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 - Ich hab' noch einen Koffer in Berlin, 내 수트케이스는 여전히 베를린에 있다
예주연 지음 / 스토리나무 / 2009년 8월
절판


독일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며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2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쟁을 지독히도 좋아하는 나라? 그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유대인들을 핍박한 잔인한 나라? 패전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도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 분단의 아픔을 이겨낸 나라? 세계 역사를 가로지르는 굵직굵직한 사건에 수차례 오르내리며 역사의 잔혹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무시할 수 없는 강국으로 군림하는 나라가 바로 이 나라 독일이다. 하지만 어쩐지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는 듯한 그들의 이미지는 그 나라에 대한 정보와 지식에 쉽게 다가갈 수 없게 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꼭 나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것이다. 독일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그리고 그 나라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면모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기 그곳에서 스무살의 시절을 보낸 작가가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독일에서의 추억을 풀어놓은 한권의 책이 있다.

강렬하고도 끝없는 변화가 흐르는 곳, 베를린
20여년전 세계의 모든 이목은 베를린을 향하고 있었다. 한 국가내에서 이념적 대립을 이루고 반으로 갈라져 존재하던 국가. 그 국가의 현재를 상징처럼 보여주던 그들의 수도 베를린을 양분하던 장벽하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눈에는 좌우로 갈라져있던 이나라의 이념적 대립이 하나로 뭉쳐지는 순간이었을것이고, 우리에게는 분단이라는 비슷한 상황하의 한 나라가 하나로 다시 태어난 통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번 불사르게 하는 계기였을 것이다. 두개의 이념이 하나가 된 상징의 수도 베를린. 베를린은 이제 동서베를린의 각각의 이름을 가진 하나이나 두개의 수도가 아니라 온전히 한 나라의 수도가 된 것이다. 베를린의 변화는 독일의 변화였고 때문에 베를린의 변화는 강렬했을 것이다.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에는 바로 그 변화하는 베를린의 모습들이 차분하게 그려지고 있다.

여행이 아닌 머무름을 위한 이야기.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은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 과한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저자가 책 속에 단순히 짧게 스쳐가는 여행을 위한 안내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베를린에 머무르며 유학하던 시절, 자주 들렀던 광장과 거리, 그리고 찻집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그저 둘러보고 독일에 대한 단편적이나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기억과 함께 어렴풋하지만 오랫동안 남을 기억들이 남아있을 법한 곳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때문에 이곳에 소개된 곳들은 관광책자에 어울리기 보다는 한동안 머무르며 베를린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려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를린 이해하기.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에는 베를린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이야기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단순한 여행책자라기 보다는 베를린에서 한동안의 시간을 거주했던 작가가 그 시간동안 자연스럽게 알게 된 베를린과 독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간단하게 설명이 될까? 물론 유명한 카페부터 작은 거리의 찾아가기 힘든 샵들까지 명소라 불리울만한 곳에 대한 이야기들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그 안에는 그녀가 베를린에서 느꼈던 개인의 느낌들이 들어있고 또한 결코 만만치 않은 양의 독일에 대한 지식과 장소들이 소개되어있다. 독일이라는 한 나라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베를린이라는 한 도시의 모습에 한권의 책을 모두 쏟아부은 것은 왜일까? 물론 그녀가 유학생활을 하던 곳이 베를린이라는 도시였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만큼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독일을 여행하는데 이 책이 적합하다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독일을 이해하기 위해 베를린이 필요하다면 그 베를린을 이해하기 위한 조금은 소박한 시작으로 이 책을 추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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