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여우 콘라트
크리스티안 두다 지음, 율리아 프리제 그림, 지영은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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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의 그림책 브랜드 '하늘파란상상'에서 펴낸 그림책 <배고픈 여우, 콘라트>를 처음 받아들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 두 가지! 

하나는 청어람어린이 브랜드가 아닌 청어람주니어에서 그림책을 펴냈다는 것이었다. 그림책하면 으레 유아나 어린이가 보는 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청소년브랜드인 청어람주니어에서 펴냈다고 하니 한편으로 새삼스러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반가웠다. 어느덧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있는 딸아이에게 변함없이(?)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또 하나는, '여우'라는 제목에 익히 잘 알려진(아니 너무나 유명한) '책먹는 여우'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책먹는 여우' 역시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았던가? 다른 것도 아닌 '책'에 굶주린 여우... 그렇다면, 콘라트라는 여우는 무엇에 배가 고픈 것일까? 

그 까닭이 궁금하여 서둘러 펼쳐본 책은 아니나 다를까.... 청소년을 위한 책이어서인지 일단은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읽어본 '배고픈 여우 콘라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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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숲 속, 알도 아기오리도 없는 오로지 크나큰 배고픔만 있던 여우 콘라트. 그리고 그 숲 호숫가에 알 하나를 품은 엄마오리. 

배고픈 여우 콘라트가 바란 것은 오로지 엄마오리와 친구가 되고 싶은 것이었을 뿐! 그러나 그런 콘라트의 마음을 알리 없는 엄마오리는 알이고 뭐고 줄행랑을 치고, 덩그마니 남겨진 알은 배고픈 여우, 콘라트의 몫(?)으로... 

엄마오리와 친구가 되지 못한 슬픔도 잠시, 콘라트는 오리 알 볶음이라도 해먹을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지만, 어느새 오리 알은 아기오리가 되어 있어 배고픔을 달래려던 콘라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게다가 아기오리는 콘라트에게 '엄마, 엄마!'하며 불러댄다. 콘라트의 뱃속에서 울려대는 꾸르륵! 소리에 즐거워하며.....
자신을 엄마라 불러대는 아기오리가 귀여워 꼬르륵 거리는 배고픔도 잠시 잊은 채 '아니야! 아빠야!'라고 일러주는 콘라트는 어느새 아기오리의 아빠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자신의 애시당초 생각과 상관없이(?) 아기오리의 아빠가 된 여우 콘라트는 아기오리와의 예정에 없던 동거를 시작하고, 문득문득 울려대는 뱃속의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외면한다. 물론 언젠가는 맛난 오리고기로 허기진 뱃속을 채울거라는 행복한 상상을 떠올리면서...... 

그러나 콘라트의 행복한 상상을 끊임없이 재촉하던 허기진 뱃속으로부터의 꾸르륵!거리는 소리는 끝내 기름진 오리고기는커녕 냄새 한 번 맡아보지 못한 채 콘라트와 함께 땅속에 끝내 묻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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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기오리와 콘라트의 동거는 보다 긴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그저 배고픈 여우와 엄마 잃은 아기 오리의 기기묘묘한 동거(?)로만 여겨지던 이야기가 어느새 가슴이 뭉클해져온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등하게 하던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다독이며 엄마를 잃은 가여운 아기오리에게 엄마를 대신하여 아빠로 살아가는 콘라트의 모습에 어느새 자식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잊고사는 (배고픈 본능마저 외면하는) 바로 우리들의 '부모'의 모습(삶)이 오버랩된다.

예정에 없던 혹은 배고픈 여우와 가엾는 아기 오리와 같은 말도 안되는 만남과 같은 부모와 자식간의 삶이라도 때로는 무지하게 여겨질만큼 자식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본질적인(숭고한?) 삶임을.......
결국, 뱃속으로부터의 꾸르륵! 소리를 끝내 잠재우지 못하고 눈을 감은 배고픈 여우 콘라트. 그러나 숲 속에 잠든 그의 곁에는 행복에 넘치는 그의 아이들이 살고 있단다.

