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배고픈 시대가 됐다. 쟁쟁한 철학자들이 나오는 책은 부담스럽고, 개론서나 쉽게 소개된 책은 철학의 맛을 볼 기회가 적어서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소설 형식이면서도 '나의 문제'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155명의 지성들이 등장하는 <드림위버>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을 소개한다. 학원강사부터 번역가, 주부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보내왔다. 여기서는 그 원고들을 순서대로 싣는다. - 편집자 주

<글 목록>

1. 중3이 되는 딸에게 권할만한 철학책 어디 없수?
2.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3. 생각쟁이 질문쟁이 소녀 이야기
4. 우리가 넉넉한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
5. "철학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할말이 없었던 나
6. '철학'과 '철학지식'의 차이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계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지식과 이성, 종교와 과학, 윤리와 도덕 그 외 이른바 철학이라는 이름아래에 고민해야하는 문제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단연코 먼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스스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과 해답을 찾아내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지 않는다면 인간이 누릴 삶의 풍성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정의하고 발견하는 일은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는 초석이 됨은 두 말하면 잔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한 소년을 따라 철학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제시하고 그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 가는 과정을 그린 『드림위버』(다른)는 읽는 이로 하여금 삶과 인간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넉넉한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책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책은 이제 기호품이 되었다. 예전에는 책을 금쪽같이 다루었다. 책이 미래를 여는 문이라는 분명한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책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책에 대한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팔거나, 어떻게 하면 시간을 죽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위정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대충 눈가리고 아웅하거나 조삼모사로 넘어가더라도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여론은 너무나 느리고 피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눈 감고도 어마어마한 중대사를 결정해버릴 수 있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결국 정치의 위기, 경제의 위기는 책의 위기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 편집자 주)


 책은 방대한 양의 지식을 포함하고 있다. 동서고금의 내노라하는 철학자가 거의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며, 사회사상가와 인문학자, 심리학자 게다가 과학자들도 등장한다. 소설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소년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편집을 다시 한다면 두 권의 책으로 묶을 수 있을 정도로 페이지마다 첨가된 흥미로운 설명이 풍성하다. 철학자들의 잠언을 비롯해, 뉴스기사, 영화대사, 통계자료 등등. 한 권의 책으로 소설과 철학 에세이를 동시에 읽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의 철학관련 서적들은 너무 어렵거나 혹은 수박 겉만 핥다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여러 권 섭렵해야 어느 정도 감이 잡힌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읽은 내용들도 실상 나 자신의 실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는 관념적인 허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드림위버』는 다르다. 소설로 씌여진 탓에 쉽게 읽히고, 내용은 흥미롭다. 그런데도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끊임없이. 해답은 구성에 있다. 마치 아이들이 수학 공부할 때 사용하는 자습서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소년과 할아버지의 대화가 자습서의 개념원리와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면, 소년과 부모님의 대화는 예제풀이, 다시 소년과 다른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유제풀이 단계,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위한 토론 주제는 연습문제로 실력 다지기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자습서와 완전히 동일하지만도 않다. 정답이 정해진 자습서의 답지와는 달리 『드림위버』은 정답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읽는 이 스스로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정답지를 만들어 간다는 부분이 무척 매력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대뇌의 뉴런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속이 꽉 찬 철학 통조림을 숟가락으로 퍼 먹는 기분도 들었다. 먹을수록 뉴런이 활성화되고 대뇌의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통조림은 아직 그대로다. 먹어도 먹어도 생각할 것들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다시 통조림을 가득 채운다. 허공에 떠있는 관념적인 지식이 아닌 현실성이라는 생명력을 지닌 성찰로 자신의 두뇌를 채우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드림위버』는 분명 살아있는 철학 소설이자 자습서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풍성한 지적 열매들을 어떻게 먹느냐는 독자들의 몫이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라고 했던가? 책을 읽지 않고는 이 맛을 모를 것이다.  






▲ 비트겐슈타인의 명언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해야 한다"


posted by jjolpcc(학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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