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 빛깔있는책들 - 고미술 113
최완기 지음 / 대원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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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나의 주요 답사처가 절집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점차 서원을 자주 찾고 있다. 나의 이런 변화는 독서 습관이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즉 고대사 중심에서 조선이나 근현대사 위주로 역사의 시야가 옮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 그 시대를 바라보는 인식에도 변화가 생겨 사원보다 양반 사대부들의 행동 양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올 여름의 짧은 안동 여행에서 소수서원, 병산서원 및 도산서원을 들른 것은 그 일환이었다. 세 서원에서 느낀점은 단순히 교육, 제사, 연구 등 서원의 본래 의무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곳을 만들고 운영한 이들의 손길과 정성이 곳곳에 녹아 있음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도산서원에서 퇴계가 제자들에게 쏟았을 그 열심이 내게 와닿는 듯했다. 그곳에서 나는 잠시 퇴계가 내 스승인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곳이 내 학교였으면 하는 상상과 함께.

이 책, <한국의 서원>은 서원 여행에 좋은 길잡이가 될만하다. 두껍지도 비싸지도 않은 책이다. 손에 넣고 다니며 필요한 곳에서 펴 읽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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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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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라는 의식적 자기 강요에 의해 집어든 책이다. 문학류에 끌리는 요즘 이번에 펼친 것은 독일 소설.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이렇게 재미없고 나와 맞지 않는 글이라니. 어쩌면 내가 독일 문학과 맞지 않는 것일지도. 펼친 책이니 그냥 덮을 수 없어 질질 끌다 1주일을 넘겼다. 그렇게 오늘 막 읽고 말도 안되는 흔적을 남긴다. 출판사를 저자를 비난하고 싶진 않다. 다 내 잘못일 뿐. ㅎㅎ

1. 이 책에는 대화가 거의 없다. 대부분 주인공 ‘나‘의 독백이다.
2. 주인공의 연인인 프란츠에 대한 사랑은 너무 일방적이다. 오히려 스토커에 가까워 보인다.
3. 거의 백 살에 다다른 주인공의 과거 회상은 공감보다 일방적 자기 주장일 뿐이다.
4. 책 표지의 추천사를 보면 이 책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자 에로틱하다고 하지만 나는 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절절한 사랑이 아니라 고립된 사랑이다.
5. 동독 출신의 작가로서 군데군데 ‘기이한 시대(동독 시절)‘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나는 이 정도로밖에 이 책을 정리할 수 없다. 머리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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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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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형태의 글쓰기가 인상적인 책이다. 좋은 평을 받는 책은 역시 평범함을 거부해야 한다. 무난한 내용이 잘 읽히기는 하나 남기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식의 차별화를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써낸 사회학 보고서‘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말 그랬다. 이 책은 일반 소설이라 하기엔 뭔가 이야기가 약해보였고 그렇다고 사회학 서적이라 하기엔 문학 장르에 어울렸다. 어설프고 얼치기인 내 눈에 그랬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자 독자인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그것은 이 책이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책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한다는 의도도 있겠으나, 역으로 문제성 있는 남성상만 제시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남성들을 역차별했다고 읽힌다. 21세기를 살아가지만 20세기적 사고관을 가진 나이기에 더욱 그렇게 보인 듯하다. 무능한 아버지도, 가볍게 여성을 비하하는 택시운전사도, 밤 늦게 뒤따라오던 그 학원생도, 소리지르던 시아버지도, 마지막장의 그 정신과의사도, 취업준비생인 그 대학생 남친도, 변태같은 학교 남선생들도, 야동 돌려보는 직원이나 성교육 안한 사장도, 막내 아들(동생)도 다 그랬다. 그들은 여성들이 살아가는 데 암적인 존재들이었다. 결국 김지영씨가 미치게 되는 게 결정적 요소들이었던 셈이다. 나는 폭발하고 싶었다.

나도 안다. 내 어머니와 아내의 삶이 녹록치 않았다는 것을. 치열했고 그래서 더 고단했다. 곁에서 돕는다는 생각을 나 역시도 했다. 김지영 씨의 남편인 정대현 씨처럼. 그런데 어느날 왜 돕는거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집안의 일은 아내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의 일이기에 나의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스스로 하는 영역들이 있다. 지금 많은 남편들과 남자들이 이렇게 변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글로 쓰자니 대단할 것 같지만 아내의 보조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가짐만큼은 내가 나서야 한다고 느낀다. 언감생심 여성 차별은 말도 되지 않는다. 왜나면 그것은 미래 내 딸의 삶과도 직결되지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별을 강조하는 이 소설이 나는 내내 불편했다.

