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크 보웬의 책

<드림 위버-소설로 읽는 유쾌한 철학 오디세이>와 가장 가까이 비교될 수 있는 철학 교양서로는 아무래도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이다.  이것은 두 작가가

다룬 철학적 문제는 특정한 분야의 철학적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서양에서 제기되었던 철학적 문제를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철학에 접근하고 그것을 계몽하는 전략적 방법에 있어서는 두 작가가 사뭇 상반된다.

전자의 방법이 통시적인 역사 중심적인데 반해서 후자의 방법은 공시적인 문제 중심적이다.

전자가 서술적 이야기의 형식을 채택한 데 반해서 후자는 논쟁적 주장의 구조를 갖고 있다.

                                                              <키리코 작품>

 

전자의 양식이 문제에 대한 대답의 발견을

통해 결론을 내리고자 하는 닫힌 사유를 나타낸다면,

후자의 양식은 끊임없는 물음을 통해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려는 열린 사고의 기질을 나타내고 있다.

후자의 경우 미완적이라는 점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철학의 본질이 사유에 있고,  사유의 본질이

어떤 특정한 대답의 발견에 앞서 어떤 문제를 끝없이 추구하는 열린 과정에 있다는 점을 전제할 때,

전자보다 성숙하고 철학적 방법이다.  

 

          이러한 사실은 철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이 쉬운 대답의 발견이 아니라 줄기찬 문제제기에 있고, 철학이 지식의 축적이나 기술의 연마가 아니라 사유활동 자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한 철학적 기능이 지적 성장기간의 경우 대체로 연령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소피의 세계>의 주인공들이 초등학생인데  반해서 <드림 위버>의 주인공들이 중학생들이라는 사실에서 암시되어 있다.

 

 

 

        위와 같은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뛰어난 소설형식을 갖춘 철학적 입문을 위한 교양서들인

<소피의 세계>가 젊은이, 일반대중 그리고 철학교사들을 매료하고 폭발적 성공을 거두었다면,

<드림 위버>가 그 이상의 성공을 거둘 것임은 거의 확실하다.

 

 

-박이문 (보스톤, 시몬스대학 및 포항공대 명예교수 및 연세대 특별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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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철학책 <드림위버>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문제들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훈련을 시켜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취지에 맞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문제에 대해서 철학토론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 시사에 밝으신 분들이 시사 쟁점을 두고 토론글을 올리면 이에 대한 수긍이나 반박을 해주시면 됩니다.
때로는 필자의 글이 공격적이고 거칠다고 하더라도 페이스를 잃지 말고 논리적인 반박과 재반박을 해주시거나 긍정논거를 통해서 필자의 주장을 강화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주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바로 '작고' '강한' 정부입니다.
작은 정부라는 것은 민영화와 규제철폐, 감세 등 신자유주의적인 특징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당연히 서민들의 복지를 베어내 부자와 강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정치형태가 나타납니다.
그러면 당연히 반발이 생깁니다. 이럴 때 나오는 것이 '강한' 정부입니다. 한마디로 데모에 적절히 대응하고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어야 정부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보았을 때 '작고'와 '강한'은 형용모순이 됩니다. 큰 정부가 강하고 작은 정부는 약하다는 게 상식인데 말 자체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닙니다. 재벌기업이 정부에 연합해 이루어지는 대연합 중에서도 대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정부라면 스스로를 지켜내기 어렵겠죠.
용산참사나 촛불시위에 대한 탄압, 언론에 대한 탄압 등 최근의 정부의 '무서운 모습'을 보면서 이것을 제1주제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토론을 감상하시죠.


제1주제 : 경찰의 강권 통치는 시민들의 '자유의지'를 속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 엠네스티가 발표한 촛불집회 보고서에 들어간 삽화. 전경들이 시민들의 바로 앞에서 분사소화기를 난사하고 있다. 실명의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다.


