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절판


이성적인 판단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 모두가 가장 계산적이고 가장 냉정하기를 요구받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가끔 숨막힐정도의 답답함과, 온전히 생각할 수 없는 미치기 직전의 세상을 경험한다.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세상은 인간에게 완벽에 가까운 계산서를 요구하고, 오류없는 이성을 갖추라 말한다. 모든것이 철저하게 계산되기를 바라는 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세상을 위해 인간이 미치기를 강요한다. 세상은 어쩌면 광기로 만들어지고, 광인들로 채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치지 않기 위해 미쳐야했던 여인과, 미치지 않았으나 이미 미친 이들의 이야기.



여기, 아름답고 매력적이나 가끔은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가끔은 미친여자가 되는 여인이 있다. 집은 정화해야 한다는 말을 하며 온 집을 물을 담은 그릇으로 발 딛을 틈없이 채워놓고 남편과 자신을 돌보아 주는 이모를 돼지라고 부르며, 한 없는 사랑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 무엇보다 그녀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남편을 적대시하고 가끔은 잊어버리는 듯 한 여인. 그녀의 남편은 그녀보다 열여섯살 연상의 머리가 희끗해진 전직 교수, 그녀의 광기어린 행동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자애로움으로 그녀를 돌보며, 그녀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지금은 단지 그녀를 돌볼 시간이 있다는 이유로 사료를 배달하는 남자 아길라르다. 그들의 집에는 그녀의 어린 시절을 혼란으로 만들어버린 이모 소피아가 함께 살고 있다. 일방통행에 가까운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는 남자와, 그 사랑을 무시하듯 광기를 더해가는 여자, 그리고 그 광기의 시작이 된 여자의 이모가 살고 있는 현재의 그들의 집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도 한때 그녀를 사랑했고 임신까지 시켰던 옛 연인 미다스와 그녀의 부모, 그리고 그녀의 외조부모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느것 하나 정상적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없다.

미친사람들의 세상에 미쳐있는 여인 아구스티나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자, 과연 누구인가?" 라고 책은 물으며 시작한다. 모두가 미치기를 강요당한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자가 과연 있느냐며 반문하는 이 책의 제목은 <광기>이다. <광기>에는 때때로 찾아오는 예지력을 가진, 그래서 불안정한 미친여자 아구스티나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많은 시간들과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꾸며지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소설 <광기>의 주요 줄기가 된다. 그리고 여기에 헌신적으로 그녀를 돌보는 현재의 남편 아길레스와 과거의 연인 미다스, 그리고 그녀의 과거를 만들었던 가족의 비밀들이 어지럽게 펼쳐진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최종적으로 그녀의 과거가 만들어낸 현재, 다시 말해 그녀가 현재의 광기를 지닐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에 대해 조금은 혼란스러운채로 치밀하고도 조밀하게 설명해낸다. 아주 작은 그녀의 광기까지도 그녀의 과거에서 비롯 된 것임을, 광기는 그저 이유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도 이유가 있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펼쳐지는 혼란속의 이야기.



<광기>의 아구스티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과거를 이해해야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온통 뒤범벅이 되어진 그녀의 과거, 그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이 바로 광기였음을 페이지가 넘어가면 갈수록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광기>에는 아구스티나를 제외하고도 수 없이 많은 미친 자들이 등장한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토록 맹목적일 수 없을 것 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아길라스부터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에 집착하는 결과로 끝내는 인생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미다스와, 동생의 남편과 가정의 모든 것을 사랑했으나 그래서 모두를 혼란속에 떨어뜨린 이모 소피아의 불륜, 자신의 언니와 남편의 은밀한 관계보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가려버린 아구스티나의 어머니까지.. 표면상은 미치지 않은 정상인이지만 그 스스로는 이미 미칠대로 미쳐있는 미친자들의 이야기. 그것이 <광기>, 바로 그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미친 자들을 위해.



<광기>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인물들은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정상인의 모습을 갖추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수 많은 보통사람의 모습을 닮아있다. 비록 그 모습이 극단의 것으로 비약되기는 하였으나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처럼 살아가기 위해 어딘가에 미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권력을 위해, 부를 위해, 안정을 위해, 나만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무엇인가에 미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수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모습으로 스스로를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구스티나의 모습은 늘 손가락질 받는 대상이 아니라, 어느 한구석에는 '나도 차라리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읊조림을 담게 하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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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22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리뷰에요.^^
 
