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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ㅣ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도서관에서 참여한 "집단 상담"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부부싸움은 남, 녀의 관계인데 본질은 저리 제쳐두고 자꾸 아이들을 들먹여 가족의 문제로 만들기 때문에 끝이 나지 않는 것이라고. 왜 엄마 아빠라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그렇게 끔찍이 사랑하면서도 정작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게 되는지 모르겠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기엔 이미 너무 힘들고 지쳐버려서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힘을 내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우리는 그냥 제자리에 멈춰 서서 굳어버린 것은 아닌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그러한 가족의 문제를 조금 풀어내려 한 것 같다. 아빠는 사회 생활이 힘들어 매일 늦게 들어오고, 엄마 또한 돈이 없다고 일자리를 찾아 매일 늦게 들어오는 호진이네. 호진이는 공부가 적성이 아닌 것 같은데도 엄마는 밤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라고 하신다. 집에 오면 아무도 없는 생활. 그렇게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다른 사람들의 잣대로 볼 때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것 같아 보이는 삼촌에게로 도망친 호진이는, 삼촌이 주최하는 자전거 타고 떠나는 자전거 순례에 우연히 참가하게 된다. 14일동안 계속되는 국토 대장정이다. 처음엔 삼촌의 조수로서 참가자들의 시중을 들던 호진이는 삼촌의 배려로 중반부터는 자전거 순례에 참여하게 되고 힘들게 땀을 흘리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과 맞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츰 깨닫게 된다.
"다들 싸우고 있었다. 나도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싸움 상대가 가지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알 수 있었다. 산은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몸이 편하려면 집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집을 떠났고, 온 힘을 다해 산을 오르고 있다. 이 산을 넘으면 대구가 나온다. 어떤 곳인지,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산을 넘으면 알 수 있다. "...130p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고 고개를 넘고 강을 건너다보니 어느새 엄마, 아빠에 대한 화는 누그러들고 자신의 앞길을 생각하게 된 호진이는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을 한데 모으고 싶어한다. 그렇게 계획된 또다른 "불량 가족 여행". 함께 땀 흘리는 시간과 함께 몸을 부대끼는 시간이 적었던 것을 깨달은 호진이가 직접 나선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지만 실제로 부모 또한 아이들을 키우며 배우는 것도 많다. 서로 시간을 함께 나누고 함께 힘들고, 함께 웃었던 그 많은 시간과 추억들이 쌓여 가족은 더욱 단단하게 여물어갈 것이다. 호진이의 가출로 시작된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가족 모두가 모여 어떤 추억을 만들어낼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