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인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가지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돈과 시간이 부족하다면 책으로 하는 여행으로 대신하는 것 역시 좋다. 여행을 떠날 때 함께 동반자가 될 책 10권을 추천하고자 한다.
1.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마이케 빈네무트(배명자)
독일의 저널리스트 저자는 퀴즈쇼에서 억대의 상금을 획득한다. 상금을 받으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2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도시에서 생활해 보겠다고 대답한 그녀는 실제로 전세계 12개 도시를 1년에 걸쳐서 여행한다. 전세계를 종횡무진하는 저자의 유쾌하고 솔직한 여행기를 읽다보면 누구나 "부럽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하루하루 교토> 주아현
이 책의 저자는 4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교토에 체류하면서 하루하루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과 교토라는 공간을 하나의 책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을 매료한 도시, 교토의 매력이 듬뿍 담겨 있다.
3.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김남희
단순히 가이드북에 나오는 관광명소들을 둘러보는 여행이라면 수박 겉핥기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보기"로서의 여행이 가지는 의미가 커진다. 발리, 스리랑카, 치앙마이, 라오스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살아보는 것 자체로 얼마나 멋진 여행인가를 보여주는 여행기다.
4.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서경식(최재혁)
일본의 재일조선인 지식인으로서 한국에도 독자가 많은 서경식의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다. 미학이 전공인 저자가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단테, 프리모 레비 등의 흔적을 쫓아서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암울한 세계에서 희망을 찾아 나선다.
5. <파리 갈까?> 장용준
유럽의 문화에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탈리아만큼이나 파리 역시 꼭 가 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일 것이다. 루브르, 오르세부터 역사적 위인들의 묘지들까지,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각지를 저자와 함께 둘러보며 <미드나이트 파리>를 다시 꿈꿔보는 것 역시 좋을 것 같다.
6. <프롬 스톡홀름> 배주아
스톡홀름이라는 도시는 낯설다. 살기 좋은 북유럽이라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고 싶은 여행지는 아니었다. 읽기 전에도 가고 싶었던 곳을 더 가고 싶게 만드는 여행에세이도 있지만, 읽기 전에는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곳조차도 가고 싶게 만드는 여행에세이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한다.
7. <아이슬란드, 여기까지이거나 여기부터이거나> 박유진
여행에세이뿐 아니라 TV의 여행프로그램 역시 자주 본다. TV에 나오는 수많은 여행지들 중에서도 꼭 가고 싶다고 느끼게 만든 곳 중 하나가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만큼 어디를 가든 절경인 곳도 드물었다. 끝이자 새로운 시작인 지점 아이슬란드에 대한 여행에세이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8. <5년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여행 중에서도 신혼여행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댓글부대> <한국이 싫어서>의 작가 장강명은 결혼식과 신혼여행도 실용주의적으로 생략했다. 그리고 5년만에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간다. 가기 전의 준비부터 갔다 와서의 후일담까지, 특별한 사건은 없고 저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탈선이 자주 일어나는 책이지만 왠지 모르게 재미있다.
9.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김얀, 이병률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가 13개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들과의 사랑, 연애, 섹스를 그리고 있다.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열 세 가지 이야기를 읽고 나면 여행, 사랑, 삶, 글쓰기에 대한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10.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이광호
마지막으로 한국, 그 중에서도 용산에 대한 여행기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를 소개한다. 용산이라는 장소를 통해 일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다양한 문화가 몇 겹으로 겹쳐져 혼종성을 가진 서울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