올림포스 Olympos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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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어느 나라에나 반드시 존재하는 신화, 그 중에서도 그리스 신화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인기가 높은, 많은 신화들의 대표적 존재나 다름없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신화라는 것 만으로도 그 존재의 가치가 높은 그리스 신화이지만, 그리스의 신화들은 갈수록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는 문화 컨텐츠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며 현재까지도 많은 제2의 신화들을 창조하고 있기도 한데 과연 그리스 신화가 그토록 많은 이들을 열광시키고, 폭넓은 사랑을 받는것도 모자라 제2, 제3의 창조물들을 만들어내는데에 없어서는 안될 자양분의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그리스의 신들이 가진 인간과 유사한 캐릭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스의 신들은 다른 절대적인 권능을 가진 신화의 존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가진다. 그들은 실수하고, 오류를 범하고, 질투하며 전쟁을 일으키는 그저 인간과 동일한 인격체의 성격을 가진다. 인간과 같지만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 그래서 그리스의 신들은 인간의 눈을 벗어나 있지만 인간과 같은 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초월적이나 어딘지 모르게 특이한 존재가 된 것이다. 착하기만 하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전능의 존재, 그 자체가 선의 집합체인 신에게서 얻는 이야기보다 오류투성이의 그리스 신들이 친숙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신화와 우주의 만남. 그 무한한 상상력.

<올림포스>는 댄 시먼스의 <일리움>에 이은 속편이다. 1000페이지에 육박하던 엄청난 두께의 책에 이어, 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1000페이지 넘는 두번째 이야기 <올림포스>.. 엄청난 분량으로 이미 독자를 압도하는 이 이야기는 그 첫장을 넘김과 동시에 왜 이 책이 이렇게 엄청난 분량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수긍으로 이어진다. 화성에서 다시 이루어진 신들의 올림포스, 일리움의 전쟁, 수 많은 신들과 인간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갈등과 음모들이 미래에 다시 태어난(?)이라는 다소 희안한 설정으로 서 있는 호켄베리의 시각에서 바로 잡아야할 오류들로 보이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신들에 의해 지배당하기를 거부하고 대항하기 시작한 인간들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라는 익히 잘 알려진 존재들과 일리아드라는 문학작품이 바탕이 되어 때로는 그대로, 때로는 어딘가 뒤틀리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올림포스>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문학작품들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화성에서 다시 이루어지는 신들의 올림포스라는 배경이 말하듯, 그 시작은 지구이고, 지구에서 이미 존재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화성의 올림포스와 일리움을 배경으로 다시 재편되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정리하려면 아마도 몇날 몇일은 걸리지 않을까? 올림포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책을 펴들고 읽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릴 수 없는 자, 상상하지도 말라.

나에게 <올림포스>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 엄청난 소설이 가진 묘사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올림포스>에는 기본적으로 그리스 신화의 배경과 함께 SF적인 요소가 다량 내포되어 있다. 화성이라는 배경이 존재하고 이야기가 우주라는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탓에 필수적인 요소일 수도 있겠으나 <올림포스>의 SF적 요소는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거나 기존의 것들을 가져와 재편성 하는 수준이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창조해내 들이미는 형식이라 풍부한 과학적 상식이 있지 않은 독자라면 (상식이 있다해도 상상력이 없다면) 도대체 이것이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 것인지 따라갈수도 없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마치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직접 보고와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 댄 시먼스의 창조물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싶다면 아마도 꽤 높은 집중력과 함께 많은 상상력도 요구될 것이다.

