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동화 - 삶의 지혜가 담긴 아름답고 신비한 허브 이야기
폴케 테게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살갗을 에는 매서운 바람이 조금은 사그라진 한적한 주말 오후, 페퍼민트 차를 마시기 위해물을 데우는 순간부터 우려진 차를 음미하는 순간까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경험한다.

페퍼민트 차와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에 흥미로움을 더해주는 폴케 테게토프의 페퍼민트에 관한 이상야릇한 이야기는 페퍼민트에 관한 나의 관심을 한층 더 고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페퍼민트의 짙은 향기와 화려한 색깔을 들이마시고 있을 때 낯선 이가 찾아온다. 뜬금없이 자신을 도와달라고 청하는 그의 입에서는 가난한 동네 화장실 냄새 같은 불쾌한 냄새가 풍긴다. 그 냄새에 기겁한 나는 물 0.5리터와 포도주 0.5리터를 붓고 끓여 페퍼민트 잎 다섯 개를 집어 넣은 후 남자에게 매일 한잔씩 마시기를 권한다. 그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자신의 전재산인 유리구슬을 꺼내 나에게 선물한다. 그가 나간 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남자가 찾아와 배도 아프고 가스도 차고 토하는 등 안 아픈 곳이 없다며 하소연한다. 그에게 페퍼민트 잎을 한 자루 따서 건네주며 차를 마시기를 권하자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새 한 리를 꺼내 선물한다. 두 남자의 갑작스런 방문에 어리둥절해 있던 내가 다 식어빠진 차를 마시려는 찰나,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또 아픈 사람인가 싶어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자, 여인은 밝은 목소리로 우연히 지나가다 향기가 너무 좋아 찾아왔노라 대답한다. 아픈 곳이 없으니 선물도 없겠군 아쉬워하는데 여인이 맛있는 차를 대접 받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마법의 가루를 건넨다. 다음 날, 입 냄새 심한 남자와 배가 아픈 남자가 교대로 들어와 나를 부둥켜 안으며 말하기를 어제 나에게 선물한 유리구슬과 새는 딱 한번 마법을 부릴 수 있으니 만약 그것들을 이용해 무언가를 얻게 되거든, 그 절반은 자신들의 몫이니 잊지 말라고 한다. 그들이 모두 돌아간 뒤 호기심에 구슬을 들여다 본 나는 어느 왕궁의 공주가 죽어 있음을 발견한다. 자고 있던 새를 깨워 왕궁으로 간 뒤 아리따운 공주에게 마법의 가루를 뿌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 공주가 깨어나 내게 키스한다. 왕이 건네주는 궤짝 하나를 새에 싣고 집으로 돌아온 내 앞에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나타나 서로 자기 몫이라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들을 궤짝과 함께 밖으로 내몰고 나는 느긋하게 페퍼민트 차를 마신다.

 

페퍼민트에 얽힌 이야기와 같이 어릴 적 한 두 번쯤은 들어 본 적 있는 익숙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식물에 관계된 이야기라는 점이 새롭게 다가와 낯선 식물들은 물론이거니와 너무 가까이에 있어 무심하기만 했던 식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화라는 본분에 맞게 권선징악적인 이야기들로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를 인간의 착한 본성, 겸손, 정직, 인내 등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에 대해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아 이 모든 것을 잊고 살았던 어른들에게 특히나 더 효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17가지 허브에 관한 이야기 중간 중간에 한 페이지씩 자리잡고 있는 독특한 판화 일러스트는 단순하면서도 거친 느낌이지만 정교하고 날카로워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상상력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해줌으로써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허브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허브의 유래, 효능과 함께 실은 식물 그림 대신 생생한 사진을 실었더라면 기억하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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