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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가서 빼먹지 말아야할 52가지
손봉기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1994년 여름 친구와 단 둘이 한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배낭여행이 막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초기였고, 그저 해외에 나간다는 기쁨에 많이 들뜨고 첫 여행이라는 긴장감과 호기심에 기분만 붕~ 떠서 우리는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한 채로 떠났다. 일단 가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생각이었고, 그때만 해도 여행서는 아주 잘~ 나가던 시리즈 하나가 거의 독점하고 있었으므로 그 책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그대로만 관광(그야말로 관광이다.)하면 일단 "나갔다 왔다."라는 소리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벌써 14년전 일이다.
<유럽여행 가서 빼먹지 말아야 할 52가지>를 읽으며...내가 정말 갔다오기는 했는지...하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다. 52가지 중 50가지는 유럽 여러 지역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먹고 체험해야 할 것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내가 갔던 곳은 10곳도 채 되지 않는데다가 그 10곳마저 제대로 느끼고 왔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결론은, "최근 유럽여행은 유럽에 한번 다녀왔다는 단순한 관광형태에서 '그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체험 하였는가'하는 문화 체험 형태로 바뀌고 있다. "라는 저자의 말대로 난 그저 한번 다녀왔다는 단순 사진찍기 관광을 한 것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이 수많은 감동과 기쁨, 행복을 놓치고 수박 겉핥기식 관광을 다녀왔다는 사실에 나 자신에게 얼마나 화가 나던지...
"유럽 51"에서 소개하는 유럽 자유여행 성공법에서 설명하듯이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여행을 성공시키는 비법이라고 알려준다.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따르는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를 수집할 때에도 틀을 정해야 한다고 한다. 도시별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 숙박 등으로 나눠 그 틀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반드시 여행 예산표를 작성해보라고 권한다. 낯선 이국땅에서 불안하다고 일단 아끼고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나 또한 돈 아끼겠다고 모든 체험은 해보지도 않고 한달 내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떼웠던 기억이 난다. 결국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2kg이나 불었다는...
이 책의 기본 모토는 유럽 자유여행을 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보고 느끼고 경험해야 할 52가지를 선정하여 싣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유적지나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그 나라의 전통 음식, 문화, 공연 등을 함께 소개하고 어떤 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지 자세한 설명이 있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유럽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매 설명 뒤에는 "찾아가는 법"에 자세한 위치 설명과 헷갈리지 않게 역이름, 정류소 이름, 도착할 곳까지 걸리는 시간 등 세세히 설명하고 있어 길을 잃는다거나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유럽 20 스페인 바르셀로나 플라멩코 즐기기"였다. 플라멩코의 유래와 실제 플라멩코 공연의 구성, 어떤 식으로 시작되며 어디서 클레이맥스가 되는 지 읽다보면 정열과 관능의 춤과 노래, 연주가 어우러진 그 공연을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플라멩코는 그저 춤인 줄로만 알았는데, 첫 무대 '토케'에서 기타가 연주되고, 두번째 무대에서 '칸테'인 노래 공연이 시작되는데 '칸테'는 슬픔이 가득한 노래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인 '바일레'가 춤의 시간이다. 이 모든 것이 모여 플라멩코가 되는 것이다.
각 건물이나 지역 혹은 화가나 그림, 문화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어 나는 그런 것들을 모르고 방문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안타까움을 느낀다. 정말 다시 한 번 자세한 계획을 세워 이 책을 들고 자유롭게(정말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 갔다왔던 곳을 읽으면서는 새록새록 추억에 잠기다가 몰랐던 사실이나 새로운 곳을 읽을 때엔 정말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힌다. 바로 적금 하나 들어서 다음엔 남편 손 잡고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