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좀 빌립시다! -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
칼린 베차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컴퍼니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여름이면 방송되던 "전설의 고향" 속 몇몇 장면들은 지금까지 눈에 선하다. 파묻힌지 얼마 되지 않은 묘에서 벌떡 일어나는 시체라든가, "내 다리 내 놔~~"라며 뒤쫓아오는 장면 같은 것들... 난 그다지 피라든가 하는 것들이 무섭지는 않지만 유독 귀신을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아마도 그래서 그런 시체의 모습들은 아주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나 보다. 좀 커서는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시체를 무척 궁금해했던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 당연히 로봇 종류인 줄 알았는데 원작을 읽다 보니 시체들의 짜깁기 생명이라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특히 그 책의 작가인 셸리의 남편과 그의 전부인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으면 그당시 사회에 사람들이 시체, 혹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데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대강 상상할 수 있다.


<뇌 좀 빌립시다!>라는 책을 읽게 된 건 그런 여러 호기심에서부터 비롯된다. 이젠 무섭다기보다는 무척 궁금한 사람으로서 삶의 마지막 여정인 죽음 이후에 남은 시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하고 말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고나선 우리 큰 아이를 키울 때 한창 유행했던 "앗 시리즈"가 생각났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오히려 아이들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은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각 인물들의 시체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 인물이 살아있을 때의 임팩트 있는 이야기, 그 시체의 중심 이야기와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진다. 예를 들면 루이 14세의 사후 심장만 따로 돌아다니게 된 사연, 그 심장의 최후, 심장 이외 시체의 행방, 식인 성향의 사람들 이야기... 식으로. 그래서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읽었지만 여러 이야기를 돌고 돈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시체 일부분이 몸과 함께 안식을 얻지 못하고 떠돌아 다닌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워낙 유명한 이들이기에 그들의 일부분이라고 갖고 싶었던, 혹은 그들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행동을 생각하면 일순 이해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교 이념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되기도 한다. 시체를 무서운 것으로 보기보단 인생의 마지막 남겨지는 것이므로 그것조차 잘 마무리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잡다한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한층 더 상식을 쌓게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모자 이야기
아리시마 다케오.오가와 미메이 지음, 박은희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아주 예전에 막 4살이 된 큰아이를 데리고 아름다운 가게에 방문했다가 아주 특별한 책을 한 권 만난 적이 있다. 수많은 중고도서 가운데 낡은 책 한 권이었는데 유아용 일본 그림책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 번 읽어줬더니 무슨 뜻인지 몰라도 그 운율이 마음에 꼭 들었는지 좋아해서 구입해 집으로 가져와 매일같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읽어주면서 했던 생각이 참 일본스럽다~였다. 별 거 아니고 그냥 2~3세용 그림책이었는데도 그랬다. 


<내 모자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참 일본스럽네~하고 생각하다 보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다른 나라들 소설이나 그림책, 동화책은 특별히 구별이 되지 않는데 유독 일본 책들은 구별이 가능하다. 특유의 문화가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그런 것 같다. 그것이 좋기도 하고 때로는 거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 내 모자 이야기>는 일본의 대표 동화작가 아리시마 다케오와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 네 편씩 8편을 담고 있다. 아리시마 다케오의 작품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이라는 소제목을,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들은 "소중한 생명"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소제목이 두 작가의 작품성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아리시마 다케오의 작품들은 대부분 한 사건을 통한 아이들의 심리를 아주 분명하고 세세하게 표현하는 작품들이다. <한 송이 포도>는 우리나라 작가 현덕의 <하늘은 맑건만>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이의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다른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다. 살고자 하는 욕심이나 걱정, 두려움 등의 심리를 사건과 함께 아주 잘 표현한다. 다만 그 설정들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조금 무섭기도 하다. 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이 어린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들은 옛날 동화스럽다. 자연 현상이나 동물들을 등장시켜 마치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저절로 깨닫게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동화책이나 요즘 스타일의 동화책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동화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를 직접 방문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는 책을 통해 그 나라를 접하면 훨씬 더 넓은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다. 무조건 싫다고 배척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책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당연히 내가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책들처럼. 하지만 막상 줄거리라도 기억해 볼라치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당연하다. 읽지 않았으니까. 나 또한 몇 년 전부터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어보겠노라고 다짐했었지만 쉬이 기회가 나지 않았다. 이제 읽는 거라면 편집본이 아닌 제대로 된 완역본으로 읽고 싶었고 제대로 정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아무리 청소년에게 권장되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19세기를 이해하며 어른의 시각으로 읽기엔 많은 시간이 소비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로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는다. 지금까지 접했던 아이들이 쉽게 읽기 좋은 책이 아니다. 각 챕터를 소개하는 듯한 본문의 요약문이 챕터 제목인 것도 신기하고(이미 <피노키오>를 통해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목은 만날 때마다 신기하고 어색하다) 19세기 날것의 문체도 짜릿하다. 무엇보다 다소 처음 접하는 것 같은 이런 분위기에도 금새 끌어당기는 흡인력에 다시 한 번 찰스 디킨스의 능력에 놀라게 된다. 구빈원이니 교구위원이니 낯선 단어들 사이에서도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이야기가 눈 앞에서 펼쳐진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처럼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현대 소설과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무척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다. 무엇보다 그저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엄마가 어디 출신인 줄 모른다는 이유로 거리에 내팽개쳐진, 나라의 아이가 된 올리버의 인생 역경에 함께 공감하고 걱정하고 안타까워 한다. 주변의 나쁜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나쁠 수가 있는지 치를 떨어보지만 그 또한 지금 우리 사회 속 어떤 인물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200년 전의 이야기여도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위대한 작품임을 깨닫는다. 