그렇지만 읽어내야만 했다. 여성차별의 현실이 어떤지 그리하여 이땅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잘 그려져 있기에. 그리고 그게 다였다. 나는 이 책을 다른 이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남자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변화에 무디고 저항하는 그들이지만 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나 딸은 가진 아빠들이라면.

각설. 소설이지만 각종 자료를 인종하여 각주처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소설의 현실성을 높혔다고 평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삐딱한 나는 이 책이 소설인지 논문인지 순간 착각마저 일었다. 그리고 김지영 씨의 발병 과정을 설명하는 글이다보니 그녀의 인생사를 주마간산식으로 늘어놓은 것은 아닌지 싶다. 즉 소설 속에 문제성 강한 남성을 심어놓고 거기에 수동적 혹은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여성을 그리는 식의 나열이 그렇다. 나같은 남성 독자에겐 ‘욱‘하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구도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소설을 이렇게까지 까탈스럽게 읽지 않는데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그렇게 읽은 듯하다. 나란 사람 참 속 좁다. 나이도 젊고 앞으로 창창한 미래를 가진 작가인 듯한데. 아무튼 책은 쉬~ 잘 읽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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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1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화에 무디고 저항하는 그들이지만
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나 딸을 가진 아빠들이라면‘
무척이나 공감하구요~
친구신청 감사드립니다^^




knulp 2017-09-16 09:27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감사해지네요. 즐건 주말되세요~~

vearnim 2017-09-16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지영 또래 여자인데 제게는 소설같지 않은 이야기였어요. 다른 많은 여성독자들도 그렇다고 하구요. 그만큼 극단적 사례를 모은 것이 아니라 다들 그 정도는 겪고 자라온...평범한 주변의 악의와 생각없는 말들이 쌓여 김지영 씨를 미치게 만든 것이지요..

knulp 2017-09-16 20:57   좋아요 0 | URL
네 님 말씀도 공감합니다. 저 역시도 언론이나 직접 목격을 통해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런식의 글쓰기라면 남자는 영원히 타도해야할 대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느리지만 조금씩 평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변화를 거부하는 남정네들이 문제라는 의식이 느껴진거죠. 뭐 도둑이 제발 저린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절반의 진실만 드러낸 듯하여 남자의 입장에선 무척 불쾌했답니다. 당근 마지막 문장엔 저도 동의합니다~~^^

cyrus 2017-09-1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곳곳에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과 장면이 많았습니다. 특히 결말은 정말 씁쓸한 반전이었습니다.. ^^;;

knulp 2017-09-16 18:16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그랬습니다. 너무 많이 부대껴서 힘들었다는.

jethink 2019-12-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읽었습니다

knulp 2019-12-30 16: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設, 첫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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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이른 새벽에 김훈의 글을 읽었다. 지극히 ‘김훈‘스런 글이다. 다만 어느 매체에 실렸던 글들이라 길이가 대체로 짧고 같다. 다만 주제가 다양할 따름일 뿐이고 전체적 흐름은 그의 전작과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술술 읽힌다. 2002년에 출간된 책이라 지금과 다른 면도 있지만 어색하기보다 현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된다.

김훈의 글은 구체적 대상을 추상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이 있다. 가령 이런 부분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속도와 사람의 관계는 순결하다.‘(190쪽) 이것만 보면 그의 추상성에 답답해할 수 있으나 나는 묘한 재미를 느낀다. 나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속도와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순결하지? ㅎㅎ 자전거 탈 태 인간의 힘만큼 속도가 나온다. 서로를 과장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서로를 표현한다. 그러니 둘은 순결하다. 독특한 방식이다. 김훈 나름의 특징이다. 이 책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이제 슬슬 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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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設, 첫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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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으며 잠깐 놀랬다. 김훈이 이런 표현도 하나 싶어서. 성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여성의 가슴을 제법 상술한 것이어서 혼자 놀랐다. ㅎㅎ. 그저 보기만 했던 유방을 이렇게 묘사를 하니 조금은 어색하다. 사실 옆 페이지는 앞에서 본 유방을 묘사한다. 그의 글에는 종종 성적 묘사가 나온다. 그것도 다분히 남성적 입장에서 쓰여진. 어쨌든 나는 그의 글이 좋다. 특히 그의 글쓰기 방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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