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배고픈 시대가 됐다. 쟁쟁한 철학자들이 나오는 책은 부담스럽고, 개론서나 쉽게 소개된 책은 철학의 맛을 볼 기회가 적어서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소설 형식이면서도 '나의 문제'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155명의 지성들이 등장하는 <드림위버>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을 소개한다. 학원강사부터 번역가, 주부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보내왔다. 여기서는 그 원고들을 순서대로 싣는다. - 편집자 주


<글 목록>

1. 중3이 되는 딸에게 권할만한 철학책 어디 없수?
2.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3. 생각쟁이 질문쟁이 소녀 이야기
4. 우리가 넉넉한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
5. "철학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할말이 없었던 나

6. '철학'과 '철학지식'의 차이



일반적으로 철학이란 난해한 장광설, 혹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를 둔 철학자들의 서재에서나 이루어지는 비밀스런 작업 정도로 치부되는 듯하다. 철학 중심의 갑작스런 인문학 붐을 불러온 대입 논술 시험은 철학적 사고의 장점인 다양한 영역의 통합과 종합, 근본적이고 심층적인 문제해결능력을 부각시키기보다 인문학적 지식의 양적 측면이 강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철학자 칸트가 강조한 것처럼 철학의 본분이 철학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철학함', 즉 철학적 탐구에 있음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논술 시험은 인문학적 지식을 측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으므로, 현실 세계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능력과 이에 관한 개성어린 시각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 철학을 철학지식의 축적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칸트는 철학의 본분이 철학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철학함', 즉 철학적 탐구에 있다는 것을 유의하라고 경고하였다.



소크라테스가 그 정수를 보여준 것처럼 철학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진리의 발견, 또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철학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철학은 우리의 이런저런 다양한 생각을 반성하게 하며, 나아가 그 생각이 논리적이거나 윤리적으로 바람직한지 판단하게 도와준다.

이 책은 철학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인공 이안은 연이어 직면하는 지적 충격 속에서 일방적으로 휩쓸리지 않으며 자신의 지적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주인공이 지적 스승들과 나누는 대화와 성찰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막연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철학자들의 오랜 지적 편력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독자들에게 참신한 논의의 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접근 방법에 따라 구태의연할 수도 있는 철학의 고전적인 주제들이 현대 철학적 사유와 함께 어울리면서 철학의 현실성을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이 책은 광범위한 철학적 주제에 대해서 모두 다루지는 못했다. 그것은 이 책의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도리어 미덕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넓은 관심사를 모두 다루려는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본격적인 철학적 탐구의 문을 열어젖히는 임무를 충분히 완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affe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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