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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토요일 오전에 받아든 봉투속에 두툼하게 전해지는 손끝의 느낌에 내용물이 두 권의 책이라 짐작하며 바삐 뜯어보니 책표지가 인상적인 한 권의 책. 놀라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가벼운 책의 무게. '200만 유럽 독자를 사로잡은 천재 작가,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 탄생!'이라는 은빛 띠지가 특별한 계획 없는 주말을 이 한 권으로 보내리라 마음 먹으며 책장을 펼치게 하였다.
냉기가 가득한 텅빈 집의 욕조에서 얼음속에 죽어 있는 채로 발견된 한 구의 시체. 아름다운 '얼음공주'로 짐작되는 알렉스는 그렇게 어부이자 집의 관리를 맡고 있는 에일레르트와 우연히 에일레르트의 긴박한 목소리를 듣고 달려온 오래전 친구인 에리카에 의해 발견된다.
평화스런 아니 겨울 찬바람에 가라앉은 어촌마을 피엘바카에 일어난 갑작스런 자살을 가장한 살인사건!
앞 장을 서너 장 넘기며 작년 이맘때쯤 읽었던 <밀레니엄>이란 소설이 떠올랐다. 그 책의 작가 역시 스웨덴출신이어서였을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만 왠지, 어딘지 모르게 작품이 주는 비슷함(?)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데.. 딱히 이것이다 라고 짚어낼 수 었지만 아무튼 느낌이 비슷하게 다가왔다.
마을 사람들 누구나 가까운 이웃인듯 살아가는 작은 어촌 피엘바카에서의 사건은 그야말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죽은 이가 오래전 아무 이유없이 홀연히 가족들과 함께 마을을 떠났으며 어쩌다 가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다녀가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니 어쩌면 사건 자체보다도 갑작스레 주검이 된 그 여인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였으리라.
한때 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소녀였으나 상류층의 남자와 결혼을 하고 친구와 함께 갤러리를 운영하는 멋진 여성, 알렉스.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과 그 의문을 풀어가는 두 주인공, 에리카와 파트리크의 미스테리를 향한 풀이는 조용하게 그러나 차근차근 진행된다. 작가와 경찰이라는 서로의 직업에 충실하며 다른 퍼즐조각을 줍지만 마침내는 한 작품의 완성을 위한듯.......
초반이후 중반까지는 살해된 알렉스의 옛친구이자 작가인 에리카에 의해, 중반이후 결국 사건의 해결은 경찰인 파트리크에 의해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드는 것은 복잡할 것 없으면서도 사건의 전개와 범인을 짐작케 하고 그것을 확인해 보고픈 독자의 마음을 조바심 치게 하는 것,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짐작하면서도 점점 더 빠져들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알렉스를 죽인 범인에 대한 궁금증보다 25년 전 알렉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궁금증이 살인사건 보다 더 중요한 사건인듯 흘러간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추리를 하며 사건이 서서히 풀려가는 것과 더불어 에리카를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에도 관심이 증폭된다.
그때문인지 한편으로는 '얼음공주'라는 제목에 집중되지 않는듯 하지만, 결국엔 25년 전 자신에게 일어난 엄청난 일과 그 일로부터 어린아이를 보호해 주기보다는 자신들의 체면과 소문들 먼저 의식한 부모들에 의해 자신의 고치 속에서 숨어지낸 상처입은 알렉스. 결국 그녀는 그녀 스스로 고치를 깨고 자신을 구원하고자 하였으나 그것마저도 또 다른 어른에 의해 무산된 채 영원한 희생자이자 얼음공주가 되고 만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심각한 성폭력(아동성폭력). 그것으로 인한 한 개인(안데르스와 얀, 알렉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사회(파트리크)의 문제를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로 만나니 또 새롭게 다가온다.
어쨌든 8월의 더위도 느끼지 못한 채 주말이 휘리릭~ 지나간 이야기에 자신있게 짐작해본다. 표지만 보아도 누구든 빠져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