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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2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4년 6월
평점 :
1840년, 미국의 뉴욕과 보스턴 항구에서 수많은 인파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마스터 험프리의 시계>에 연재되던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 마지막 호였다. 이들은 험난한 삶 끝에 결국 주인공 넬이 행복을 찾았는지, 아니면 1권에서부터 불안하게 하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책을 두, 세 권 읽다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불행한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 절대 악과 같은 이들이 끝없는 욕망을 불태우며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는 점,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권선징악"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는 점이 어느 정도 안심하고 책을 끝까지 읽게 한다.
하지만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사실 1권을 읽어나가면서도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악인은 너무 이야기 속 인물들 같아서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인지 안심하고 읽을 수 있었다면, 이 소설 속 "퀼프"는 너무나 현실적인 인물이어서 왠지 이 세계 속에서도 이런 인물이 있을 것 같고, 이런 인물들 때문에 이 현실 안에서 넬과 할아버지처럼 고통받는 인물들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넬의 불행은 소설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그 이유는 "퀼프" 때문이다. 그 고통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차라리 구걸하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도망 여행은, 그들이 가는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로 인해, 그리고 무엇보다 넬의 곁에서 넬의 행복 만을 위해 산다는 강한 집념으로 결국 넬을 더욱 고통속에 밀어넣는 할아버지로 인해 넬의 영혼은 조금씩 사그라든다. 그럼에도 넬은 모든 이에게 마치 천사처럼 각인된다. 완전한 악의 편에 "퀼프"가 존재한다면 완전한 선의 편에는 "넬"이 존재한다.
그 외에 이들을 둘러싼 많은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다양한 이유들로, 하지만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작은 실수들을 거치기는 해도 옳은 삶을 살기 위해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 모습은 감동을 주기도, 반성을 하게도, 무엇보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이 읽히는 책은, 이유가 있다. 특히 다양한 인물들은 세월이 흘러도 전혀 변하지 않음을, 그래서 우리에게 더 많은 깨달음을 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