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
KMA 지음 / 원앤원북스 / 2009년 10월
품절
한 사람의 인생이나, 한 조직의 운명에는 늘 많은 고난과 역경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이 고난과 역경들은 한 사람의 삶이나 조직의 운명에 크게 혹은 작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곤 하는데, 때로는 위기로, 때로는 기회로 그 모습을 탈바꿈하면서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던져주는 훌륭한 선생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그 고난과 역경의 순간이 다 지나간뒤 평화로움을 얻고 난 후에야 조용히 미소지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30년 전통의 최고급 레스토랑 몽블랑에 위기가 닥치다.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는 국내 최고의 프랑스 전통 레스토랑이라는 몽블랑에 닥친 위기와 그 위기를 이겨내는 조직의 힘겨운 고분분투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다.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조직에서나 한번은 닥칠법한 위기와 그 해결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현실적이고도 현장감 있는 성인 동화, 아니 조직 동화라고 표현하면 얼추 들어맞는 설명이 되지 않을까? 레스토랑이라는 너무 크지 않은 설정은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몇가지 가르침을 너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이 되고, 음식을 만드는 영업장소라는 설정 역시 조직이 처한 위기에 대한 간략하고도 직접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더 없이 좋은 재료가 되는 이야기. 그래서 위기에 놓인 조직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작은 에세이집이나 성공한 음식점의 사장님들이 풀어놓을 법한 성공스토리정도로 쉽게 읽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위기의 시작과 변화의 시작, 모두가 가장 근본적인 것들
몽블랑의 위기가 시작되는 것은 뭔가 그럴듯하고 거대한 음모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것, 어찌 생각하면 사소하고 지나칠 수 있을 법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서부터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몽블랑 직원들의 나태함이 바로 그것이다.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타성에 젖게 되고, 얄팍한 요령에 기대어 점점 나태해지는 직원들은 스스로의 일들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고, 자신의 일에 소홀해진다. 주방장의 일에 대한 소홀함은 음식점의 생명인 재료관리의 부주의로 이어지고 홀의 직원들이 가진 서비스 정신은 점점 희미해진다. 이것이 서비스 부족과 음식의 질에 대한 의문이 한껏 담긴 한 기사의 기사로 이어지고 여기에 수입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고 있다는 기자의 고발로 이어지면서 몽블랑 전체가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지극히 작아 보이는 조직 구성원 한명의 나태함은, 곧 조직 전체의 분위기로 이어지고, 나태해진 조직의 분위기가 조직의 존재자체를 위협하는 치명적일 실수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기 극복의 열쇠도 가장 처음에 있다.
몽블랑은 위기 탈출의 열쇠를 원칙주의자 준혁에게서 찾는다. 제주지점으로 유배에 가깝게 발령을 받아 떠난 준혁이 다시 돌아와 자신의 방식대로 원칙에 충실한 몽블랑의 모습을 재건하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것에서 부터 시작한 준혁의 원칙은 점차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는데 원동력이 된다. 준혁 자신이 요구하고 개선하고자 한 것은 가장 작은 기본이었으나 기본이 갖추어지고 원칙이 바로 세워진 조직의 분위기는 바탕을 새로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움직여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기본이 갖추어지고 여기에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조직의 전체의 노력은 혁신으로 이어지고 몽블랑은 다시 30년의 전통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새로운 몽블랑으로 태어나게 된다.
조직의 변화는 기본에서 시작된다.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기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몽블랑은 30년이라는 전통을 가진 최고의 레스토랑이지만 30년의 역사속에 이미 갖추어진 위치에서만 안주하고 변화보다는 익숙한 것을 추구하다가 스스로 위기에 빠진다. 변화를 두려워 하는 조직은 변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나태해지고 틈이 벌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조직의 변화는 성장을 위한 노력일 뿐만 아니라 살아남고자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필수과정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갖추어진 조직이란 이미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말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