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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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마타 하리>는 제목 그대로 제1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의 이중간첩이었다는 혐의로 처형된 무희, 마타 하리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비교적 사실에 충실하게 마타 하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마타 하리가 억울한 희생양이었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차라리 미녀 스파이의 대명사가 된 마타 하리의 스파이로서의 활약을 극적으로 각색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소재 자체는 흥미로운데, 이야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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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적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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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허지웅"이라는 자부심이 드러났던 <버티는 삶에 관하여>로부터 2년만에 허지웅의 신작 <나의 친애하는 적>이 출판되었다.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프로 <미운 우리새끼>에 고정출연하고, 같은 방송사의 <국민면접>에 출연한 그를 떠올리며, 어느새 글쓰는 허지웅이 방송인 허지웅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걱정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그런 걱정이 기우였기에 안심했다. 허지웅은 여전히 삐딱하고, 여전히 날카로웠다. 여전히 영화에 대해서, 한국사회에 대해서, 사람들에 대해서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글을 쓰고 있었다. 짤막한 칼럼들과 에세이들의 모음이지만, 촌철살인의 글들이라 읽는 재미도 있다.

의외로(?) 저자의 본업인 영화평론 글들도 재미있는 글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영화를 보기 전에 비평이나 평론은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졸업>, <모래의 여자>, <쳐다보지 마라>, <워커맨>, <페드라>, <4등> 등 관심이 없던 영화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몰랐는데 방송인 허지웅의 생활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나보다. 어느 방송국에서 섭외되었다가 취소되는 일을 반복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당 방송사의 고위직과 친한 지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유가 뭔지 좀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했다. (중략) 그런데 막상 답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국제시장>에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가 논란에 휩싸였던 일이 문제였다. 당시 그 방송사의 모기업 회장이 수감중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권에 밉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단은 출연 금지가 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일선 피디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니까 섭외가 자꾸 가는 거고, 최종 결재에서 엎어지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좀 기다리면 해결될 거다, 라는 이야기가 덧붙었다. (308,309)

저자처럼 방송사 고위직과 한 다리 건너서 이유라도 들을 수 있으면 덜 갑갑하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다면 얼마나 갑갑하고 억울하겠는가. 블랙리스트와 자기검열의 악순환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글쓰는 허지웅'과 '방송인 허지웅'의 고뇌가 드러나기도 한다. 작가로서 방송에 나온다는 것은 블랙리스트나 악플과도 같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의 친애하는 적이란 독자이기도 하고, 대중이기도 하고, 방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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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2017-10-1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평론 수준도 일반인 매니아들 감상평 수준이며... 현재는 완벽한 방송인. 아니 연예인.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 - 지적 자기방어를 위한 매뉴얼
소피 마제 지음, 배유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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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가짜뉴스'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 SNS를 통해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적 자기방어의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어떤 정보나 주장에 대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가려내는 팩트체크가 개개인에게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학생들에게 비판적 독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쓰인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는 '지적 자기방어를 위한 매뉴얼'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뉴스, 광고, 드라마, 음모론의 어떤 부분을 경계해야 할지에 대해서 잘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신문, 뉴스, 인터넷, SNS, 그 어떤 것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시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비판적 독해와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맛집 블로그를 검색했을 때 이 블로그가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것인지 의심한다거나, 연예인의 열애설 뉴스가 나오면 정부가 감춰야 할 다른 뉴스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이러한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찬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정보화사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정보화사회에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비판적 독해와 비판적 사고를 장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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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개인적으로 당시 일본에 유학 중이던 사람으로서 이날의 사건은 내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책은 한국에서도 적지 않게 출판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도대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고, 그 이후 어떤 과정을 겪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한국에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위해 참조가 될 만한 책을 10권 선정해 보았다.

 

1. <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김난주)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5년 발표한 소설인데 한국에는 작년에 출판되었다.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가 헬리콥터를 납치해 일본 내 원전의 즉시 중지를 요구하며 그러지 않으면 헬리콥터를 원전에 추락시키겠다고 협박한다는 스토리의 소설이다. 어찌 보면 시대를 예견한 소설인데, 사실 한국에서는 자연재해나 과실에 의한 사고 못지 않게 북한이나 제3의 테러단체에 의한 원전 사고 역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소설답게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원전 찬반양론을 소개하고 있기에, 장르소설로서의 재미와 함께 원전 문제에 대한 지식 또한 얻을 수 있어 원전 문제에 대한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2. <관저의 100시간> 기무라 히데아키(정문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직후 7시간 동안의 행적에 관해서는 지난 3년간 숱한 추측과 음모론을 불렀고, 어제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는 음모론에 관해서는 믿지 않지만, 국가 지도자의 위기상황에서의 대응을 사후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동일본대지진 직후 간 나오토 당시 일본 수상의 행적을 추적한 <관저의 100시간>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3. <멜트다운> 오시카 야스아키(한승동)