단 한번의 경험으로 충분하지 않은 올림포스

<올림포스>는 10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전작인 <일리움>까지 더해본다면 하나의 작품이 2000페이지가 넘어가게 되는데 300페이지짜리 책 7권에 육박하는 말 그대로 엄청난 양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분량이라면 분권을 했어도 여러권으로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묵직하다 못해 버거운 책 보다는 가방속에 넣어다니며 짬짬히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 훨씬 좋은데 말이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올림포스>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림포스>와 전작인 <일리움>은 짬짬히 나는 시간동안 순간순간 읽어서 소화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책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갈래로 갈라진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이해하여야 하고, 만날때마다 적응 안되는 과학용어들에도 버거움이 느껴지며, 무엇보다 책 속에 녹아 있는 수 많은 문학작품들이 이야기를 복잡하게 얽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인 댄 시먼스는 독자들이 절대 휴대불가능한 책을 만들어냄으로서 읽는 이로 하여금 조금 더 책에 집중하게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 그러니 조금 번거롭겠지만 이 책을 위해 이번에는 특별히 시간을 할애해보자. 그렇다면 좀 더 즐거운 올림포스 여행이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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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김태원 지음 / 지식노마드 / 2009년 10월
절판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게 되는 경우 질문은 형태는 두가지를 취할 수 있다. "00씨, 이것 좀 해주세요."와 "00씨, 이것 좀 해주면 안될까요?"이다. 어느 책에 따르면 같은 요구사항이라도, 혹은 그것이 식당에서 반찬 좀 더 달라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해주면 안될까요?' 보다는 '해주세요.'가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에는 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아니오!' 보다는 '네'라고 대답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나? 하지만 이렇게 인간의 기본 성향이 no보다는 yes를 추구한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된다. 어떤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성향보다 훨씬 더 많이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와 배경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yes라는 답을 얻는 것이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긍정의 한 마디. yes!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방법에 대한 소개서이다.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일상생활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비지니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화자가 청자로 하여금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아닌 조직과 조직의 관계에는 가장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의 근본 목표가 깔려 있다. 때문에 한 기업의 이윤은 다른 기업의 지출이라는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지출해야 하는 기업과 이윤을 얻어야 하는 기업. 양 기업의 관계에서 아쉬운 자는 당연히 이윤을 얻어내야 하는 기업이기에 커뮤니케이션의 기법이란 바로 이윤을 얻어내는 기법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애타게 기다리는 한마디를 얻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크게 5개의 단계로 설명한다. WHISPer라고 이름지어진 이 단계는 W: wake-up, H:hot, I:interest, S:story, P:persona의 약자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초단계인 뇌 깨우기(주위 환기라고 표현하면 어느 정도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 생생하게 만들기, 청자가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을 보여줌으로써 흥미 이끌어내기, 이야기로 구성하기, 마지막으로 긍정적 결정을 짓는 설득의 기술을 통해 원하는 결론으로 가게 도와주는 안내자의 모습을 갖추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각각의 단계에 맞추어 청자의 이성과 감정에 적절히 호소하는 법을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도입하는 스킬을 습득함으로서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얻고자 했던 최종 대답, 바로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를 이끌어내는 알려주는 책이 바로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인 것이다.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는 각각의 단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를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듯 실려 있고 최종적으로 이를 실전에 이용하는 방법까지 (다소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친절히 소개되어 있으니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되어 주지 않을까?

가장 필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개인과 개인이 점점 마주할 일이 없어지고 인간 소외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사라진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조직이다. 조직 역시 개인이라는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기억해낸다면 조직과 조직의 관계를 구성하는 것 또한 개인과 개인이라는 것을 금방 상기할 수 있으리라. 커뮤니케이션은 때문에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넘어 조직과 조직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의 수단이며, 관계의 성질을 규정하고 관계의 목적으로 가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전달하는 수 많은 책들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라면 바로 이 책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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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
KMA 지음 / 원앤원북스 / 2009년 10월
품절


한 사람의 인생이나, 한 조직의 운명에는 늘 많은 고난과 역경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이 고난과 역경들은 한 사람의 삶이나 조직의 운명에 크게 혹은 작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곤 하는데, 때로는 위기로, 때로는 기회로 그 모습을 탈바꿈하면서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던져주는 훌륭한 선생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그 고난과 역경의 순간이 다 지나간뒤 평화로움을 얻고 난 후에야 조용히 미소지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30년 전통의 최고급 레스토랑 몽블랑에 위기가 닥치다.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는 국내 최고의 프랑스 전통 레스토랑이라는 몽블랑에 닥친 위기와 그 위기를 이겨내는 조직의 힘겨운 고분분투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다.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조직에서나 한번은 닥칠법한 위기와 그 해결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현실적이고도 현장감 있는 성인 동화, 아니 조직 동화라고 표현하면 얼추 들어맞는 설명이 되지 않을까? 레스토랑이라는 너무 크지 않은 설정은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몇가지 가르침을 너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이 되고, 음식을 만드는 영업장소라는 설정 역시 조직이 처한 위기에 대한 간략하고도 직접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더 없이 좋은 재료가 되는 이야기. 그래서 위기에 놓인 조직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작은 에세이집이나 성공한 음식점의 사장님들이 풀어놓을 법한 성공스토리정도로 쉽게 읽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위기의 시작과 변화의 시작, 모두가 가장 근본적인 것들

몽블랑의 위기가 시작되는 것은 뭔가 그럴듯하고 거대한 음모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것, 어찌 생각하면 사소하고 지나칠 수 있을 법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서부터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몽블랑 직원들의 나태함이 바로 그것이다.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타성에 젖게 되고, 얄팍한 요령에 기대어 점점 나태해지는 직원들은 스스로의 일들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고, 자신의 일에 소홀해진다. 주방장의 일에 대한 소홀함은 음식점의 생명인 재료관리의 부주의로 이어지고 홀의 직원들이 가진 서비스 정신은 점점 희미해진다. 이것이 서비스 부족과 음식의 질에 대한 의문이 한껏 담긴 한 기사의 기사로 이어지고 여기에 수입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고 있다는 기자의 고발로 이어지면서 몽블랑 전체가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지극히 작아 보이는 조직 구성원 한명의 나태함은, 곧 조직 전체의 분위기로 이어지고, 나태해진 조직의 분위기가 조직의 존재자체를 위협하는 치명적일 실수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기 극복의 열쇠도 가장 처음에 있다.

