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순신이 싸운 바다 한려수도 - 개정 증보판
이봉수 지음 / 새로운사람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분류를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 이 책의 조금은 흔하고 뻔한 제목에 너무나 당연히 이순신 장군의 위인전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는 처음으로 이런 구성의 책을 만난 것에 당황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정말로 <이순신이 싸운 바다> 그 자체였다. 이 책을 표현하는 다른 제목은 있을 수가 없다. 전문가도 아닌 그저 이순신 장군님을 너무나 존경하는 저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이순신 장군님이 싸운 바다를 하나하나 여행하며 그 곳에 사는 분들의 오래된 기억을 이야기 들으며 차례대로 엮어 만든 것이다. 저자가 밝히는 바로는 "장군이 싸워서 승리한 해전을 일목요연하게 한 권으로 정리한 책은 보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싸워 이겼는지, 그날 날씨와 물길은 어떠했으며 민초들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등등 궁금한 내용을 한눈에 읽어 볼 수 있도록 쉽게 꾸민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은 역사서이자 기행서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이순신 장군이 처음 출전했던 옥포해전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노량해전까지 역사 흐름에 따르지만 작은 싸움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이순신 장군님의 행로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 번의 출전에 어떤 경로로 출동하여 어느 곳에서 해전이 일어나고 다시 어떤 경로로 돌아왔는지가 자세한 지도로 표시되어 나타내고 있고, 왜선과 아군의 배가 몇 척이었고 어떤 식으로 싸움이 일어났는지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므로 박진감 넘치는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한때 유행했던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를 다시 보는 듯도 하다.
저자는 정말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한 듯이 보인다. 이순신 장군이 싸운 해전들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난중일기> 뿐 아이라 <난중일기>에 빠져 있는 부분까지 자세하게 해설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당시 사용하는 지명을 현재의 위치로 바꾸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전의 필사본으로 7000여 개의 지명이 더 나오는 조선시대 정밀지도인 "동여도"의 사본과 요즘 지도를 함께 가지고 직접 전적지를 돌아다녀 비교하고 추측하여 <난중일기>에 나오는 옛 지명들이 지금의 어디인지도 밝혀내거나 추측하기도 했다.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이곳저곳을 탐문했기 때문인지, 다른 역사서에서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옛날 이야기를 알고 계신 마을 어르신들께 들은 이야기들)들도 알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예를 들면, 원균 장군의 유골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된 것 같은 사실이다. 실제로 경기도 평택시에는 원균 장군의 묘는 시신이 없는 초혼장으로 모셔져 있다니,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저자는 이런 어르신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묻혀지고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역사학자들과 후손들이 좀 더 활발히 밝혀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은 이야기거리 하나가 모두 우리의 소중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마지막장에 있는 [충무공의 발길따라 즐거운 테마 기행]이다. 저자가 몇 년에 걸쳐 직접 체험하고 탐방한 곳이니 더없이 많은 정보가 되어준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축제와 가는 길, 저자가 맛보았던 맛집 등이 소개되어 있어, 이 책 한 권을 들고 남해로 떠나고픈 생각이 굴뚝같다. 그냥 이순신 위인전을 읽고서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싸운 바다를 나도 직접 보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