초등 국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2부는 어릴 때부터 습관 들이는 국어 공부 8가지 방법, 3부는 각 시기마다 할 수 있는 맞춤 공부법, 4부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궁금해 할 질문과 답으로 구성된다. 


국어 공부가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다. 우리 교육이 워낙 이리저리 바뀌기도 했지만 그보다 우리가 한국말을 쓰는 한국인인데 따로 무슨 공부가 필요할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사실 초등학교에 보내 본 학부모라면 국어의 중요성을 뼈저릭데 느끼기도 한다. 수학 서술형을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조금 긴 비문학 지문을 읽고 이해를 하지 못한다거나 쉬운 동화책의 경우도 전혀 다르게 혹은 읽었지만 기억하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학부모들은 그때서야 뒤늦게 논술 학원을 찾거나 국어 학원을 찾는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가고 전체 책의 내용을 확인하고 글쓰기에 집중하는 논술 학원이나 문법과 외워야 할 것만 정리해서 가르치는 국어 학원을 통해서는 해결법을 찾지 못한다. 


사실 이런 문제들을 포함해서 모든 아이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읽고 말하고 듣고 쓰는 법을 배웠어야 했다. 어릴 적 엄마, 아빠 앞에서 말하기를 배울 때부터, 엄마 아빠 무릎에서 읽어주시는 그림책을 들으면서부터, 혼자 읽기 독립을 시작할 때부터, 학교에 들어가 쓰기를 배우면서부터 세심하게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거라며 그 모든 것들을 학습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점점 읽기 싫고 쓰기 싫어지게 되고 그렇게 국어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엄마가 모두 해야 하는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이러다 실패하면 안되니까 책 속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민성원 연구소를 찾아가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내 아이를 제대로 말하고 읽고 듣고 쓰게 하기 위해선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꽤나 자세히 설명해준다. 심지어 어떤 교재를 사용하고 어떤 책을 읽으면 되는지도. 초등 국어뿐만 아니라 초등 국어에서부터 고등 국어까지 자세한 공부법이 나와있으니 자신만의 가치관과 기준을 잘 잡고 따라가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공부법은 비단 국어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결국 평생 자신의 자양분이 될 공부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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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장미 인형들
수잔 영 지음, 이재경 옮김 / 꿈의지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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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를 볼 땐, 참 가벼운 소설이겠거니~ 했었다. 비록 제목에 "깨어난"이라느니 "장미"라느니..."인형"이라느니 심지어 이것들이 모두 합쳐져 뭔가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구성되었지만 무척이나 예쁜 표지가 그런 제목을 싸그리 무시하게 했다. 물론 앞 표지에는 "<시녀 이야기>의 계보를 이을 젊은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쓰여 있어서 대강의 내용은 파악이 됐다. 그래서 더, 주제는 있지만 가벼운 소설일 거라 내 맘대로 상상했나 보다. 


처음부터 소설은 진도가 무척 빠르다. 필로미나의 1인칭 시점으로 벌어지는 사건과 필로미나의 시선, 생각들이 엉켜서 뭔가 괴리감을 느끼게 되면... 그때부터는 헤어나올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를 보살피는 남자들을 노엽게 해서는 안 된다."...32p


이때부터였나 보다. 도대체 이 소설이 어느 시대 이야기인지 앞 표지를 들춰 작가 연혁도 읽어보고(몇 년생인지 나와있지가 않다.)  자꾸만 뒤 페이지를 들춰보았던 게. 나로선 요즘 시대에 어린 학생이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됐기 때문인데, 그렇게 뒤 페이지를 들춰보다 찾아낸 건, 이 책이 크라우드 펑딩으로 제작비 일부가 충당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우와~! 나도 알았다면 일조했을텐데... 그만큼 가치있는 책이다. 


