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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이 들려주는 불교 동화 2 - 똥으로 무장한 멧돼지 ㅣ 안도현 시인이 들려주는 불교 동화 2
안도현 지음, 임양 그림 / 파랑새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지난 번 안도현 시인의 첫 번째 불교동화 <호미를 먹은 쥐>를 읽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더불어 굳이 불교동화라 할 것까지 없어 보이는 전래동화같은 이야기에 친숙한 느낌도 되살아났다.
한창 ’성경’에 관한 책들도 눈에 띄는 것에 비하면 아이들을 위한 불교동화는 생소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상식과 교양을 넓혀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번 이야기 역시 <지혜> <사랑> <어리석음>을 주제로 한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놓았다. 불교동화임에도 부처나 그와 관련한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몰랐던 옛이야기를 읽는듯 편안하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지레 놀란 토끼가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인 줄 알고 앞뒤가리지 않고 도망치는바람에 허겁지겁 뒤를 따르는 동물들. 다행히 이름값, 덩치값을 하는 사자의 현명함으로 한바탕 소란이 잦아들고 토끼와 사자를 통해 경거망동, 부화뇌동과 같은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평소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수행자의 아름답고 소중한 딸 ’도대체’를 둘러싼 이야기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넌센스같은 이야기에 어느새 빙그레 웃음이 피어난다. 아.. 영어로 어금니를 묻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결국엔 ’몰라’라고 대답했더니 ’맞아!’라는 반응에 어리둥절해 하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금니가 영어로 molar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게 된 이후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었던 추억 한 조각.
무엇보다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 객기와도 같은 어리석음을 부리던 멧돼지가 아내의 지혜로 사자와의 대결에서 치사하지만 온몸에 똥을 묻쳐 목숨을 건진 ’똥으로 무장한 멧돼지’에서는 안도의 한숨보다는 왠지모를 가여움이 밀려온다.
늙은 어머니를 업고 바깥세상으로 꽃놀이를 나간 아들. 아들의 등 뒤에서 불현듯 불안감을 느끼던 어머니는 어느새 솔잎을 따서 길바닥에 뿌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며, 어느새 아내에게 마음을 빼앗긴 바시타카의 불효뿐만 아니라 아내의 사악한 마음까지도 깨우쳐준 어린 아들의 이야기는 어린시절 누렇게 바랜 두툼한 옛이야기 책에서 읽었던 ’효’에 관한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 나라 역시 한때 불교를 숭배하던 나라였던 탓에 인도의 자타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자연스레 함께 했던 것일까......
요즘들어 일찍부터 자신만을 들여다보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에 어느새 마음이 따듯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