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배고픈 시대가 됐다. 쟁쟁한 철학자들이 나오는 책은 부담스럽고, 개론서나 쉽게 소개된 책은 철학의 맛을 볼 기회가 적어서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소설 형식이면서도 '나의 문제'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155명의 지성들이 등장하는 <드림위버>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을 소개한다. 학원강사부터 번역가, 주부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보내왔다. 여기서는 그 원고들을 순서대로 싣는다. - 편집자 주
<글 목록>
1. 중3이 되는 딸에게 권할만한 철학책 어디 없수?
2.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3. 생각쟁이 질문쟁이 소녀 이야기
4. 우리가 넉넉한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
5. "철학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할말이 없었던 나
6. '철학'과 '철학지식'의 차이
대학 시절 생활철학이나 미학 개론을 신청해 낯선 강의실에 앉으면 그런 기분이 들었다. 미노타우루스의 미로에 들어간 느낌. 어렵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고, 그보다는 어떤 비밀에 다가간다는 두려움 같은 것. 그런데도 나는 철학이라는 것에 매료됐다. 아니, 우주나 나 자신의 비밀에 근접한다는 두려움이 더 나를 끌어당겼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 감탄했고, 그들의 스승이었던 소크라테스를 만나는 꿈을 꾸었다. 수천 년 전 그리스 도시를 걸어 다녔던 그들의 멘탈 파워는 내게 새로운 경이였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문학의 밑바닥에, 혹은 수학, 물리학, 화학이나 심지어 응용과학에까지 철학이 빗물처럼 스며들어 있다는 새삼스러운 발견. 그건 이 책을 통해서도 거듭 거듭 확인된다.
▲ 소크라테스 흉상. 그리스철학이 우주론에서 인간탐구로 전환하게 된 것은 그의 영향 때문이다.
그런데 늘 어려웠다. ‘이데아론’이라며, 정의된 개념부터 들이대는 것에 지레 겁을 먹었다.
이후 읽은 철학책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니 중3이 되는 딸에게 권할 책이 뚜렷이 없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좀 색달랐다. 그야말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인데,
시종일관 철학을 이야기한다. 마치 소크라테스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이안의 손을 잡고 슬슬 걷다 보면 철학의 맥이 시나브로 잡혀 온다.
나는 딸이 이안의 여자 친구가 되기를 한 순간에 바라게 되었다. 그 아이가 이 책으로 일찍 철학에 눈떠 다가올 삶의 구석구석에서 지혜가 반짝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철학은 케케묵은 무엇이거나, 논술을 위한 도구가 아니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한 삶의 지침, 지혜이다. 내가 그런 것처럼, 그걸 내 딸이 이 책에서 발견하기를 바란다.
posted by 파란흙(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