필로미나가 소속되어 있는 학교는 무척 폐쇄적이다. 아름답고 총명한 여자 아이들을 전국에서 선별해 뽑아 교육하는 이 학교는 이 여학생들을 가장 훌륭한 여성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조금의 흠집이나 잘못된 예절은 용납되지 않는다. 처음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소중하게 이 학생들을 보호하나 싶다가도 뭔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입 다물고 듣기만 하라거나 닥치고 시키는 대로나 하라거나..하는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뱃속이 뒤틀리기 시작하고 가슴이 쿵쾅대고 답답해진다. 도대체 이 학교가 뭔데? 뭘 하는 학교길래 21세기에 여자 아이들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것들을 가르치나 싶다. 


필로미나가 깨어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그의 말투가 내 피를 분노로 끓게 한다. 레베카에게 그따위로 말하지 말라고 쏘아붙이고 싶다. 이곳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비정상인지, 이제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그게 보일수록 - 그걸 바꾸고 싶어진다."...194p


필로미나를 응원하게 된다. 제대로 깨어나 모든 걸 바꿔보라고. 너무 위험하면 그곳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라고.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그렇게 자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문제 의식은 할 수 있지만 그 뒤까지 생각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적어도 우리 딸들은 그렇지 않기를~. 도대체 어느 시대 이야기야~하던 생각도 잘못임을 깨닫는다. 아직도 우리는 조용하기를, 입 다물고 가만히 있기를, 시키는 대로만 하기를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어도 그러한 것들은 무의식중에 세뇌당하고 있다. 또한 더욱 심한 강요가 이 세상 어딘가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포일러가 될까 결말 부분을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뒷부분의 설정은 사실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굳이 SF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서이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였다면 훨씬 더 주제가 강조되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분명 의미있는 책이다. 순식간에 마음 졸이며 읽을 만큼 재미와 주제까지 모두 갖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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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줄리아 새뮤얼 지음, 김세은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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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작년 5월 23일 왼쪽 마비로 쓰러진 지 딱 11개월 만인 지난 4월 23일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다. 이 시간이 마치 꿈을 꾼 듯, 영화를 본 듯하다.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난다. 날짜를 보니 벌써 한 달이나 흘러갔는데도. 그렇다고 나의 일상이 무너져내리거나 시도때도 없이 엄마가 생각나 하염없이 울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울증에 걸렸던 사촌 시누이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지인처럼이 아닌 나 자신에게 죄의식을 갖을 정도이다. 나 이래도 되나? 하고. 나보다는 매일 술만 드시는 아빠 걱정에, 가끔 할머니에 대해 묻는 둘째의 물음에 어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 이야기를 하며 추억했다가 밤엔 핸드폰 속 엄마 사진을 보며 찔끔댄다. 이게 맞는 건가? 궁금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이란 제목은 나 같은 사람에게 얼마나 시기 적절한 제목인지. 마치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위로 받고 아빠도 위로해 주고 내 딸에게 자연스럽게 대답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맞나 싶던 것들이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저자 줄리아 새뮤얼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심리치료사로 30년 가까이 사별의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전문으로 치유해 온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책은, 자신이 만난 수많은 사례들 중 가장 보편적이면서 다양한 케이스(사람은 누구나 다른 양상을 보이므로)를 뽑아 전달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슬픔을 이겨냈는지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책은 크게 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랑하는 사람 누구의 죽음인지에 따라 5장으로 나뉜다. 배우자나 부모, 형제자매, 자녀와 자신의 죽음까지. 자신의 죽음을 맞딱뜨렸을 때의 이야기까지 구성된 것이 특히 좋았다. 우리 엄마는 자신이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알려줘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죽음을 맞았기에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 뒤의 두 장은 사별 후의 마음을 키우기 위한 마음 기둥에 대한 것과 가족과 친구들의 역할로 구성된다. 사실 내겐 뒷부분의 행동지침보다는 앞부분의 사례 속 설명이 훨씬 와 닿았다. 내가 해야 하는 행동보다는 지금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와 애증의 관계였다. 다들 엄마랑 딸은 그렇다고 하던데 우린 좀 더 심했다. 워낙 무뚝뚝한 딸에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엄마가 만나면 스파크만 튀었다. 엄마니까 사랑하지만 다른 시집 간 딸들처럼 친정에 가야 안심되고 보호받는 느낌이 아닌, 어떡하면 안갈 수 있나, 잔소리 좀 그만 듣고 싶다...하던 딸이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쓰러졌다. 나는 한 번도 아빠보다 엄마가 먼저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워낙 건강하셨고 활기찬 분이셔서. 뇌종양이라는 병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처음엔 운동 신경이, 그 다음엔 정신이 무너진다. 그런 엄마 앞에서 전처럼 똑같이 화를 내고 할 말 다 할 수가 없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대신 매일 엄마를 보러 병원에 다녔다. 아침에 아이 유치원 보내고, 병원으로 가서 잠깐 같이 보내다 점심까지 먹여드린 후 집에 와서 오후 일을 했다. 일을 마치면 미처 저녁할 시간이 없어 시켜먹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나의 체력도, 시간도, 더불어 경제적으로까지 압박이 왔지만 버텼다. 아마도 내가 엄마와 보낸 그 1년 여의 시간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나는 엄마를 잘 보내드릴 수 있었나 보다. 만약 엄마가 나에게 11개월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 후회하는 딸로 남았을지도. 


