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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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영혼 3부작의 두 번째 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었다. 먼저 읽었던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보다는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읽다 보니 두 작품의 주제는 결국 같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어찌 보면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가 쓰는 모든 작품의 주제도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수녀원이 운영하는 집에 세들어 사는 베로니카는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도서관 사서로서 일에 충실하고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즐기기는 하지만 일정 시간이 되면 문이 잠기는 집으로 돌아온다(그녀가 이 집을 선택한 이유이다). 어떤 일에도 깊이 빠지지 않는 것, 그것이 그녀가 내세운 삶의 가치관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죽기로 결심한다. 남자 친구들에게 부탁해 얻은 수면제 4통을 하나씩 넘기며 자신의 죽음을 차분히 기다린다. 


이 책에선 그녀가 왜 죽기를 결심했는지보다는 죽기로 결심했지만 살아났고 심장이 망가진 덕분에 기껏해야 2주 분의 삶을 더 살게 된 그 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 25살의 그녀가 더이상 삶을 살아봤자 지금까지와 똑같을 거라고, 그러니 더 살아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앞의 삶과 죽고 싶었지만 살아났고 하지만 다시 2주 후면 죽는 운명을 알게 됐을 때의 나중 삶은 극명하게 갈린다. 게다가 그녀가 있는 병원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빌레트라는 정신병원이다.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미친 사람이니 저런다고 용인되고 용납되는 장소라는 말이다. 


"그녀는 결코 냉정을 잃고 허둥댄 적이 없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차가운 표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걸 그녀는 일찌감치 터득한 터였다. 그런데 그 미친 사람들이 부끄러움, 두려움, 분노, 살의를 일깨웠다."...66p


내가 앞의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읽을 때보다 이 책이 더 잘 이해가 되었던 이유는 바로 더 높은 공감도 때문일 것이다. 난 우리집 장녀로 태어났고 나름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타고난 성격 탓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특히 어른들)의 요구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내가 변하기 시작한 건 대학에 나가 이래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됨과 나와 정반대인 남편을 만나 용기백배해졌고 아이를 낳고 "아줌마"라는 타이틀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젠 억울하거나 화가 나도 그냥 받아들이고 수긍하지 않는다. 


베로니카도 변한다. 처음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얼른 다시 죽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 미친이들의 거침없는 행동에, 남은 2주 간의 생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베로니카는 변화하기 시작하고 이런 변화는 주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결국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또한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처럼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좀더 분명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남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만큼 살아내라는 이야기. 파울로 코엘료 본인이 직접 책 속에 등장하기도 하고 뒤쪽 반전도 그렇고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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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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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더 저널리스트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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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리즈의 책이 있는 줄 몰랐다. 기획 자체가 너무 좋다. 


작품을 집필하기 이전,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 수 있으면 그들의 작품 속 의도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서 시작된 <더 저널리스트>는 특히 저널리스트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칼 마르크스의 저널리스트 당시 썼던 기사들을 모은 시리즈이다. 


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당연히 작가의 생애가 중요하다. 더불어 그들의 생각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인터뷰나 글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널리스트인 작가들의 기사는 이들의 가치관이나 주장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처음 만난 <더 저널리스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편이다. 아직 그의 모든 작품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정이 가는 소설 <노인과 바다>만으로도 내겐 친숙한 작가이다. 


"헤밍웨이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글쓰기 지론은 '아는 것만 써야 한다.'였다. 직접 보고 겪지 않은 것을 쓰면 언젠가 바닥이 드러난다고 믿었다."...5p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기사를 쓴 듯 보이는데 그 많은 기사문 중 소실된 것을 제외하고 헤밍웨이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다룬 주제, 국제 정세와 전쟁에 밝았던 헤밍웨이가 드러나는 기사들, 작가 헤망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와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기사를 우선시 선택하여 이 책을 구성했다고 한다. 


책은 크게 5부로 신참 기자일 때의 헤밍웨이의 기사, 인간에 대한 기사, 전쟁 상황을 그대로 묘사한 기사들, 스페인 내전과 전쟁 자체를 부정하는 기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앞부분 1부와 2부의 글들을 읽다 보면 헤밍웨이의 상상력과 번득임을 느낄 수 있다. 고작 20살 정도에 쓰여진 기사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만큼 사람에 대한 이해도나 날카로움이 돋보인다. 작가는 타고나는구나..를 다시 깨닫는 순간이다.


3부부터 이어지는 기사들은 헤밍웨이가 얼마나 국제 정세에 밝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거침이 없다. 진실을 위해선 목숨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 당대의 권력을 대놓고 비판하고 유럽인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려는 듯 좀더 강한 어조로 주장하기 시작한다. 


맨 마지막 클로징 기사(정확하게는 에스콰이어지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찾아온 청년에게"라는 글)는 훨씬 더 헤밍웨이라는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가장 좋은 글이었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관련 책을 찾아보기도 했고 읽을 리스트가 늘어났다. 


다음 편은 조금 텀을 둔 후에(왠지 조지 오웰은 어려울 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이~... 카를 마르크스느 별 관심이 없고)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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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2-20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지오웰 기사 쓸때 쉽게 말하기로 유명했어요^^ 저도 이 책 과 두권 같이 구입했는데 잘했네요ㅋㅋㅋ

ilovebooks 2021-02-20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요? 헤밍웨이 기사는 정말 재밌더라고요. 조만간 또 조지 오웰 편을 읽어야겠네요~^^
 
듣고 있니? 에프 그래픽 컬렉션
틸리 월든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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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도로를 걷고 있다. 여행을 떠나려는 듯 처음엔 버스를 기다리지만 선뜻 타지 못한다. 이어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위험한 도로를 위태롭게 걷는다. 반면 다른 차도에는 트레일러가 달린 작은 차에 한 여성이 지도를 보며 운전을 하고 있다. 차가 달리다가 서고 하는 통에 물도 쏟고 사방에서 클랙션이 울리니 뭘 어찌 해야할지 몰라 점점 화가 난다. 두 사람은 간이 매점에서 만난다. 여자아이는 전화기를 찾으러, 여성은 화장실을 찾기 위해.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 아는 사이였고 여성, 루와 여자아이 비는 당분간 여정을 함께 하기로 한다. 


