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한 중고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구입해둔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꽤 되는 금액을 주고 산 듯한데 이미 이 책은 내 책장에서 바랠대로 바래버렸다. 책에 관한 책은 무조건 좋다고 사 놓고는 앞부분을 잠깐 읽고 다시 내려놓고 몇 년이나 지났다. 다시 이 책을 집어들고는 아마 시간이 좀 필요했나보다...하고 생각했다. 저자 니나 상코비치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친언니의 죽음 후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언니가 죽은 후 언니의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언니의 삶을 대신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너무나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온 저자가 모든 걸 멈추고 하루 1독 1년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적은 책이 바로 <혼자 책 읽는 시간>이다. 처음엔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이제 1년. 너무나 슬프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를 떠올리고 엄마를 추억한다. 엄마가 계셨다면 이럴 때 좋았겠다라든가, 둘째의 이런 모습을 엄마가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라든가, 이런 순간 엄마가 계셨다면... 등등등.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땐 아마 그 부분을 넘기지 못하고 책을 내려놨을 것 같은데 이번엔 그 부분 덕분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은 읽는 시기가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ㅎㅎㅎ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했다. 나는 비교적 빨리 슬픔에서 빠져나온 반면 저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언니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1년 하루 1독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빠져나왔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끊임없이 죄책감을 드러내고(난 도대체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됐는데 자신이 언니를 죽인 것도 아니고 언니가 병으로 죽었는데 왜 본인이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나 친한, 닮고 싶은 자매였기 때문에 그런 건가 싶지만 내게는 자매가 없어서 이해 불가이다.) 그러다 보니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오히려 이상한 건가 하는 기분도 느끼게 되는 거다.


그래서 거꾸로... 나는 책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지만... 이 책은 물론 책에 대한 사유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 책에서 찾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연결고리와 깨달음으로 되어 있어서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고 재미없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흠~ㅠㅠ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이렇게까지 절망적이었던 적이 거의 없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거의 3주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그래도 끝까지 읽어냈음에 스스로를 칭찬한다. ㅋㅋ


이 책 말미에는 당연히 365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책은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아 아쉬웠고 그 중에 출간된 책은 거의 대부분 읽었던 책이라 아주 반가웠다. 어쨌든, 아이 넷을 키우며 아무리 200페이지 내외라 해도 하루 한 권씩 꼬박 1년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분명 가족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가족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잠깐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어도 깨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혼자책읽는시간 #니나상코비치 #조금지루 #1일1독1년 #위로와치유의독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5-21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처..하루 1권은 정말 여러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고 봐요. 2~3일에 한권씩이라도 멈추지않고 읽고 싶네요^^*

ilovebooks 2021-05-22 00:01   좋아요 2 | URL
놓지 않고 읽고 있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저는~^^ 올해가 거의 죽음의 조합 해(고3과 초1을 둔)라서요 ㅋㅋ

모나리자 2021-05-21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분은 언니와 애틋한 사이였던 것 같아요. 변호사 일을 쉬고 가족들 (특히 남편) 도움하에 1년 동안 하루 1권을 읽은 거죠.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오래전에 읽었네요.
보통 사람들이 이런 시간 만들기 쉽진 않지요. 전 좀 힘들 때 읽어서 만족했던 책이에요.ㅎ

ilovebooks 2021-05-22 00:05   좋아요 3 | URL
정말 그런 사이였나보다 했어요 그러기 위해 독서의 1년이 필요했던 거겠죠.
전 오히려 엄마가 아프셨던 11개월 동안 집에 있을 때 더 빠져서 읽었던 것 같아요 오전 병원에 있었던 일을 잊기 위해 밤에 더 열심히 읽었죠. 현실도피처럼~

새파랑 2021-05-21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슬퍼보이네요. 그래도 힘들때 도피처는 책이 가장 좋은것 같아요. 1일1책은 정말 힘든거 같은데 ㅎㅎ 북플에는 왠지 그런사람이 있을거 같아요

ilovebooks 2021-05-22 00:07   좋아요 2 | URL
정말~ 생각보다 꽤 많으신 것 같아요. 전 감히 비슷하게도 못 갈 텐데! ^^
평소 읽는 속도가 워낙 느려서 하루는 얇은 책도 안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