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거북 그림책이 참 좋아 15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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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감동 혹은 생각거리를 얻기는 처음인 듯하다.
아마도 어린이들이 읽는 수준 낮은 책이라는 선입견이 든 탓이리라.
양서에는 따로 구분이 없는게다.
슈퍼거북이 되려는 헛된 열망과 노력이 우릴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저 노력하는 삶에 만족하며 살고 싶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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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는 간데없고 욕정의 흔적만이, 권번 문화의 길 12
이영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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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 기억 속에 기생은 주로 ‘술집 여자‘정도로 남아 있다. 몸을 팔기도 하는. 하지만 실제 기생은 그보다 고상하고(?) 수준이 높았다. 기생은 가곡, 가사, 서예, 정재무 이외에는 구사하지 않는 일패 기생과 은근히 몸을 팔고 첩 노릇을 하는 이패 기생, 매춘을 목적으로 삼는 삼패 기생으로 구분했는데 일패 기생은 누군가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그들이 가진 멋과 매력에 힘 입은 바 크다. 그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교육에 의해 기생으로 길러진 탓이다. 오랜 수련과 훈육을 통해 기생은 태어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말하는 꽃‘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생들이 몸파는 이미지로 전락한 것은 일제의 침략과 궤를 같이 한다. 1908년 창기단속령이 내려지자 명기를 향햔 기생들의 바람은 조합 혹은 권번 시스템의 등장 속에 사라졌다. 기예가 있던 없든 상관없이 기생들은 권번에 적을 두고 활동했야했다. 이제 일패 기생과 삼패 기생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모든 기생은 창기 취급을 받아야했다.

한편 일본은 세금을 걷고 화류병(성병)을 관리하기 위해 기생의 활동지를 제한하고 일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부도유곽이 그것이다. 인천화류계의 불온한 시작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먼서 기생들은 빠나 카페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몸을 팔 수 있는 무대가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그만큼 주택가는 좋지 못한 영향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해방 후 미군의 진주를 통해 그녀들은 공창내지 집창촌의 양공주로 변모해갔다. 이 책은 그 많던 기생 중 주로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던 이들과 권번을 다루고 있다.

사실 기생은 단순히 술집 여자라기보다 요즘으로 치면 재능 있는 연예인에 가깝다. 자신이 가진 재주를 팔아 돈을 벌고 인기도 끄는. 그리고 추종자들도 있고. 심지어 가수나 배우로 변신을 거듭한 이들도 있다. 그래서일까? 기생의 활동은 신문에 제법 소개되었고 소설화되어 판매되기도 했다. 그 유명한 이상과 백석의 애인들도 모두 기생이었던가?

이 책은 신문 기사와 문학류에 등장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그만큼 사실적이면서도 건조하다. 흥미로운 주제인 반면 그렇게 재미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느낌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른 이가 쓴 기생 이야기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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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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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밌는 역사책을 읽었다. 전문 학술서라기 보다 표지에 써 있듯이 역사에세이다. 정연한 논리성과 근거를 갖춘 전공서라기보다 저자만의 판단과 비판에 입각한 책이다. 그리하여 다분히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일견 일리가 있는 책이다. 책에 매달릴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한 번에 다 읽어내진 못했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읽은 탓에 다른 책보다 내게 남긴 것이 많다.

  저자의 관점 중 내게 와닿는 것은 중화세계와 유럽의 전통 시대를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다. 즉 근대 이전 시대는 중국 중심의 세계가 세계를 압도한 반면 산업혁명 이후는 유럽 문명이 압도했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양대륙의 사회 질서의 안정도와 전쟁 양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유명한 선교사 마테오 리치 또한 그 사실을 입증해준다. 그렇다고 중국과 조선을 높이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실이 그랬다는 것일 뿐. 그렇다면 문제는 뭘까. 사회도 안정되고 질서도 잡혔던 조선을 어찌하여 망국의 대열에 끼게 된 것일까?

  임진왜란 후 조선, 특히 인조반정 이후에는 왕권이 약화되고 신권이 강조된다. 아마 송시열 같은 이가 가장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이는 왕권과 신권의 조화 혹은 상호 견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왕도정치의 붕괴로 이어진다. 숙종, 영조, 정조 년간에 어느 정도의 회복을 이루기는 했지만 세도정치 이후 조선의 정치는 완전히 파탄나게 된다. 이를 이어 흥선대원군 집권, 민씨정권의 등장, 고종의 무능 등으로 이어지면서 조선은 되돌릴 수 없는 망국의 길을 걷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말했다. 조선은 일본이 식민지화 하지 않더라고 다른 어떤 나라에게 식민지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여기에 저자는 그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은 일본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거들떠 보지 않고 있었다고. 외교적 정치적 경제적 이득이 없는 조선에 목메는 나라는 없었고 또한 이런 조선을 힘들여 경영할 나라도 없었다. 반면 일본은 대륙 진출의 교두보이자 제국주의로 가는 첫걸음으로써 식민지가 필요했고 여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조선의 식민지화는 절대적이었다. 저자의 주장에 심히 공감하는 바다.

