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 9 : 당태종전 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 9
송언 지음, 김용철 그림, 조현설 해제 / 파랑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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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태종전>이라니! 제목만 들으면 절대로 우리 고전같지가 않다. 우리나라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중국 당나라 태종의 이야기이니 당연히 중국의 고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당태종전>은 우리나라 고전이 맞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지식인에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심지어 <당태종전>은 우리 국문 소설이다. 작자와 연대 미상이지만 분명 우리 한글로 씌여진 고전이다. 때문에 연대 미상이지만 조선시대 고전 소설로 추정되나 보다. 


몇몇 고전 소설을 즐겨 읽어봤지만 <당태종전>은 시작도 특이하다. 황제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인물들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어리둥절~! 조금 이야기가 진행되고 나서야 아하~! 했는데 그 연결고리가 좀 뜬금없기도 하고 황제의 여행을 위해 어쩌면 필연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신기했다. 




어느 화창한 봄, 늙은 나무꾼과 고기 잡는 늙은이가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혼자 사는 재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나무꾼이 고기가 잘 잡히는지 물어보자 고기 잡는 늙은이는 그렇다며 저 강 마을에 운수 선생이 있는데 그가 어디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콕콕 알려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물고기 한 마리가 우연히 듣고는 용왕을 찾아가 하소연 하고, 용왕은 운수 선생을 혼내주기 위해 찾아가 내기를 한다. 하지만 운수 선생은 만만찮은 상대가 아니라 용왕이 지게 되고 자신이 내놓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황제를 찾아간다. 


여기까지가 황제의 등장 전 이야기이다. 정말 긴긴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읽다보면 후다닥이다. 그저 왜 황제가 안나오나 궁금하기만 했을 뿐~! 이제 황제가 등장했으니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어진다. 




용왕이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황제를 찾아가 옥황상제의 행동 대장 신하 위징을 자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황제는 깜빡 잠이 들고 결국 용왕은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그 후 원한을 산 용왕은 꿈마다 찾아와 황제를 괴롭히고 황제는 시름시름 앓게 된다. 


사실 <당태종전>은 당나라 태종이 지옥이라는 곳을 다녀온 후 그의 삶이 달라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까지 가는 길이 정말 길다. 자칫 읽다가 길을 잃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그 과정 자체도 지루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용왕이지만 실수할 수 있고 더 높은 옥황상제에게 혼날까 속이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남에게 부탁하기도 하는 등 용왕의 모습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은 아닌데, 그 모습이 오히려 굉장히 인간적이고 결국 벌을 받는 과정을 통해 교훈도 얻게 된다. 


황제가 죽음에 이르게 되자 신하 위징은 저승 세계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황제를 위기로부터 구하고자 한다. 때문에 황제는 죽음의 수순이 아닌 염라대왕의 도움으로 저승 세계를 여행하고 깨달음을 얻은 뒤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다. 




"아, 결국은 이승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저승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로구려. 그것도 모르고 제 욕심만 차리느라 사람들이 아옹다옹 사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구려."...57P


황제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다. 주변에서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이고 모자란 것이 없이 자신을 위한 생활을 해왔음이 틀림없다. 물론 당 태종은 당나라를 새로 일으켜 세운 사람이니 태어나면서부터는 아닐지라도 황제가 된 순간부터는 자신을 위해 살아왔을 터였다. 하지만 저승에서 남에게 베푼 것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삶을 살거나 이승에서 살았던대로 그대로 벌을 받는 모습을 보며 이승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당태종전>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뒷쪽의 삼장법사 이야기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이다. 여기서 <서유기>가 왜 나오지? 하고 말이다. <당태종전>은 그런 재미가 있다. 우리 조상들의 이념, 생각, 가치관들이 조용조용 묻어 있다. 기본적으로는 불교 사상을 담고 있지만 결국 지금의 삶에서 최선을 다해 나만이 아닌 남을 배려하며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전혀 교훈적이지만은 않고 굉장히 스펙타클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가 쑥쑥 진행되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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