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줄리아 새뮤얼 지음, 김세은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엄마는, 작년 5월 23일 왼쪽 마비로 쓰러진 지 딱 11개월 만인 지난 4월 23일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다. 이 시간이 마치 꿈을 꾼 듯, 영화를 본 듯하다.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난다. 날짜를 보니 벌써 한 달이나 흘러갔는데도. 그렇다고 나의 일상이 무너져내리거나 시도때도 없이 엄마가 생각나 하염없이 울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울증에 걸렸던 사촌 시누이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지인처럼이 아닌 나 자신에게 죄의식을 갖을 정도이다. 나 이래도 되나? 하고. 나보다는 매일 술만 드시는 아빠 걱정에, 가끔 할머니에 대해 묻는 둘째의 물음에 어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 이야기를 하며 추억했다가 밤엔 핸드폰 속 엄마 사진을 보며 찔끔댄다. 이게 맞는 건가? 궁금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이란 제목은 나 같은 사람에게 얼마나 시기 적절한 제목인지. 마치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위로 받고 아빠도 위로해 주고 내 딸에게 자연스럽게 대답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맞나 싶던 것들이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저자 줄리아 새뮤얼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심리치료사로 30년 가까이 사별의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전문으로 치유해 온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책은, 자신이 만난 수많은 사례들 중 가장 보편적이면서 다양한 케이스(사람은 누구나 다른 양상을 보이므로)를 뽑아 전달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슬픔을 이겨냈는지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책은 크게 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랑하는 사람 누구의 죽음인지에 따라 5장으로 나뉜다. 배우자나 부모, 형제자매, 자녀와 자신의 죽음까지. 자신의 죽음을 맞딱뜨렸을 때의 이야기까지 구성된 것이 특히 좋았다. 우리 엄마는 자신이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알려줘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죽음을 맞았기에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 뒤의 두 장은 사별 후의 마음을 키우기 위한 마음 기둥에 대한 것과 가족과 친구들의 역할로 구성된다. 사실 내겐 뒷부분의 행동지침보다는 앞부분의 사례 속 설명이 훨씬 와 닿았다. 내가 해야 하는 행동보다는 지금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와 애증의 관계였다. 다들 엄마랑 딸은 그렇다고 하던데 우린 좀 더 심했다. 워낙 무뚝뚝한 딸에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엄마가 만나면 스파크만 튀었다. 엄마니까 사랑하지만 다른 시집 간 딸들처럼 친정에 가야 안심되고 보호받는 느낌이 아닌, 어떡하면 안갈 수 있나, 잔소리 좀 그만 듣고 싶다...하던 딸이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쓰러졌다. 나는 한 번도 아빠보다 엄마가 먼저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워낙 건강하셨고 활기찬 분이셔서. 뇌종양이라는 병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처음엔 운동 신경이, 그 다음엔 정신이 무너진다. 그런 엄마 앞에서 전처럼 똑같이 화를 내고 할 말 다 할 수가 없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대신 매일 엄마를 보러 병원에 다녔다. 아침에 아이 유치원 보내고, 병원으로 가서 잠깐 같이 보내다 점심까지 먹여드린 후 집에 와서 오후 일을 했다. 일을 마치면 미처 저녁할 시간이 없어 시켜먹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나의 체력도, 시간도, 더불어 경제적으로까지 압박이 왔지만 버텼다. 아마도 내가 엄마와 보낸 그 1년 여의 시간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나는 엄마를 잘 보내드릴 수 있었나 보다. 만약 엄마가 나에게 11개월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 후회하는 딸로 남았을지도. 


먼저 겪으신 선배님들께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각이 난다고, 눈물도 더 난다고 많이들 얘기해주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었기에 나를 이해할 수 있었고 스스로 대견스러워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직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 책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곁에서 이런 말 만은...정도만 알아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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