 

< 손꼽아본 몇 장면~>

 

이따금씩 둘이 처음 만났던 호숫가에 앉아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수다를 떠는 콘라트와 로렌츠.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이야기, 하늘을 나는 새 이야기, 숲 속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면서도,그러나, '왜 여우와 오리가 함께 사는지?' '왜 콘라트가 늘 꾸르륵 소리가 내는지?'는 결코 묻지 않고...



텅 비어 있는 위가 꼬르륵 소리를 내며 크나큰 배고픔이 밀려올 때마다 콘라트가 그토록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도 애써 왜면했던 <야생 오리찜 요리법>! 

문득 이 요리법은 배고픈 여우 콘라트가 평생 갈등하며 싸워야 했던 자신의 가지 않은 길(?)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에 가슴마저 뭉클해져온다.
자식들을 위해 종종거리면서도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는 한시도 잊지 못하는 부모들의 꿈처럼 느껴진다. 



어느새 훌쩍 자란 아기 오리 로렌츠는 엠마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콘라트에게 소개한다.

이 순간에도 배고픈 콘라트는 <야생 오리찜 요리법>을 떠올리고 있다. 다만, 로렌츠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엠마를 잡아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그러나, 어느새 콘라트는 로렌츠는 물론 엠마까지도 보살펴 주기에 이른다. 게다가 콘라트의 꾸르륵! 소리를 섬뜩해 하던 엠마조차도 무섭기는커녕 콘라트를 아주 많이 좋아하게 되고......

언제나 어린 자식들을 물가에 내놓은 심정의 부모같은 모습의 콘라트.

 

모든 것을 장난정도로만 생각하는 철딱서니없는 로렌츠와 엠마를 대신해 오리 알들을 품고 앉은 배고픈 여우 콘라트.
마치 아들딸을 대신해 손자들을 돌보는 할머니가 떠오른다.


이제는 영원히 잠든 콘라트의 무덤.
그러나 아직도 그의 뱃속에서는 꾸르륵! 거리는 소리가 끝내 이루지 못한 꿈처럼 들려오는 듯하여 가슴이 찌르르~ 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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뺀드비치 할머니와 슈퍼 뽀뽀 사계절 그림책
브리트 페루찌 외 지음, 모아 호프 그림, 신필균 옮김 / 사계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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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뺀드비치 할머니와 슈퍼 뽀뽀'란 제목에 마이애미 비치와 같이 외국의 어느 나라 어디쯤에 있는 해변의 이름으로만 생각했다. 따라서 뺀드비치에 사는 할머니와 표지그림의 손자에 관한 이야기쯤으로 짐작하며 펼쳐본 책. 

그러나, 곧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뺀드비치'란 내가 마음대로 상상한 그림같은 파도가 출렁이는 해변이 아니었다. 다름아닌 '샌드위치'의 또다른 이름. 바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샌드위치'를 기억하지 못하고 붙여버린 '뺀드비치'. 

비로소 '뺀드비치'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샌드위치'의 실종된 이름이었음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왠지모르게 '뺀드비치 할머니'라는 낱말에 가슴이 울컥거렸다. 

'치매'.. 주로 노인들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병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불리는 치매는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노망'이라고 했다던가......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발병하여 어느새 노인들만의 병이라는 인식을 깨트림과 동시에 우리를 바짝 긴장하게 하는 병이기도 하다. '치매'의 증상으로는 기억력과 사고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 생활조차도 어려워진다. 

밸런타인데이에 태어나 원래 이름이 밸런타인이지만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는 그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발레로, 또는 칼레로, 또 가끔은 날레로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바닷가에 아름다운 하늘색 집에 사는 발레는 세상에서 첫 번째로 외할머니 에밀리아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외할머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특별한, 아주 좋은 친구이기때문에. 
  

처음 학교 앞에서 발레를 알아보지 못하는 외할머니는 집에 와서도 평소 제일 좋아하던 양탄자 놀이를 끝내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야 엄마로부터 외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된 발레. 치매때문에 기억이 사라지고 생각이 혼란스러워져 혼자서는 뭐든 못하게 된 외할머니는 부둣가에 있는 커다란 노란 집으로 이사를 한다. 