  한편 조선 후기의 세도정치기에 엘리트들의 도덕성도 거덜난다. 사회의 엘리트들은 어느 사회에서건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정보력, 경제력, 권력 등을 갖춘 이들로 사회가 안정되어야 자신들의 이득이 많이 생긴다. 그렇기에 엘리트들은 자신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사회 전반으로 이어지며 사회의 안정을 꾀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조선 후기에 깨지고 일제 침략기에는 친일파 등 도덕성이 없는 인물들이 출세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성의 결여가 일상화된다. 대신 돈으로 상징되는 물질 최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반도덕을 등에 업고 권력층에 나서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해방 이후에도 이어서 오늘날에 이른다. 그것은 또한 대한항공의 조씨 일가를 비롯핫 이땅의 재벌들을 보면 쉬 알수 있다. 물론 고위공직자들도 빠질 수 없겠다. 그들에게 지난 날의 갑질이나 부도덕은 그리 부끄럽지가 않다. 왜냐면 도덕적 기준이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들을 내세운 최고위층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관용적이니까. 부끄러운 세태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읽는다. 역사는 그래서 중요하다. 간만에 재미난 역사책을 읽었다. 모두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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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함께 춤을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비 정신을 찾아서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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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으면 늘 행복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속에 빠져 지내게 된다. 하지만 좋은 책은 여기에만 머무르면 안된다. 여기서 멈춘 책은 그저 재밌는 책일 따름이다. 좋은 책은 재미와 함께 사고와 행동으로 연결된다. 읽다보면 고민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저자의 논지에 전염된 독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추동하는 힘을 여기서 얻는다. 적어도 내게 좋은 책이란 그렇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나름의 분류법으로 역사 속 ‘선비‘들을 골랐다. 남녀와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선택한 선비를 저자는 6가지의 주제로 나눠 배치했다. 역사를 전공한 내가 익히 아는 선비도 있지만 생경한 이도 있고 무관심했던 이도 있다. 백인걸, 김홍섭, 최대교, 장일순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애를 통해 선비 정신을 실천했고 자신만의 길을 닦았다. 이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이들 모두 자기 수양을 통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쳤고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그래서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당대의 모델을 넘어 현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이해하기 쉽다. 역사학자 가운데 드물게 쉬운 글쓰기를 하는 저자의 필력 때문이다. 전작인 <조선의 아버지들>도 그 결이 비슷하다. 어려운 역사 용어를 그대로 쓰기보다 현대어로 풀어 독자의 이해를 깊게 해준다. 어쩌면 한편의 역사 에세이를 읽은 느낌이다. 그렇게 나는 편하게 책장을 넘겼다.

역사가 과거의 것을 다루는 데 그친다면 역사는 구닥다리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과거의 것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쩌면 이것이 역사학의 존재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과거 사실을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역사 탐구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과거의 것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힘이 바로 역사적 사고력 아닐까?

이 책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저자는 글의 말미 마다 현 시대를 비판하고 진단하는 부분을 담았다. 그것은 단순히 권세가나 현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재료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시도이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고력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게 해주는 것과 같다. 나는 이 책을 통래 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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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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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내게 잘 맞는 책이다. 독후감을 쓰면서 미리 이렇게 결론을 내놓고 한다. <언어의 온도>에서 받은 선입견 탓이 크다.

작가 이기주는 주변에 대한 관찰과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냉소적인 눈길이 아니라 봄햇살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이를 기록한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온기가 넘치고 온건한 품격이 흐른다. 약간은 법정스님의 글에서 느끼던 바가 전해졌다.

이 책은 주재료로 말과 글을 다룬다. 남의 글을 평가하고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말과 글을 통해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해지기를 저자는 바란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글은 조심스럽지만 희망을 노래하는 듯하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저자의 독서력이 깊다는 사실이다. 동서양 고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인용하고 있다.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글을 품격을 높이고 있다. 책을 그냥 읽은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줄 아는 능력을 그는 가진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기 아쉬웠다. 두고두고 다시 읽을만한 가치를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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