몽블랑은 위기 탈출의 열쇠를 원칙주의자 준혁에게서 찾는다. 제주지점으로 유배에 가깝게 발령을 받아 떠난 준혁이 다시 돌아와 자신의 방식대로 원칙에 충실한 몽블랑의 모습을 재건하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것에서 부터 시작한 준혁의 원칙은 점차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는데 원동력이 된다. 준혁 자신이 요구하고 개선하고자 한 것은 가장 작은 기본이었으나 기본이 갖추어지고 원칙이 바로 세워진 조직의 분위기는 바탕을 새로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움직여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기본이 갖추어지고 여기에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조직의 전체의 노력은 혁신으로 이어지고 몽블랑은 다시 30년의 전통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새로운 몽블랑으로 태어나게 된다.

조직의 변화는 기본에서 시작된다.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기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몽블랑은 30년이라는 전통을 가진 최고의 레스토랑이지만 30년의 역사속에 이미 갖추어진 위치에서만 안주하고 변화보다는 익숙한 것을 추구하다가 스스로 위기에 빠진다. 변화를 두려워 하는 조직은 변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나태해지고 틈이 벌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조직의 변화는 성장을 위한 노력일 뿐만 아니라 살아남고자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필수과정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갖추어진 조직이란 이미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말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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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 - Ich hab' noch einen Koffer in Berlin, 내 수트케이스는 여전히 베를린에 있다
예주연 지음 / 스토리나무 / 2009년 8월
절판


독일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며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2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쟁을 지독히도 좋아하는 나라? 그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유대인들을 핍박한 잔인한 나라? 패전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도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 분단의 아픔을 이겨낸 나라? 세계 역사를 가로지르는 굵직굵직한 사건에 수차례 오르내리며 역사의 잔혹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무시할 수 없는 강국으로 군림하는 나라가 바로 이 나라 독일이다. 하지만 어쩐지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는 듯한 그들의 이미지는 그 나라에 대한 정보와 지식에 쉽게 다가갈 수 없게 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꼭 나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것이다. 독일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그리고 그 나라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면모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기 그곳에서 스무살의 시절을 보낸 작가가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독일에서의 추억을 풀어놓은 한권의 책이 있다.

강렬하고도 끝없는 변화가 흐르는 곳, 베를린
20여년전 세계의 모든 이목은 베를린을 향하고 있었다. 한 국가내에서 이념적 대립을 이루고 반으로 갈라져 존재하던 국가. 그 국가의 현재를 상징처럼 보여주던 그들의 수도 베를린을 양분하던 장벽하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눈에는 좌우로 갈라져있던 이나라의 이념적 대립이 하나로 뭉쳐지는 순간이었을것이고, 우리에게는 분단이라는 비슷한 상황하의 한 나라가 하나로 다시 태어난 통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번 불사르게 하는 계기였을 것이다. 두개의 이념이 하나가 된 상징의 수도 베를린. 베를린은 이제 동서베를린의 각각의 이름을 가진 하나이나 두개의 수도가 아니라 온전히 한 나라의 수도가 된 것이다. 베를린의 변화는 독일의 변화였고 때문에 베를린의 변화는 강렬했을 것이다.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에는 바로 그 변화하는 베를린의 모습들이 차분하게 그려지고 있다.

여행이 아닌 머무름을 위한 이야기.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은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 과한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저자가 책 속에 단순히 짧게 스쳐가는 여행을 위한 안내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베를린에 머무르며 유학하던 시절, 자주 들렀던 광장과 거리, 그리고 찻집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그저 둘러보고 독일에 대한 단편적이나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기억과 함께 어렴풋하지만 오랫동안 남을 기억들이 남아있을 법한 곳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때문에 이곳에 소개된 곳들은 관광책자에 어울리기 보다는 한동안 머무르며 베를린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려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를린 이해하기.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에는 베를린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이야기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단순한 여행책자라기 보다는 베를린에서 한동안의 시간을 거주했던 작가가 그 시간동안 자연스럽게 알게 된 베를린과 독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간단하게 설명이 될까? 물론 유명한 카페부터 작은 거리의 찾아가기 힘든 샵들까지 명소라 불리울만한 곳에 대한 이야기들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그 안에는 그녀가 베를린에서 느꼈던 개인의 느낌들이 들어있고 또한 결코 만만치 않은 양의 독일에 대한 지식과 장소들이 소개되어있다. 독일이라는 한 나라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베를린이라는 한 도시의 모습에 한권의 책을 모두 쏟아부은 것은 왜일까? 물론 그녀가 유학생활을 하던 곳이 베를린이라는 도시였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만큼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독일을 여행하는데 이 책이 적합하다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독일을 이해하기 위해 베를린이 필요하다면 그 베를린을 이해하기 위한 조금은 소박한 시작으로 이 책을 추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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