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 명작 단편선 2 체홉 명작 단편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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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은 건 꽤나 오래 됐다. 흘러가는 귀동냥으로는 훌륭한 희곡을 쓰는 작가였고 내게 그런 작가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선입관이 있어서 좀 더 공부를 한 다음에~라는 조건이 붙는 작가이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체홉의 "카멜레온"이라는 작품을 읽게 되었다. 정말 짧은 작품이었는데 그 짧은 작품 안에 오추멜로프라는 인물의 인간성이 모두 녹아있었다. 그것도 그가 입었다, 벗었다 하는 외투를 통해서. 이것이 단편이 주는 묘미이면서 재미겠지~하며 정말 즐겁게 읽었고 다른 단편들도 궁금해졌다. 




이번 <체홉 명작 단편선 2>은 모두 7편의 단편과 체홉의 삶과 문학 세계, 개별 작품 해설, 체홉 연보로 구성되어 있고 생각보다 체홉의 삶과 문학 세계와 개별 작품 해설 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단편은 앞서 말한 "카멜레온"을 포함한 "뚱뚱이와 홀쭉이"를 제외한 5편 모두가 여성이 주인공이고 이 여성이 주인공인 단편들의 내용은 조금씩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일부러 작가와 비평 출판사 제작진의 구성인지는 잘 모르겠다. 연혁을 살펴보니 체홉이 글을 쓴 순서와도 비슷해서 아마도 체홉이 실제로 고민하고 걱정한 러시아 여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글에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뉴따" 속 아뉴따는 여러 남자들에 의지해 생활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생활력이 없지만 나중에 성공할 수 없는 그 남자들을 도와 굴욕적인 행동도 해야 한다. 지금은 정조가 없는 그녀와의 생활을 청산하는 것도, 다시 남으라고 "명령"하는 것도 남자들이고 그 명령을 충분히 어길 수 있으면서도 결국 자기 자리고 돌아가 시키는대로 하는 것도 그녀이다. 떠나면 스스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 속 소피야 빼뜨로브나는 겉으로 보기에 훌륭한 가정을 이룬 부인이다. 그런데 그녀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남성이 있다. 거절을 했지만 그 거절 속에는 여성의 우쭐함, 자존심 같은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돌아온 그녀는 남편에 대해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오히려 남편은 자신에게 아무 관심 없음을, 만족스러웠던 가정의 편안함이 사실 권태였음을 깨닫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 집을 떠난다. "불행"은 비슷한 앞선 이야기의 "약사의 아내"와 다른 결말을 보여주어 조금 앞으로 나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하였다. 


중편처럼 느껴졌고 앞선 모든 이야기와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던 건 "약혼녀"였다. 우선 길이가 길었고 앞의 이야기들은 짧은 중에 큰 깨달음을 주었다면 "약혼녀"의 경우 등장인물 중 싸샤라는 인물이 적극 개입하여 나쟈를 직접 일깨운다.



그냥 얼렁뚱땅 결혼하지 말고 정신을 깨우기 위해 세상에 나아가 공부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쟈는 싸샤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가 공부를 하게 된다. 싸샤는 그 후에도 많은 여성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설득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체홉이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뒤늦게 바뀌어가는 러시아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나갈 사람들은 바로 여성들이라고 말이다. 돈을 위해 가난을 위해 결혼이라는 굴레에 묶이지 말고 공부를 하고 나가서 세상을 배우라고.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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