먼저 겪으신 선배님들께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각이 난다고, 눈물도 더 난다고 많이들 얘기해주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었기에 나를 이해할 수 있었고 스스로 대견스러워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직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 책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곁에서 이런 말 만은...정도만 알아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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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 9 : 당태종전 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 9
송언 지음, 김용철 그림, 조현설 해제 / 파랑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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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태종전>이라니! 제목만 들으면 절대로 우리 고전같지가 않다. 우리나라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중국 당나라 태종의 이야기이니 당연히 중국의 고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당태종전>은 우리나라 고전이 맞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지식인에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심지어 <당태종전>은 우리 국문 소설이다. 작자와 연대 미상이지만 분명 우리 한글로 씌여진 고전이다. 때문에 연대 미상이지만 조선시대 고전 소설로 추정되나 보다. 


몇몇 고전 소설을 즐겨 읽어봤지만 <당태종전>은 시작도 특이하다. 황제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인물들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어리둥절~! 조금 이야기가 진행되고 나서야 아하~! 했는데 그 연결고리가 좀 뜬금없기도 하고 황제의 여행을 위해 어쩌면 필연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신기했다. 




어느 화창한 봄, 늙은 나무꾼과 고기 잡는 늙은이가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혼자 사는 재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나무꾼이 고기가 잘 잡히는지 물어보자 고기 잡는 늙은이는 그렇다며 저 강 마을에 운수 선생이 있는데 그가 어디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콕콕 알려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물고기 한 마리가 우연히 듣고는 용왕을 찾아가 하소연 하고, 용왕은 운수 선생을 혼내주기 위해 찾아가 내기를 한다. 하지만 운수 선생은 만만찮은 상대가 아니라 용왕이 지게 되고 자신이 내놓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황제를 찾아간다. 


여기까지가 황제의 등장 전 이야기이다. 정말 긴긴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읽다보면 후다닥이다. 그저 왜 황제가 안나오나 궁금하기만 했을 뿐~! 이제 황제가 등장했으니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어진다. 




용왕이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황제를 찾아가 옥황상제의 행동 대장 신하 위징을 자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황제는 깜빡 잠이 들고 결국 용왕은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그 후 원한을 산 용왕은 꿈마다 찾아와 황제를 괴롭히고 황제는 시름시름 앓게 된다. 


