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부터, 아니 정확하게 재작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조금 나아지나~ 하는 희망을 가질 때 즈음, 4단계를 맞이하고 말았다. 어차피 오래 갈 것 같으니 그냥 안고 살아가겠다며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이다. 처음 집에 갇혔을 때에는 워낙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그럭저럭 견딜 만 했지만 1년 반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 다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니 아이들도, 나도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다.
"펜데믹"은 전염병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독감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알지도 못했던 이 단어가 지금은 무척이나 익숙하다. <태양의 아이, 크리>는 바로 우리와 같은 펜데믹 세상 속에서 조금 더 지난 근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책이다.
우선 표지가 눈길을 끈다. 2,3일 들고 읽었더니(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이 좋지만 바쁜 관계로~) 수업 오는 아이들이 이 표지를 보고 무슨 책이냐며 관심을 보였다. 평소엔 주는 책만 겨우 읽는 녀석들이 호기심을 보일 정도면, 이 표지 성공했다! ㅋㅋ
크리는 생츄어리라는 지하 18층에 사는 이른바 "잠복체"다. 어느 날 지구에 블루Z바이러스, 속칭 좀비바이러스라고 불리는 바이러스가 지구를 휩쓸었다.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팔다리가 마비되고 제대로 걷지 못할 뿐만 아니라 뇌가 망가지고 망각하게 되어 좀비바이러스라고 부른다. 지구에서는 이 펜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바이러스를 지닌 잠복체와 바리어스가 없는 건강체로 나누어 분리하고 이 세계를 잘 운영하기 위한 탑이 중앙처리장치로 운영된다. 지하에 갇힌 채 벗어나지 못하고 끝없는 노동 속에서 괴로워하던 크리는 어느 날 각성한다.
탑에는 이 지구를 다스리는 프레지덩과 탑의 중앙처리장치와 연결된 라키바움에 의해 운영되는데 라키바움은 초능력을 지닌 소녀로 판명된 이후 뇌에 칩이 심겨져 그 이후 프레지덩을 돕고 있다. 그런 라키바움이 지하의 소녀 크리에게서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초능력을 감지하게 된다. 이 둘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세계관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따라가기 급급한데 후반을 넘어 크리를 응원하게 되면서 떠오르는 몇 편의 소설이 있었다. 우선 지하와 지상으로 나뉘어 한 종족은 지하에서 노동을 제공하고 한 종족은 지상에서 마음껏 누렸던 <타임머신>과 유전자 공학으로 아예 인간의 등급을 나눴던 <멋진 신세계>나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며 몇몇을 위한 삶을 위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았던 <1984> 등이 그렇다. 모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하지만 <태양의 아이, 크리>는 제목처럼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디스토피아에 머물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속이 시원했다. 청소년 소설로는 아주 완벽했던 결말이 아니었을지!
다시 현실로 와서, 우리도 얼른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학교도 못 가고 화면 너머로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세상이 아닌, 아무 때나 연락해서 만나고 얼싸안고 서로 마음껏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이전의 삶으로 말이다. 크리가 내딛었던 미래를 향한 발걸음처럼 어서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고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이 후기는 춣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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