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멋대로 키운 아이 더 크게 성공한다 - 내 아이 성격에 꼭 맞는 성공 교육법
윤태익 지음 / 더난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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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 멋대로 아이를 키우라니, 그렇지 않아도 제 자식만 애지중지하는 부모들이 판을 치는 마당에 그런 부모들을 부추기는 이런 책들까지 나오다니 말세군, 말세야.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아무리 가지각색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이 사람, 대체 어떤 말들을 쏟아낼지 기대가 되는군. 

 

하하. 이 사람, 신기가 있나? 아니면 제목에 태클 거는 사람들이 많았나? 프롤로그에 제목에 대한 의미를 명시해뒀네? 제 멋대로는 내가 생각한 방임이나 방치가 아닌 타고난 본성을 얘기하는 거라는군. 아하, 그렇다면 아이만의 본성을 최대한 살려 키워주라는 말인가 본데. 아무리 별의 별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라고는 하나, 아직까진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걸 잊고 있었군.

 

그럼 이제 저자에 대한 오해도 풀렸으니 마음 편히 저자의 교육법 강의를 들어볼까.

 

저자는 아이마다 타고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 주의를 기울여 우선 자신의 아이가 어떠한 본성을 타고 났는지를 파악하여 아이의 유형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의 본성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면 지적 욕구가 강한 머리형, 타인과의 관계에 많은 관심을 갖는 가슴형, 힘과 본능 중심의 장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특성이 잘 설명된 아래의 예를 살펴보자.

산을 오르기 위해 세 사람이 한 곳에 모였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그들의 목표지만 산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방식은 모두 제 각각이다.

머리형의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이어서 등산로는 몇 개인지, 산을 오르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지, 날씨는 어떠한지 등 상황분석이나 정보수집에 가치를 두고 산을 오른다.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중요시 여기는 가슴형 사람은 함께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컨디션은 괜찮은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는지 등을 세심하게 따져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산을 오른다. 장형인 세 번째 사람은 본능 중심으로 행동하며, 사람들을 통제하고 이끄는 등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사람마다 목표하는 바는 같아도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방식은 모두 다름을 이해하고,사람의 본성 또한 같을 수는 없음을 인정하라고 저자는 얘기 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도 각각의 특성을 제대로 인지하여 아이들이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고 가꾸어 나갈 수 있게 부모가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 보면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은 부모들이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이루지 못하고 포기해버린 꿈들을 아이가 이루어주길 기대한다. 그렇기에 아이의 기준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과 잣대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그런 부모들은 아이의 성격은 고사하고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이제 그만 부모의 이기적인 욕심은 버리고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보듬어주면서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몇 해 전,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창 유행하던 MBTI, 애니어그램 등 성격 테스트 프로그램을 받은 적이 있다. 테스트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온 결과를 보며 전 세계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느끼고 더 이상 검사를 받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느낀 기분을 얘기하자면 테스트를 끝내고 결과를 받아 들었을 때의 허무함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애니어그램에 기초를 두고서 쓴 책인 것도 그러하고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음직한 식상한 이야기들의 나열, chapter 마다 제목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의 반복이 시중에 나와 있는 자녀 교육서들에 아쉬움을 느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을 들어 자신만의 방법론을 내세운 저자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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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동화 - 삶의 지혜가 담긴 아름답고 신비한 허브 이야기
폴케 테게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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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을 에는 매서운 바람이 조금은 사그라진 한적한 주말 오후, 페퍼민트 차를 마시기 위해물을 데우는 순간부터 우려진 차를 음미하는 순간까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경험한다.

페퍼민트 차와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에 흥미로움을 더해주는 폴케 테게토프의 페퍼민트에 관한 이상야릇한 이야기는 페퍼민트에 관한 나의 관심을 한층 더 고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페퍼민트의 짙은 향기와 화려한 색깔을 들이마시고 있을 때 낯선 이가 찾아온다. 뜬금없이 자신을 도와달라고 청하는 그의 입에서는 가난한 동네 화장실 냄새 같은 불쾌한 냄새가 풍긴다. 그 냄새에 기겁한 나는 물 0.5리터와 포도주 0.5리터를 붓고 끓여 페퍼민트 잎 다섯 개를 집어 넣은 후 남자에게 매일 한잔씩 마시기를 권한다. 그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자신의 전재산인 유리구슬을 꺼내 나에게 선물한다. 그가 나간 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남자가 찾아와 배도 아프고 가스도 차고 토하는 등 안 아픈 곳이 없다며 하소연한다. 그에게 페퍼민트 잎을 한 자루 따서 건네주며 차를 마시기를 권하자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새 한 리를 꺼내 선물한다. 두 남자의 갑작스런 방문에 어리둥절해 있던 내가 다 식어빠진 차를 마시려는 찰나,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또 아픈 사람인가 싶어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자, 여인은 밝은 목소리로 우연히 지나가다 향기가 너무 좋아 찾아왔노라 대답한다. 아픈 곳이 없으니 선물도 없겠군 아쉬워하는데 여인이 맛있는 차를 대접 받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마법의 가루를 건넨다. 다음 날, 입 냄새 심한 남자와 배가 아픈 남자가 교대로 들어와 나를 부둥켜 안으며 말하기를 어제 나에게 선물한 유리구슬과 새는 딱 한번 마법을 부릴 수 있으니 만약 그것들을 이용해 무언가를 얻게 되거든, 그 절반은 자신들의 몫이니 잊지 말라고 한다. 그들이 모두 돌아간 뒤 호기심에 구슬을 들여다 본 나는 어느 왕궁의 공주가 죽어 있음을 발견한다. 자고 있던 새를 깨워 왕궁으로 간 뒤 아리따운 공주에게 마법의 가루를 뿌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 공주가 깨어나 내게 키스한다. 왕이 건네주는 궤짝 하나를 새에 싣고 집으로 돌아온 내 앞에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나타나 서로 자기 몫이라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들을 궤짝과 함께 밖으로 내몰고 나는 느긋하게 페퍼민트 차를 마신다.