2008년 5월 수 십만의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처음에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 도로로 나서지 않으면, 시위군중에 물리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시위대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바리케이트가 등장하고,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잡혀가는 것을 '닭장투어'라고 부르며 자랑스럽게 붙잡혀 갔다. 정당한 요구를 위한 희생을 당연히 받아들인 것이다.

소위 공권력은 이런 경우 시민 대중에게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들은 단순히 손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순수한 사람들을 무조건 잡아갔다. 단순히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집시법 위반이라면 간단한 조사 후 훈방하거나, 추후에 벌과금을 내게 하면 되는 것이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48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가두었다. 또, 구체적인 증거 없이 시위대를 일반적으로 200만원이라는 과중한 벌금을 매겼다.

시위 주체측을 잡아도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시위는 이러한 공권력이 시민에게 일방적인 권한 행사를 하는 순간, 시민들의 시위 참가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공권력의 승리이자, 한편으로는 권력에 의해 시민들의 '자유의지'가 훼손된 것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결국 자유의지로 자신들의 행동을 할 수 있다. 법이라는 형태로 규제는 가능하지만, 헌법은 자유의지를 보호하고 있다. 그럼에도 권력을 소유한 자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같은 법을 빌미로 권력행사를 행하는 순간 헌법상의 보호 항목인 시민들의 자유의지를 깰수 있다. 즉 정당성을 떠나 처벌이라는 물리적, 경제적 불이익은 자유 의지에 따른 행동을 제약한다. 행복추구권, 집회결사의 자유 등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동은 법을 집행하는 집단에 의해 왜곡된다.

우리는 왜 벌하는가
정부에 의한 처벌을 정당화하는 패러다임 두 개.
1. 공리주의: 다수의 이익을 위하여 유사한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처벌한다.
2. 응보주의 : 죄를 범해서 처벌할 만하기 때문에 처벌한다. p.372 <드림 위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이유로 재판에 계류 중이다. 야간 집회금지가 위헌판결이 나지 않는 한 선량한 시민들은 주장의 정당성이나 오히려 공권력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대우(폭력, 부당한 유치, 과다한 벌과금)는 도외시 된 채, 벌금을 줄이기는 위해서는 법관의 선처(?)를 호소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벌금을 줄이기 위해 법의 선처를 받을 것인지, 자신의 자유의지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인지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람들의 고민이다.

이렇게 공권력의 권력 남용은 시민들의 자유의지를 언제든지 훼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청소년철학소설 <드림위버>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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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의 한승동 기자가 <과학수사대처럼 철학 사유하기>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 <드림위버>를 잘 그려 주었습니다.

신문은 우선 작가인 백 보웬의 학문여정에 주목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인체생물학과 4학년. 철학과는 별로 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철학 에세이 한 권을 읽고 인생행로가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그는 생물학도답게 인간에 대해서 생물학적 고찰을 시도합니다.

"피부세포만 1분에 3만 개꼴로 교체
되는 우리는 한 달 전의 그 우리인가?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가, 뇌가 만든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이것이 그의 물음입니다. 제목인 <드림 위버>(The Dream Weaver)란 " 꿈을 짜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드리머와 드림 위버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드리머는 꿈이나 몽상의 수준에서 머무는 사람을 말하지만, 드림 위버는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적 고민에 도달한 사람을 뜻합니다.

정통 철학도 출신이 아니라는 점은 이 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데카르트의 <방법 서설>이나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보다 더 강렬하고 절실한 철학적 사유의 교육장이 될 수 있다.” 와 같은 전향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킨스나 보들레르 같은 비철학자들의 철학적 사유를 보여주는 것은 이 책만의 매력이라고 칭찬하고 있네요.

<드림위버>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열네 살 소년 이안이 지은이의 분신인 노인의 도발적인 유도로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일종의 범죄현장 조사”처럼 철학 문제들을 놓고 부모, 친구들과 토론하는 논쟁적 대화체 형식의 이 책은 지식에서부터 ‘근친상간은 비도덕적일까’를 묻는 윤리·도덕에 이르는 서양철학 주요 논점들을 13개 분야로 나눠 훑고 있습니다.