그후 노란 집에 사는 외할머니를 만나러가는 발레. 어느 날 저녁 외할머니는 평소 잘 드시던 샌드위치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날레'에게 '뺀드비치'를 만들어 주신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손수 만든 뺀드위치를 '날레'와 함께 다섯 쪽이나 해치운다.   

또 어느 일요일엔 외할머니를 찾아온 발레가 할머니의 틀니 빼는 것을 도와드리고, 통 속에 틀니를 얌전히 넣어두자 할머니는 고맙다며 세상에서 가장 진한 '슈퍼 뽀뽀를 발레에게 해준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할머니를 찾아가는 발레. 그러나 할머니는 3년 동안 발레가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며, 생강빵 옆에 놓여 있는 손수건 조차도 찾지 못한다. 

'별이 잘 보이는 맑은 날 밤, 별똥별이 하나 떨어질 때' 소원들 빌며 작은 소리로 기도를 올리는 발레의 표정이 왠지 짠해온다. 

내게도 '치매'는 무관하지 않은 병이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같다. 치매로 아버지가 뺀드비치 할머니처럼 요양원에 계시다 돌아가신 것이. 그 무렵엔 우리나라에서도 '치매'란 병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그 뒤로는 '노망'이니 '망령'이니 하는 말들은 차차 사라진 것 같다. 

처음에는 치매라는 것도 몰랐는데... 나중에야 치매라는 것을 알게 되어 산속에 공기도 맑은 곳에서 책 속의 바닐라크림 집처럼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아버지. 그곳에서 몇년간 생활하시다가 그곳에서 돌아가셨다. 발렌의 뺀드비치 할머니처럼.......

발렌과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책에 담긴 작가와 실비아 왕비를 비롯한 여러 이들의 치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과 정성때문인 것 같다.
더불어, 스웨덴 사람들의 모습(발렌과 외할머니를 비롯하여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등등)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 한층 이야기를 실제로 다가오게 하는 것 같다. 

치매. 더이상 노인들만의 병이라 치부해서도 안되는 우리의 일부가 될 수도 있는 삶의 모습이다.

 

본문 중 손꼽아 본 몇 장~

 


발레가 처음 외할머니가 이상하다고 발견한 날.
외할머니 에밀리아는 평소처럼 방과 후에 다려와 품에 안기는 발레는 마치 모르는 아이처럼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넌 누구냐?" 

무심한듯 두 눈을 감은 외할머니와 그런 외할머니를 멀뚱 바라보고 있는 발레의 거리가 한없이 멀게 느껴진다.



평소 거실에 깔린 푸른색 양탄자 위에 올라앉아 세계 여행을 하는 놀이를 제일 좋아하던 외할머니와 발레. 그러나  그날은 양탄자에 발끝도 대지 않고 멀치감치 떨어져서 그저 우뚝 서 있기만 한 외할머니.
발레는 그런 외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야 집으로 돌아와 엄마로부터 외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점심식사로 나온 시금치 수프를 뱉어 버리고 라자니아가 먹고 싶다고 큰 소리 치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간호사들....



옛날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외할머니는 가끔 이야기가 옆길로 새거나 너무 길어지면 손에 과자를 쥔 채 잠이 들기도 하고......



치매에 걸린 탓에 간혹 오른쪽 왼쪽이 헷갈려서 왼쪽 구두를 오른쪽 발에 신느라 애를 먹기도 하고, 오줌 실수를 할까 봐 기저귀를 차는 외할머니.



일요일마다 하마 인형을 들고 할머니를 찾아가는 발레. 할머니의 틀니 빼는 것도 도와드리고 얌전히 통에 넣어두자, 고맙다는 뜻으로 발레에게 세상에서 가장 진한 슈퍼 뽀뽀를 해주는 할머니~



별이 잘 보이는 맑은 날 밤, 두 눈을 꼭 감고 소원을 빌며 할머니가 밤사이 편안하게 주무시도록 해달라고 작은 소리로 기도를 올리는 발레. 

