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987년 6월항쟁으로부터 30주년이 되는 해다. 민주화를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6공화국 헌법을 수립한 6월항쟁을 기념하며 민주화와 민주주의에 관해 읽어볼 만한 책 10권을 골라보았다.
1. <100도씨> 최규석
6월항쟁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입문용으로는 이 만화가 적역이 아닐까 싶다. 만화지만 1980년대 당시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그리고 있어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다.
2. <특종 1987> 신성호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공분을 산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당시 중앙일보 기자였던 저자가 이 사건을 보도하게 된 경위를 풀어내고 있다. 독재 정권 치하에서의 언론인의 용기있는 보도가 가진 큰 힘을 생각하게 한다.
3. <유월의 아버지> 송기역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 전 유가협 회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민주화 이후를 살아온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르포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슬픔 속에서도 고군분투해 온 노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4. <L의 운동화> 김숨
6월항쟁에서 최루탄을 맞고 세상을 떠난 이한열 열사가 남긴 운동화를 복원하는 과정을 추적한 소설이다. 유품의 복원을 통해 아직 치유되지 않은 기억들을 소설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5.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성취한 민주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이 들이닥쳤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에는 민주정권을 표방한 김대중, 노무현정부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극대화되어 있던 시기였다. 그 무렵 경향신문에서 진보좌파 세력의 문제를 반성하며 내었던 책이다.
6.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한국 정치학의 석학인 최장집 교수가 한국 민주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권으로 담아 낸 책이다. 21세기에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정치학의 명저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과 환멸을 넘어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다.
7.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민주화 시대 대중을 선도했던 참여적 지식인이 민주화 이후 어떻게 변질했는가에 대해 묻는 책으로, 한국 지식인의 현주소를 다루고 있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그 문제의식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8. <민주주의의 모델들> 데이비드 헬드(박찬표)
'민주주의'라고 해도 그 종류는 직접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 등등 수없이 많으며, 각각이 의미하는 바는 서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민주주의 모델들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다룬 이론적 저서로서 어떤 민주주의를 추구할지에 대해 시사를 준다.
9.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조수아 컬렌칙(노정태)
일단 민주화가 이루어진지 오래된 민주주의 역시 망가지기도 한다.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다소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책이다. 경제윅, 포퓰리즘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전세계의 경향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10. <박근혜 퇴진 촛불 행동> 최영준, 최일봉
6월항쟁 30주년이 되는 올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헌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국민을 대의하는 입법부의 투표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무엇보다 국민들의 행동으로 행정부의 수반이 그 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난 10월부터 계속되었던 촛불집회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