 

페퍼민트에 얽힌 이야기와 같이 어릴 적 한 두 번쯤은 들어 본 적 있는 익숙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식물에 관계된 이야기라는 점이 새롭게 다가와 낯선 식물들은 물론이거니와 너무 가까이에 있어 무심하기만 했던 식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화라는 본분에 맞게 권선징악적인 이야기들로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를 인간의 착한 본성, 겸손, 정직, 인내 등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에 대해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아 이 모든 것을 잊고 살았던 어른들에게 특히나 더 효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17가지 허브에 관한 이야기 중간 중간에 한 페이지씩 자리잡고 있는 독특한 판화 일러스트는 단순하면서도 거친 느낌이지만 정교하고 날카로워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상상력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해줌으로써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허브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허브의 유래, 효능과 함께 실은 식물 그림 대신 생생한 사진을 실었더라면 기억하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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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간 1 - 북극성
조안 스파르 지음, 임미경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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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나 더 쉽지 않은 책들이 있다. 나무인간이 그 중 하나인데 책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일보다 재미 삼아 책을 읽는 내게 이 책은 쉽게 읽혀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서평 또한 어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줄거리만 따진다면야 나무인간과 그 친구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라 쉽게 얘기할 수 있을테지만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야기 속에 내재되어 있는 숨은 뜻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안 스파르는 유대 전통 속에서 성장한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유대전설과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하여 유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창조적 인물들인 나무인간과 떡갈나무를 지키는 땅도깨비 카카를 만들었고, 유대의 카발라 주술을 통해 생명을 얻는 골렘을 그대로 등장시켜 독특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숲 속의 목수인 나무인간은 죽은 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한다. 친구래 봤자 자신처럼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나무가 아닌 한 평생을 같은 자리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평범한 나무들과 인간 세상을 떠나 숲에 정착한 랍비 엘리아우, 그가 마법으로 만든 진흙 인형 골렘이 전부이긴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숲 속의 하루 하루가 소중하기만 하다.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사악한 무리의 알리트바라이의 왕이 나무인간에게 오래된 떡갈나무인 아틀라스로 피아노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숲을 전부 불태워버린다는 협박을 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 알리트바라인들은 평소부터 아틀라스를 없앨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가진 것이 많으면서도 남의 것을 탐내고 시기하는 그들은 자신들보다 높은 곳에 있다는 이유로 하늘과 맞닿아 있는 아틀라스를 없애려는 것이었다. 생명이 있는 나무로는 어떠한 것도 만들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진 나무인간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결국 그들에게 대항하기로 결심하고 그의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권선징악적인 이야기로만 이해하고 읽어 나가다 어느 순간 배신감이 들었다. “나무인간과 그의 친구들은 험한 역경을 뚫고 악의 무리를 해치운 후 아틀라스를 구했다” 라는 당연한 결말을 예상한 나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평이한 결말에 다소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평범한 나무인간이 영웅이 될 정도의 능력과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 아님을 간과했던 나의 안이함이 이런 기분을 느끼게 했는지도 모른다. 허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실망감에 지겨워했다고만 생각하면 크나 큰 오산이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예상을 깨는 반전에 오히려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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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 - 아이의 좋은 습관을 위해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할 가정교육 지침서
추이화팡.탕웨이훙 지음, 전인경 옮김 / 럭스미디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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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라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갈수록 빡빡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으니 아이들을 바깥으로 내보내기가 무서워진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낳아만 주면 자기 먹을 복은 타고 난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변한 것일까? 옛날처럼 줄줄이 아이를 낳지도 않고, 기껏해야 한둘만 낳고 보니 아이에게 더 얽매이는 것일까?