사실 <당태종전>은 당나라 태종이 지옥이라는 곳을 다녀온 후 그의 삶이 달라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까지 가는 길이 정말 길다. 자칫 읽다가 길을 잃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그 과정 자체도 지루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용왕이지만 실수할 수 있고 더 높은 옥황상제에게 혼날까 속이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남에게 부탁하기도 하는 등 용왕의 모습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은 아닌데, 그 모습이 오히려 굉장히 인간적이고 결국 벌을 받는 과정을 통해 교훈도 얻게 된다. 


황제가 죽음에 이르게 되자 신하 위징은 저승 세계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황제를 위기로부터 구하고자 한다. 때문에 황제는 죽음의 수순이 아닌 염라대왕의 도움으로 저승 세계를 여행하고 깨달음을 얻은 뒤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다. 




"아, 결국은 이승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저승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로구려. 그것도 모르고 제 욕심만 차리느라 사람들이 아옹다옹 사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구려."...57P


황제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다. 주변에서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이고 모자란 것이 없이 자신을 위한 생활을 해왔음이 틀림없다. 물론 당 태종은 당나라를 새로 일으켜 세운 사람이니 태어나면서부터는 아닐지라도 황제가 된 순간부터는 자신을 위해 살아왔을 터였다. 하지만 저승에서 남에게 베푼 것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삶을 살거나 이승에서 살았던대로 그대로 벌을 받는 모습을 보며 이승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당태종전>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뒷쪽의 삼장법사 이야기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이다. 여기서 <서유기>가 왜 나오지? 하고 말이다. <당태종전>은 그런 재미가 있다. 우리 조상들의 이념, 생각, 가치관들이 조용조용 묻어 있다. 기본적으로는 불교 사상을 담고 있지만 결국 지금의 삶에서 최선을 다해 나만이 아닌 남을 배려하며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전혀 교훈적이지만은 않고 굉장히 스펙타클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가 쑥쑥 진행되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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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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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들 중 제일 먼저 흥미를 가졌던 건 <올랜도>였다. 영화 포스터의 아주 강렬한 느낌 때문이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조금 찾아보니 원작이 있었고 작가가 버지니아 울프였던 것. 영화보단 책이 먼저라는 나름의 고집 때문에 <올랜도>를 읽었는데 영화 포스터를 보며 키운 상상했던 작품과는 많이 달라서 당황했던 기억과 그만큼의 놀라움을 느꼈던 책이었다. 당황은 SF나 신나는 판타지가 아니어서였지만 놀라움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어서다. 


그러고나서야...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가 보였다. 그녀의 인생에 대한 일러스트 책을 보고선 그녀의 마지막 길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번 <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자신이 살았던 상황과 그 전 시대, 미래 시대까지 내다보며 여성들의 위치에 대해 맹렬하게 고민한 그녀의 인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작가를 이해하는 것보단 자신을 드러내는 에세이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쉽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수많은 버지니아 울프의 책들 중 <자기만의 방>이라는 수필을 선택하고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를 선택한 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솔직히 읽기가 아주 쉬웠다고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이해가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설명을 따라가는 건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져도 벗어나기 일쑤였다.(아마도 나의 배경지식 탓이 아닐까 싶다. 그 시대에 대한 이해도나 작가들에 대한 지식이 딸리다 보니 설명을 읽고 궁금해 하고 그러다 보면.. 중심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힘은 그녀의 생각에 완전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 시대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내 어린 시절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상황이다. 아직도 여성들은 자신의 온전한 독립을 위해 경제적으로, 공간적으로 독립이 필요하다. 그런 사실을 이렇게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전 시대의 몇 되지 않는 여류 작가들을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 독립을 하면 얼마나 자유로워지고 얼마나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내가 기를 쓰고 아이를 일찍 재운 후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나만의 시간, 공간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자녀를 위해, 남편을 위해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내겐 그 무엇보다 나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버지니아 울프 시대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르고 분명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남성들과 똑 같은 삶의 자유를 누리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의 이런 생각을 밝히면 엄청 공격적인 "페미니스트"로 낙인 찍히는 세상이 아닌가. 내 딸들의 시대에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각자의 삶에 충실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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