당시의 사회상, 특히 신 구빈법을 극렬하게 풍자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이 작품은 올리버를 통해 얼마나 부모 없는 아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람 취급 받지 못하며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하층민들의 삶도 올리버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작가의 위대함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우선 우리 집엔 <파인드 미>의 앞편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영화 한 편과 영어 원서 한 편이 있다.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잘 생각은 나지 않는다. 일단 영어 원서는 내가 능력이 되지 않아 읽을 수 없고 그 책을 다 읽을 딸과 함께 보려고 미리 다운받아 놓았던 영화였다. 딸은 학업에 밀려 아직 책에 손도 못 댄 상태로 이렇게 속편 소설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부랴부랴 나부터 영화를 보았다. 딸과 함께 보았다면... 많이 민망했을테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나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퀴어 영화인 걸 몰랐어서가 아니라 인터넷 서치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감상과 나의 감상이 너무 달라서. 물론 감상이란 건 각 개인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만 왠지 나만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잠시 보류. <파인드 미>를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다소 감정이입이 힘들었다...고 이야기해야겠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의 엘리오와 올리버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면부터 전혀 공감이 되지않아 다소 꼰대스러운 결론을 내게 되더니만 <파인드 미>속 사랑들에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아니 사랑이라기 보다는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 이게 한국인이라는 정서라서 그런지, 40대 중반의 거의 다 큰 딸을 키우는 부모라서 그런 건지,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내 성격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 모든 것들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를 볼 때부터 소설로 읽었다면 조금 더 공감이 쉬웠을까 싶었던 장면이 몇 있었다. 의미있는 장면이지만 영화에서는 아주 짧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을 문장으로 읽는다면 좀더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아서였는데, <파인드 미>를 읽으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결국 작가는 "벽 없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안위를 챙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뭔가 안될 것 같아서, 버릴 수 없어서, 지금이 더 편해서 불나방처럼 뛰어들 수 없는 여러 사랑을 포기하지 말고 지금 내 눈앞의 사랑이 평생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앞뒤 보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3 - 만화로 떠나는 벨에포크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3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 벨르 에뽀끄"는 1871년부터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까지의 시대를 말한다고 한다. 산업 혁명 이후 그 특수를 마음껏 누린 유럽의 잘 사는 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바로 라 벨르 에뽀끄이다. 책 <라 벨르 에뽀끄> 시리즈는 바로 그 시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1권에선 라 벨르 에뽀끄 시대가 오기 직전까지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식민지를 많이 가졌던 제국 열강과 부자, 귀족들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시대가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2권에선 본격적으로 라 벨르 에뽀끄 시대를 설명했다. 각 계층에서 유명했던 이들의 삶과 그 시대에서 허용되었던 멋, 반대로 마음껏 아름다운 시대를 만끽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항으로 일어나 아나키스트나 에밀 졸라의 드레퓌스 사건까지. 2권은 그야말로 숨가쁜, 그러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3권에선 마무리 느낌이 강하다. 제국 열강들의 횡포에 맞서지만 이미 안에서부터 썩어서 전쟁에 질 수밖에 없었던 청나라와 더불어 깨지기만 했던 조선, 이 와중에 열강 틈에 끼어 점점 힘을 길러가던 일본의 청일, 러일전쟁 이야기가 앞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역사와 떼어낼 수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게 된다. 

 

뒷부분은 다시 파리의 몽마르트르로 돌아와 피카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라 벨르 에뽀끄 시대에 어쩌면 가장 풍요롭게 꽃 피웠던 장소로 돌아온 것이다. 그 이후  챕터 15는 아름다운 시절을 뒤로 하고 1차 세계 대전의 발발로 이어진다. 그러고나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러시아의 황제와 민중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길고 긴, 감명깊은 대하소설을 읽은 듯 긴 숨을 쉬게 된다. 한 권의 분량이 결코 짧지 않다. 만화이지만 글자 가득한 페이지라 읽는데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한 호흡으로 읽을 수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에 살다 온 기분이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항상 근현대사가 쉽지 않았다. 내가 겪어보지도, 겪어볼 수도 없는 시대라서가 아니라 너무나 많은 일이 한 번에 일어났고 그 하나하나를 이해하기도 힘들고 한데 아우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 벨르 에뽀끄>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하다. 참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음에도 하나 산만하지 않고 하나로 엮어지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 덕분인 듯하다. 읽는 내내 지적 호기심 충족으로 아주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