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개인적으로 당시 일본에 유학 중이던 사람으로서 이날의 사건은 내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책은 한국에서도 적지 않게 출판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도대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고, 그 이후 어떤 과정을 겪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한국에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위해 참조가 될 만한 책을 10권 선정해 보았다.

 

1. <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김난주)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5년 발표한 소설인데 한국에는 작년에 출판되었다.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가 헬리콥터를 납치해 일본 내 원전의 즉시 중지를 요구하며 그러지 않으면 헬리콥터를 원전에 추락시키겠다고 협박한다는 스토리의 소설이다. 어찌 보면 시대를 예견한 소설인데, 사실 한국에서는 자연재해나 과실에 의한 사고 못지 않게 북한이나 제3의 테러단체에 의한 원전 사고 역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소설답게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원전 찬반양론을 소개하고 있기에, 장르소설로서의 재미와 함께 원전 문제에 대한 지식 또한 얻을 수 있어 원전 문제에 대한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2. <관저의 100시간> 기무라 히데아키(정문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직후 7시간 동안의 행적에 관해서는 지난 3년간 숱한 추측과 음모론을 불렀고, 어제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는 음모론에 관해서는 믿지 않지만, 국가 지도자의 위기상황에서의 대응을 사후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동일본대지진 직후 간 나오토 당시 일본 수상의 행적을 추적한 <관저의 100시간>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3. <멜트다운> 오시카 야스아키(한승동)

 

 

<멜트다운>은 <관저의 100시간>과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응에 관해 추적한 논픽션인데, 이 책은 사고 직후부터 간 정권의 붕괴까지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전체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자체에 관해서 알고 싶다면 입문서로서는 이 책이 자세한 개요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4. <후쿠시마 이후의 삶> 한홍구,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한국의 현대사학자 한홍구, 재일 조선인 미학자 서경식, 일본의 철학자 다카하시 데쓰야, 한일 양국의 진보적 지식인 세 사람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해 좌담을 한 책이다. 동아시아라는 보다 넓은 지역적 맥락에서 인문사회학적 고찰을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는 책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한국에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5.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외

 

 

후쿠시마의 현재를 담은 사진들과 함께 그에 대한 사상적 고찰을 담은 책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진을 통해 후쿠시마의 현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6. <사회를 바꾸려면> 오구마 에이지(전형배)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원전 반대 데모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사회를 바꾸려면>에서 사회학자인 오구마 에이지가 직접 데모에 참가하면서 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데모의 의의를 역설한다. 사실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사회가 탄핵집회를 통해 엄청난 성과를 거둔 직후에 굳이 일본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를 바꾼다는 의미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7. <우리의 민주주의거든> 다카하시 겐이치로(조홍민)

 

 

<사회를 바꾸려면>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일본사회의 변화에 대해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거든>은 절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부터 5년간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논단시평을 <우리의 민주주의거든>이라는 책으로 만들었다. 그 5년간 있었던 일본사회의 우경화, 아베정권의 성립, 원전재가동, 안보법안 성립 등의 변화를 그리고 있어, 일본이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8. <이 폐허를 응시하라> 리베카 솔닛(정해영)

 

 

동일본대지진 직후 일본인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대해 전세계인들은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보고 그것이 일본인의 국민성에 기인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리베카 솔닛은 1905년의 샌프란시스코지진부터 2005년의 카트리나까지 북미대륙의 재난상황들을 분석하며, 일반적 통념과 달리 대재난이 혼란을 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호부조의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출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대재난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9. <체르노빌의 목소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김은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에 있었던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목격한 평범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탁월한 문학 작품으로 구성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는다면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체르노빌의 비극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밀양 할매할배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나온 책을 한 권 선정한다. 밀양 송전탑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한국 전역의 송전탑과 핵발전소를 가 보고 쓴 책이다. 당진, 영광, 고리, 월성, 영덕 등 지방의 문제는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낯설 것이다. 현지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원전의 현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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