꿈을 꾸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꿈을 짜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날줄과 씨줄의 조화가 있어야 하고, 전체 옷에 대한 그림이 갖추어 져야 하며, 사람들이 찾을 만한 예쁜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옷감 등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드림위버>가 꿈꾸는 사람에서 꿈을 짜는 사람으로 한 단계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잭 보웬 지음, 하정임 옮김, 박이문 감수(추천사), 다른출판사

※ 위 글은 아래 한겨레 기사를 리라이팅(re-writing)한 것입니다.

한겨레기사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465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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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4-0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흥미롭네요.
 

대대적인 언론인 구속에 대한 신문의 상반된 보도


YTN 노조위원장 구속, MBC PD수첩 제작진의 긴급체포와 압수수색 보도를 들으면 YTN과 MBC가 중죄라도 지은 것처럼 보인다. 
YTN 노조위원장 구속은 언론보도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정부가 언론장악을 위해 낙하산 사장을 임명한 데 대해서 내부자로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 구속 사유이다. 때문에 언론에 대한 탄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등 진보적인 매체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 언론자유를 명시한 헌법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을 구속한 데 대해서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2008년 5월부터 촛불집회가 대대적으로 펼쳐진 것은 PD수첩이 왜곡보도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밀리에 하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하였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보도를 한 것은 정당하였다는 판단이다. 
정당한 이유는 대통령이 부실협상에 대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두 번이나 국민 앞에서 사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에서도 다우너라 불리는 주저앉는 소를 도축 과정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법을 마련했다. PD수첩이 문제제기한 부분을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이런 정황을 살펴볼 때 PD수첩의 보도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 반대하는 측의 논거는 뭘까?
조선일보는 3월 27일자 보도에서 PD수첩 제작진의 구속 소식을 전하며  “국민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불러 일으킨 것에 대해 누군가는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이른바 ‘보수단체’ 관계자의 발언을 실었다. 그리고 “오역과 과장 보도로 ‘미국 소=광우병 소’라는 인식을 퍼뜨렸고,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방통심의위원회의 징계, 농림수산식품부의 반론보도 청구 소송 일부 승소 등을 언급하였는데, 이 보도를 보면 PD수첩 제작진이 악의적인 보도를 통해서 국민여론을 호도했다고 믿게 된다. 조선일보 등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대체로 추상적이거나 정치적이어서 토론할 거리를 좀처럼 찾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으니 특별한 권위를 차지한다.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일까? 조선일보를 보는 독자들이 바보는 아니다. 조선일보 전체 독자가 실제로 200만 내외라고 할 때 이들 핵심 독자의 숫자는 약 40~60만 정도(20~30%)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정보와 지식, 의사 결정권과 재산 등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파워엘리트이자 오피니언 그룹이다. 파워엘리트들이 조선일보에 고급 정보를 제공하고 나아가 조선일보가 설정하는 아젠다의 중요한 지지층이 되며 조선일보가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수요자가 되기 때문에 조선일보가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언론은 쟁점을 드러내 보여줄 뿐 쟁점에 대한 판단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철학자들의 논거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우리는 평생 사슬에 묶여 동굴에 갇혀 있다 - 플라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평생 사슬에 묶여 동굴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벽에 생긴 그림자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동굴인의 모습을 그린다. 현실을 깨달으려면, 그래서 참된 존재를 알려면 동굴 사람은 과감히 떨쳐 일어나 밝은 빛을 이기고 눈을 크게 떠야만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모사된 거짓 현실의 차갑고 음습한 편안함에 안주하며 동굴에 머물기를 선택한다. - 드림위버(125쪽)