그런 발레를 가장 소중하고 가장 좋은 친구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밀리아 할머니는 더 이상 치매때문에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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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공주 처음어린이 7
김경옥 지음, 한수진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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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공주'란 제목이 보기만 해도 짐작할만한 내용이다. 게다가 앙증맞은 왕관까지 머리 위에 얹은 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거울을 든 폼이 영락없는 거울공주의 모습을 하고 있는 표지의 그림까지.......
그런데 공주의 얼굴이 어딘가 좀 이상하다. 쌍거풀진 눈은 이쁜 것 같은데 왠지 콧구멍이 강조된 듯한 얼굴이 '공주'라고 하기엔 좀 마뜩잖다고 해야하나......어쨋거나 번쩍번쩍 빛이 나는 거울 속에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해 휘리릭~ 책장을 펼쳤다. 

열한 살 거울공주 선화의 이야기는 열두 살 딸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심하게(?) 거울공주인 선화에 비하면 딸아이는 거울을 가지고 다닐 정도까지는 아니고 집에서나마 나의 눈길을 피해가며 '나 홀로 방에서' 거울 속에 제 얼굴을 비쳐보고 온갖 표정을 지어보리란 것은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이다. 

무엇을 하는지 제 방문을 꼭 닫은 채 꼼지락꼼지락... 무엇을 하나 궁금하여 문이라도 열라치면 화들짝 놀라며 튀어나오기도 하고 무엇을 숨기기도 하는 딸아이. 언젠가는 머리에 핀이란 핀은 죄다 꽂아보았는지 우습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거울만 보는 거울공주 선화는 딸아이와 마찬가지로 아마도 사춘기가 다가오는 것일까? 자신의 외모에 특별하게 관심이 많고,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은근 멋내기에 신경쓰며 '얼짱'이자 '여왕 벌'로 불리는 미미에게 착~ 달라붙어 모양도 내고 은근 같은 무리(?)이기를 자처한다.
물론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같은 반의 유명 아역 탤런트 고한별에게도 은근 가슴이 설레는 소녀인 선화.  

미미와 함께 어울리면서는 자신이 얼짱인듯 착각에 빠지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울을 잘 보는 한별이를 '거울왕자'로 생각하며 거울공주인 자신과 잘 어울리는 짝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여왕 벌인 미미 역시 멋진 한별이에게 마음이 있는듯...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사건으로 선화는 미미나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깨닫게 되고, 더불어 중요한 것은 결코 거울 속에 비친 겉모습이 아니란 것을 다영이를 통해 배우게 된다. 

요즘 한창 문제시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우리 사회. 일찍부터 아이들에게는 알게모르게 외모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는 사회 분위기탓에 아이들도 자연스레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많다. 심지어는 유치원생 아이들도 다이어트니 성형이니 하는 정도이니...... 

딸아이 또래인 선화뿐만 아니라 선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슬쩍 나 자신도 들여다보게 된다. 선화엄마처럼 철수세미 머리에 빨간 고춧가루가 낀 이를 드러내보이지는 않지만 평소 전업주부로 있다보니 문득문득 긴장이 풀어지지 않을까 점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문득,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던가.... 요즘 아이들은 초등중학년만 되어도 엄마더러 회사에 다니라고 독촉한다는 이야기에 어이없어하며 웃고 말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도 집에서 푹 퍼진 엄마의 모습보다는 머리모양이라도 신경쓰고 화장이라도 신경쓰는 엄마가 더 근사하게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요즘엔 아이들(자식들) 무서워서라도 집에서 마구마구 흐트러진 모습으로 있을 수조차 없는 부모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거울이라도 비춰보며 겉모습은 물론 속마음까지도 비춰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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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멘사선정 보드게임] 마라케시 Marrakech /양탄자깔기
Giga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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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지능지수) 148인 사람들의 모임으로 테스트를 통과하면 멘사 정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으며, 전 세계 각국에 멘사활동을 주관하는 단체가 있어 보통(?)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멘사가 선정한 2009년 최고의 두뇌 개발 게임! 이라는 문구가 마라케시 보드게임에의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언제부터인가 보드게임이 두뇌개발과 정서함양에, 가족간 또는 친구들간에 친목을 도모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으로 인식되어 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점점 더 다양하고 특이한 보드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에 멘사가 선정하였다는 문구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마라케시'는 특별하게도 양탄자를 사용한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게다가 신발주사위라니.... 빨리 만나보고픈지 오자마자 서둘러 포장을 풀고 호들갑을 떨어댄다.