 

 

<멜트다운>은 <관저의 100시간>과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응에 관해 추적한 논픽션인데, 이 책은 사고 직후부터 간 정권의 붕괴까지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전체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자체에 관해서 알고 싶다면 입문서로서는 이 책이 자세한 개요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4. <후쿠시마 이후의 삶> 한홍구,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한국의 현대사학자 한홍구, 재일 조선인 미학자 서경식, 일본의 철학자 다카하시 데쓰야, 한일 양국의 진보적 지식인 세 사람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해 좌담을 한 책이다. 동아시아라는 보다 넓은 지역적 맥락에서 인문사회학적 고찰을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는 책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한국에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5.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외

 

 

후쿠시마의 현재를 담은 사진들과 함께 그에 대한 사상적 고찰을 담은 책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진을 통해 후쿠시마의 현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6. <사회를 바꾸려면> 오구마 에이지(전형배)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원전 반대 데모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사회를 바꾸려면>에서 사회학자인 오구마 에이지가 직접 데모에 참가하면서 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데모의 의의를 역설한다. 사실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사회가 탄핵집회를 통해 엄청난 성과를 거둔 직후에 굳이 일본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를 바꾼다는 의미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7. <우리의 민주주의거든> 다카하시 겐이치로(조홍민)

 

 

<사회를 바꾸려면>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일본사회의 변화에 대해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거든>은 절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부터 5년간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논단시평을 <우리의 민주주의거든>이라는 책으로 만들었다. 그 5년간 있었던 일본사회의 우경화, 아베정권의 성립, 원전재가동, 안보법안 성립 등의 변화를 그리고 있어, 일본이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8. <이 폐허를 응시하라> 리베카 솔닛(정해영)

 

 

동일본대지진 직후 일본인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대해 전세계인들은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보고 그것이 일본인의 국민성에 기인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리베카 솔닛은 1905년의 샌프란시스코지진부터 2005년의 카트리나까지 북미대륙의 재난상황들을 분석하며, 일반적 통념과 달리 대재난이 혼란을 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호부조의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출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대재난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9. <체르노빌의 목소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김은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에 있었던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목격한 평범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탁월한 문학 작품으로 구성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는다면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체르노빌의 비극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밀양 할매할배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나온 책을 한 권 선정한다. 밀양 송전탑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한국 전역의 송전탑과 핵발전소를 가 보고 쓴 책이다. 당진, 영광, 고리, 월성, 영덕 등 지방의 문제는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낯설 것이다. 현지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원전의 현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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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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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줄거리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SF 작가 테드 창의 단편집이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은 하나하나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각 단편들 속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 또한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무언가'를 봐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바벨탑>은 신화와 달리 실제로 하늘의 끝까지 당도하여 세계의 구조를 발견한 주인공의 이야기다. <이해>는 뇌 수술의 결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지능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등장하고, <0으로 나누면>에서는 수학적 공리 자체가 근본적으로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수학자가 주인공이다. <네 인생의 이야기>에는 외계인과의 교류를 통해 미래를 알게 된 주인공이 등장하고, <지옥은 신의 부재>에는 천사의 강림을 맞이하여 신의 존재를 느끼게 된 주인공이 나온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세계를 엿보게 된 주인공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는가? <이해>의 주인공은 그릇된 욕망으로 인해 파국을 맞이하고, <0으로 나누면>의 주인공은 자아와 세계에 대한 허무감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이후의 허무감을 극복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는 길을 선택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있다.

<네 인생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계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선택이 어떤 비극적 상황으로 이어지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러한 운명을 따르기로 한다. <바벨탑>과 <지옥은 신의 부재>의 주인공들 역시 신의 존재를 인식함으로써 자신의 그때까지의 삶을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긍정성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바벨탑>과 <지옥은 신의 부재>가 대표적이지만, 단편들에서는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들이 많다.

SF라는 장르의 특징인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한 테드 창의 작품들은 이과적 논리와 종교적 감성을 결합한 독특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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