플라톤에 따르면 우리가 동굴에 갇혀 있는 한 진실과는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한다. 진실을 가리는 동굴이란 우리가 밝은 눈을 뜨지 않고 남이 만들어준 터전 위에서 안일하게 살아갈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것을 유시민은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즉 우리들은 헌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자유를 얻었다는 것이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노동3권을 획득했으며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된 것이다. 5.18민주화투쟁과 6.10민중항쟁 당시 많은 탄압을 받았던 선배들이 만들어주 공간에서 호의호식하며 그 때의 경허을 망각하는 사이에 우리들의 민주주의라는 카드계산서가 날아온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언론은 민주주의의 조문객이 된다. 언론은 방대한 정보를 매일같이 배출해내는데 보드리야르는 이들 정보가 의사소통과 사회적인 것을 삼켜버린다고 한다. 언론은 여론을 생성하고 건강한 사회적 토론을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언론정신은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박제된 허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 정보는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연출만 하면서 소진하고, 의미도 역시 생산이 아니라 연출만 하면서 소진해 버린다. 결국 의사소통과 의미는 다 없어지고 남은 것은 연출된 허상뿐이다. 예컨대 광우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장관이 사퇴한다든가 이를 방송한 방송사 제작진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희생량을 만들어가며 점점 문제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이 언론의 생리라는 것이다.

상방된 언론기사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척도는 '의심'이다. 그러니까 언론탄압에 관한 위의 두 기사를 모두 의심하고 기정사실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철학이 주는 교훈이다. 프랑스의 계몽철학자 볼테르는 "의심하는 것도 즐거운 상태는 아니지만 확신한다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되는 엉터리다."라고 말했다. 의심을 하는 것은 지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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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배고픈 시대가 됐다. 쟁쟁한 철학자들이 나오는 책은 부담스럽고, 개론서나 쉽게 소개된 책은 철학의 맛을 볼 기회가 적어서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소설 형식이면서도 '나의 문제'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155명의 지성들이 등장하는 <드림위버>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을 소개한다. 학원강사부터 번역가, 주부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보내왔다. 여기서는 그 원고들을 순서대로 싣는다. - 편집자 주


<글 목록>

1. 중3이 되는 딸에게 권할만한 철학책 어디 없수?
2.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3. 생각쟁이 질문쟁이 소녀 이야기
4. 우리가 넉넉한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
5. "철학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할말이 없었던 나

6. '철학'과 '철학지식'의 차이



일반적으로 철학이란 난해한 장광설, 혹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를 둔 철학자들의 서재에서나 이루어지는 비밀스런 작업 정도로 치부되는 듯하다. 철학 중심의 갑작스런 인문학 붐을 불러온 대입 논술 시험은 철학적 사고의 장점인 다양한 영역의 통합과 종합, 근본적이고 심층적인 문제해결능력을 부각시키기보다 인문학적 지식의 양적 측면이 강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철학자 칸트가 강조한 것처럼 철학의 본분이 철학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철학함', 즉 철학적 탐구에 있음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논술 시험은 인문학적 지식을 측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으므로, 현실 세계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능력과 이에 관한 개성어린 시각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 철학을 철학지식의 축적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칸트는 철학의 본분이 철학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철학함', 즉 철학적 탐구에 있다는 것을 유의하라고 경고하였다.



소크라테스가 그 정수를 보여준 것처럼 철학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진리의 발견, 또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철학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철학은 우리의 이런저런 다양한 생각을 반성하게 하며, 나아가 그 생각이 논리적이거나 윤리적으로 바람직한지 판단하게 도와준다.

이 책은 철학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인공 이안은 연이어 직면하는 지적 충격 속에서 일방적으로 휩쓸리지 않으며 자신의 지적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주인공이 지적 스승들과 나누는 대화와 성찰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막연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철학자들의 오랜 지적 편력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독자들에게 참신한 논의의 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접근 방법에 따라 구태의연할 수도 있는 철학의 고전적인 주제들이 현대 철학적 사유와 함께 어울리면서 철학의 현실성을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이 책은 광범위한 철학적 주제에 대해서 모두 다루지는 못했다. 그것은 이 책의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도리어 미덕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넓은 관심사를 모두 다루려는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본격적인 철학적 탐구의 문을 열어젖히는 임무를 충분히 완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affe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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