처음에 둘은 계속 삐걱거렸다. 둘 모두 사연이 가득한 듯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들의 감정만 앞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 서로를 잘 알지 못하고 그러니 자신들의 비밀을 숨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둘은 여행을 계속 이어간다. 그리고 잠시 멈춘 상점 앞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이들과 함께 하게 되며 이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둘의 사연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앞부분은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미스테리처럼 펼쳐진다. 그러다 그런 것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둘의 관계가 더 궁금해질 즈음에 고양이가 등장하고 으스스한 도로, 어두운 밤, 이상한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공포심을 부추긴다. 




고양이 목에 메달린 주소를 찾아가는 이들의 여행길은 순탄치가 않다. 주변엔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커녕 뭔가 이상한 느낌의 사람들이 가득하고 알 수 없는 주소에 황무지 같은 길만 계속 펼쳐지기 때문이다. 날씨도 마찬가지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가 하면 낮엔 해가 쨍쨍 나는가 하면 갑자기 눈이 펑펑 내려 오도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극으로 치닫는 상황이 그들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해 준다. 어쩌면 이런 이상한 도로와 이상한 사람들, 이상한 상황은 루와 비의 마음 속 어지러움과 불안, 슬픔 등을 표현한 것은 아닐지. 두 사람의 아픔이 담긴 기억을 공유할 때, 수상한 고양이의 주소를 찾아갈 때, 루의 고모할머니댁의 지표에 사용되는 모든 것이 "나무"이다. 이 나무들로 인해 루와 비는 서로의 아픈 기억을 나누고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무는 또한 자기 마음 속 지표로 아무리 어지럽고 불안하더라도 잃지 않는 자기 중심을 뜻하기도 한다. 너무나 큰, 상실과 고통을 겪었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힘.



루가 비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비. 듣고 있니?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204p)라고 말해줄 때,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던 비는 처음으로 위안을 받는다. 또한 고양이 주인이 "하지만 여기선, 모두 듣고 있어요. 길도, 구름도, 나무도... 당신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어요."...(256p)라고 말했을 때, 비는 비로서 자기 마음 안의 견고한 나무를 발견한다. 두 사람이 다시 설 수 있는 계기와 뿌리가 되는 것이다. 


때론 커다란 실망과 절망, 슬픔, 고통, 상실을 겪을 때가 있다. 그런 감정에 휘둘리면 더욱 어찌할 줄 모르게 된다. 아무 일이 없었던 척 살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루와 비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상황을 바꿔보려 했다. 비록 여러 방황을 했지만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며 책은 끝이 난다. 상처입은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금은 어둡고, 그렇지만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틸리월든 #에프출판사 #그래픽노블 #상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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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소동 엉뚱하게 초등 저학년 이상 읽기 시리즈 2
이진아 지음, 전성순 그림 / 출판놀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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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18년 전 큰아이가 태어나고 아이가 자라며 엄마가 읽어주고 함께 읽는 책도 성장했다. 보드북에서부터 그림책, 줄글 책으로, 200페이지가 넘는 동화책에서 청소년 소설까지. 이젠 서로 좋아하는 분야가 너무 달라 함께 읽지는 못하지만 가끔 서로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아직은 수험생이라 공부해야 하는 책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다시 시작이다! 늦둥이 둘째는 지금껏 집에 있는 언니가 남겨둔 그림책을 읽고 컸다. 그림책은 새로운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가 많기에 별 부담이나 새로운 책을 사야겠다는 압박이 별로 없었다. 아이가 글을 스스로 읽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니, 상황이 달라졌다. 언니가 읽던 저학년 책을 많이 처분하기도 했고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동화책 수준이나 분위기가 너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초등생들의 책을 보면 시리즈물이 많고 순수함이 가득 담긴 책보다는 SF나 판타지, 캐릭터물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중에도 좋은 책들이 있겠지만 뭔가 너무 "팔기 위한"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 아이들은 순수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좋은 책이란 아이들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주고(공감해 주고) 아직은 꿈꿀 수 있는 엉뚱함을 인정해 주고, 순수한 발랄함도 담을 수 있는 책이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교훈"을 일깨워주는 것도 좋지만 배울 것 많은 아이들에게 책으로 또다시 교훈을 주고 싶지는 않다.


사족이 길었다.




<엉덩이 소동>을 읽기 전에는 또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별 특이할 것 없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긴 동화책. 그런데 아니다.


"나는 우리 친구들이 아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즐겁고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어요."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엉덩이 소동> 속 동물 친구들은 그저 신나고 즐겁게 논다. 우리 아이들처럼 화도 내고 다시 화해도 하고 어린 동물을 보살펴주고 친구를 위해 계획도 세우고 남을 돕기 위해 의논도 하면서 말이다.





그 과정 속에서 이래야 한다거나 저래야 한다는 강압이 없다. 그러니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총 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소짓게 된다. 동물 친구들의 순수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서, 우리 아이들의 엉뚱함도 이래서였다고 공감할 수 있어서.

그러니 <엉덩이 소동>은 정말 엉뚱하고 순수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 순진한 동심이 그대로 느껴지니 읽는 엄마도 순수해지는 그런 동화책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출판놀이 #이진아 #엉덩이소동 #엉뚱하게 #동물 #따뜻한동화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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