 

능력 없으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고 보니 돈 없고 빽 없어 힘든 시절을 겪은 우리네 부모들이 자녀들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할 만도 하다. 그렇다고 아이 스스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챙겨 주고, 한군데라도 다칠세라 전전긍긍하고, 낯선 사람과는 말도 섞지 말라고 하는 이들까지 이해되는 건 아니다. 거기다 무조건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외쳐대는 부모를 보면 도대체 당신이 부모 자격이 있냐고 퍼붓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언젠가, 초등학교를 갓 들어간 아이가 학원을 다섯 개 이상 다니는 걸 보고 너무 안되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그 엄마에게 왜 그렇게 애를 힘들게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엄마는 도리어 내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돈만 있으면 학원을 더 보내야지 한다. 그러면서 네가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애 낳고 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란다. 그 말에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지 못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를 주변에서 많이 보아왔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부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가 올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대신 아이 교육에만 매달리는 부모가 되고 싶진 않다. 절대 머리만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기에 아이를 낳기 전, 수시로 자녀 교육에 관한 책들을 읽어 보며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 책의 저자는 4가지 주제로 36가지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36가지의 습관을 들여다 보면 전혀 새로울 건 없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선생님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 오던, 잔소리라고만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정직하고 예의가 발라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예습, 복습을 잘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이웃과 돕고 살아야 한다 등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 그러나 그 당시에는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려 보내며 마냥 귀찮게만 여겼었다. 부끄럽지만 어른들의 말에 귀 기울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때 어른들 말씀에 더욱 더 귀를 기울였다면 나의 인생이 조금은 변하지 않았을까 은근히 후회가 된다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을거란 희망이 있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있으니 후회만 하고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꺼운 책이라 진도가 쉬이 나가지 않을거라 짐작했는데, 주변에서 흔히 겪는 일들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인들의 경험을 들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어두어야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는 게 힘들고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하는지 선뜻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수시로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아이를 나무라기 이전에 부모가 먼저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자녀 교육에 힘쓴다면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신세 타령은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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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달걀 샘터어린이문고 6
벼릿줄 지음, 안은진.노석미.이주윤.정지윤 그림 / 샘터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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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혼혈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무렵이다. 그 당시 한 학년 위의 뽀얀 얼굴에 노란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꽤 잘생겼던 선배가 한명 있었는데, 그는 학교에서 이미 유명인이었다. 아마도 미국계 혼혈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창 미국 그룹인 뉴키즈 온더 블록에 심취해 있던 우리들에게 그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학교내 그의 별명은 튀밥이었는데, 혼혈을 뜻하는 튀기라는 단어에 머리 모양이 곱실곱실한 밥을 연상케 한다 하여 누군가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는 그 별명에 그다지 괘의치 않았던 모양인데, 그를 남몰래 흠모하고 있던 나와 내 친구들은 크게 분노했다. 그리하여 그 선배에 관해서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놀려대던 남자 아이들과 항상 투닥거리곤 했다. 그렇게 그는 여자 아이들에겐 흠모의 대상이 되었고, 남자 아이들에겐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만약 그가 잘생긴 외모의 백인계 혼혈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우리들이 그를 흠모하였을까? 그 앞에서 옴짝달싹 못하던 남자 아이들은 과연 그를 그냥 내버려뒀을까? 까만 달걀을 읽고 이런 물음을 던지고 나서야 혼혈에 대해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백인을 우월한 인종이라 여기며 동경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같은 유색인종이면서도 불구하고 흑인이나 가난한 나라에 사는 이들에 대해서는 경멸과 모멸에 찬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고는 하나, 이들의 피와 외모를 물려받은 아이들에 대해 고운 시선을 던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중에서도 혼혈인이 많다보니 그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편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특정한 유명인에 대한 일시적 관심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까만 달걀에 나오는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만 살펴보더라도 그들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필리핀 엄마의 시원찮은 발음에 창피한 아랑이, 까만 피부를 살구색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갖은 수모를 당하는 재현이, 베트남에서 외톨이로 지내다 아버지를 찾으로 한국으로 온 경주, 태국인 엄마의 외모를 닮아 튀기라 불리는 왕따 경민, 조센징이라 놀리는 일본을 피해 한국으로 왔지만 한국에서도 쪽바리라 놀림 받는 달이. 이 아이들은 우리들의 무심한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을 삼키고, 우리들의 안이한 행동 하나 하나에 설 곳을 잃어간다. 창피해야 하는 건 이 아이들이 아니라 그들을 차별하는 우리들이다.

국제화와 세계화를 외쳐대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국제 결혼이 많아졌지만 혼혈아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것을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중적 행동에 슬며시 화가 난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그들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려 한다. 그래서 그들이 마음놓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살색을 살구색으로 바꾸고, 혼혈아 대신 다문화가정 자녀, 온누리안 등으로 명칭을 바꾸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의 시각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그들을 마땅찮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이 변하지 않는 한, 그들을 이방인처럼 대하는 아이들의 행동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잘못을 안다고 하더라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니 알고 있다는 거에만 그치지 말고 행동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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