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가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12
데보라 엘리스 지음, 곽영미 옮김, 김정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흔하게 AIDS에 걸려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바로 우리나라나 우리와 가까운 이웃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어서인지 더 잘 알려는 노력도, 알고싶은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AIDS는 자기 스스로가 잘못해서 걸린 병이므로 '그래도 할 수 없지, 뭐.'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 내게... 뒤통수를 친 것 같은 책이 <하늘나라 가게>이다.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이없는 수혈이나 엄마의 모유를 먹고도 걸릴 수 있고 실제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HIV 양성자나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 4천만명 중 300만명 이상이 열다섯 살 이하의 아이들이며 1500만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살고 있어서 '에이즈 고아'가 수도없이 많다는 것을 청소년 도서를 통해 알았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다.

이 책은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라는 나라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AIDS는 너무나 흔한 단어이다.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AIDS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방송되고 초등학교 공연에서 AIDS를 주제로 한 연극이 공연되며 국립병원에서는 전체 환자의 80%가 HIV 양성자 환자들이다. 게다가 부모를 모두 잃은 아이들의 친척들은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기는 커녕 재산을 차지하고 아이들을 이런저런 일로 혹사시켜 길거리로 내쫒거나 도둑으로 몰아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만 일어나는 곳인 것 같다.

주인공 빈티의 슬픈 현실을 쫒아가며 '어떻게... 말도 안돼...'라는 말을 수도없이 했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불행이고 고통인데, 그래도 빈티는 모든 상황을 잘 이겨낸다. 그리고 나중엔 한층 더 성숙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보살핌 받아야하는 입장에서 보살펴야하는 입장이 되어 삶의 기쁨과 희망을 알아가는 빈티가 나는 부럽다. 용기가 없어 무엇하나 실행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다.

할머니가 빈티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했던 말에 통감한다.

"사람들은 에이즈가 무엇인지 말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에이즈가 가 버릴 거라 생각하지만, 천만에요. 에이즈는 가지 않습니다. 사자가 마을로 내려오던 시절이 있었죠. 그때 사자가 마을로 내려와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면 우리는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침묵하면 사자가 우리 아이들을 계속 잡아먹을 테니까요. 우리는 소리를 내야 했습니다. 동네가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질러야 했어요. '사자가 나타났다!'라고요. 결국 우리는 사자를 쫒아내고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마을에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에이즈라는 사자가 말이죠. 그 사자가 우리의 아이들을 데려가고 있습니다. ..."

에이즈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옮을까봐 걱정부터 할 것이다. 드라마 "고맙습니다."를 보고 울고 웃으며 난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수십번 다집해도 같은 공간에 에이스 환자가 있다면 나 또한 그런 다짐은 생각도 나지 않고 겁부터 날 것 같다. 지구의 가장 큰 불행이 되어버린 에이즈를 이제는 밖으로 드러낼 때가 된 것이다. 많이 이야기되고 많은 교육을 받는다면 무지에서 나오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깨달았으면 좋겠다. 지구는 하나라고 아무리 외쳐도 실감하지 못하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면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지 아이들과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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