색색의 이쁜 양탄자 그림이 가득한 게임상자의 박스를 열자

마라케시 광장 보드판/
빨간색(15장),노란색(15장),주황색(15장),파란색(12장)의 4가지색 양탄자/
1디르함(20개)과 5디르함(20개)/ 빨간 모자를 쓴 아삼(진행 말)/
신발이 그려진 주사위.....가 들어있다.

나무로 된 말 아삼과 숫자 대신 신발이 그려진 신발주사위가 매끌매끌 감촉이 좋다.
게임에 사용되는 1디르함과 5디르함 그리고 4가지 색의 양탄자~ 양탄자는 진짜 양탄자가 아니겠지만 독특한 문양과 천느낌이 나는 감촉이 좋았다.



게임을 위해서는 꼼꼼하게 읽어보아야 할 게임 설명서~
게임이름이기도한 '마라케시'의 소개부터 되어 있어 마음에 들었다.^^

'마라케시'는 모로코 중부에 있는 상업도시이며, 마라케시의 옛 이슬람 시가지는 붉은색으로 채색된 미로와 같은 시가와 독특한 건물들로 눈길을 끌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단다. 마라케시라는 지명은 이 곳을 대표하는 왕국 이름으로 잘못 알려져, 모로코라는 국명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로 유명한 카사블랑카와 수도인 라바트 다음가는 마라케시는 모로코 제3의 도시라고 한다.

게임의 목적은 보드판 위에 보이는 양탄자의 수와 가지고 있는 디르함의 합계를 모두 함하여 가장 많은 점수를 얻는 것!

게임의 효과는  상대방의 양탄자를 자신의 양탄자로 덮어 보드판 위에 자신의 양탄자가 보이도록 하고, 아삼을 움직이고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공간 지각력과 상황 판단력 및 전략적 사고력, 상황 대응력 등이 향상! 

게임준비는 보드판 가운데 아삼을 놓고, 양탄자와 디르함을 나누어 가진후 누가 먼저 게임을 할지 정하고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게임을 진행한다.

* 마라케시 게임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순서
- 신발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아삼이 갈 방향을 정한다. (아삼은 그대로 놓거나 좌 또는 우로 90도 회전하여 놓을 수 있으며, 180도 회전은 안 된다!)
- 아삼이 상대방 양탄자 위에 멈추게 되면 사용료(1디르함)를 지불해야 한다.
   (단, 자신의 양탄자 위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 아삼이 멈춘 곳 주변(전,후,좌,우)에 자신의 양탄자를 내려 놓는다.
(양탄자를 놓는 규칙을 참고)



게임 규칙을 보여주는 그림과 제일 중요한 '양탄자 놓기 규칙'을 설명한 게임 설명서.
양탄자를 잘 놓아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으므로 '양탄자 놓기 규칙'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학기 기말고사를 끝낸 주말, 딸아이와 몇몇 친구들이 엄마들과 함께 모였다. 딸아이는 집에서 이미 몇차례 마라케시를 해본 터라 친구들에게 게임을 양보했다. 


처음 마라케시라는 게임을 보고 우루루~ 몰려든 아이들이 게임을 시작했다.


양탄자를 사용한다는 것과 신발이 그려진 주사위를 사용하는 것이 신기한 아이들~ 각각 자신의 양탄자를 정하고 시작된 마라케시 게임.
중간중간 아삼(말)의 이동방향을 미리 바꿔놓지 않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게 되어 실망도 하고....



아삼이 멈춘 곳에서 주변에 놓여진 양탄자 위에 자신의 양탄자를 놓아야 할때 무척 고민하는 아이들. 누구의 양탄자를 덮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자꾸만 자신의 양탄자를 덮는 형아들이 야속하기만 한 동생이 망연자실~한다.^^
앗싸!! 이번에도 양탄자 사용료를 받게 되어 기분이 좋기만 한 형~

 

드디어 가진 양탄자를 다 내려놓고 게임이 끝나자 자신들이 벌어들인(?) 디르함과 놓여진 양탄자의 수를 세고 점수를 계산한다.
척~ 보기에도 오렌지색 양탄자의 승리!!  


처음 해보는 마라케시였지만, 직접 양탄자의 색깔을 정하고 아삼이 진행할 방향도 정하고, 양탄자를 놓을 곳까지 정하는 동안 스스로 한 선택하고 게임을 진행해서인지 사뭇 진지한 모습들이었다. 

미처 아삼의 진행방향을 바꾸지 않아 예상치 못한 이동으로 억울한(?) 양탄자 사용료를 지불하며 디르함을 잃게 되고, 또 자신의 양탄자가 덮이게 되니 아이들은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한시라도 게임에 열중을 안 할 수가 없다. 자칫 아삼의 진행방향을 안 바꾸게 될까봐... 상대방이 자신의 양탄자를 덮게 될까봐....

정말 전략적 사고며 집중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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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동화집 나 어릴 적에 - 박완서 선생님의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 처음어린이 8
박완서 지음, 김재홍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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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왔다. 여덟 살 되던 해 봄이었다...'로 시작하는 박완서 선생님의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 <나 어릴 적에>는 정말 내게도 옛날이 그리워지게 하는 이야기였다.
아닌게 아니라, 나 역시 부모님의 맞벌이로 여섯 살 무렵까지 할머니댁에서 응석을 부리며, 그러나 가슴 한 구석은 허전한 채로 자랐기 때문이다.

아주 아기때, 그러니까 엄마의 등에 업혀 소독약 냄새에 병원임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푹 덮은 옷 속에서 두 발을 뻗대며 울어대던 그 시절 이후, 엄마에 대한 나의 처음 기억은 할머니댁의 작은 창문 사이로 보이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저 멀리 논둑길을 따라 양손에 선물을 들고 한복차림으로 점점 다가오던 엄마의 모습.
어느새 엄마는 다시 볼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가셨지만, 엄마에 대한 나의 맨처음 기억은 그렇게 박완서 선생님의 <나 어릴 적에>와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반갑게 읽었다.

한 장 한 장 읽다보니 언젠가 읽었던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박완서 선생님의 또다른 작품이 자꾸만 떠올랐다.

서울에서 오빠의 뒷바라지를 하던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온 것하며 종종머리를 잘라 내고 뒤통수가 하얗게 보이도록 깎은 단발머리, 기대를 품고 올라온 서울의 집은 말이 서울이지 사대문 밖의 궁색한 문간방 생활이며, 초등학교 입학시험 풍경 등등.... 이야기의 전개 상 순서가 다소 다르지만 분명 <그많던 싱아는 누가...> 바로 그 작품이었다.
그러고보니 이 이야기는 <그많던 싱아는....>의 어린이판인 셈이다.

<그많던 싱아는....>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돌이키는 내용을 추려서 정감있는 그림과 함께 담아낸,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그러고보니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의 그림작가 김재홍의 그림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어린시절 추억을 만들기에는 예전같지 않은 요즘의 아이들. 어려서부터 자연과 생활에서 스스로 즐기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회는 고사하고 갖가지 학원으로 지식만을 습득하러 다니는 획일적인 삶을 일찍부터 강요당하며 살아가는 요즘의 아이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볼때 그렇다는 것이다.)에게는 정말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고리짝 시절 옛날이야기일지도 모를 이야기. 

가진 것 넉넉하지 않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이사온 촌가시내의 에피소드같은 추억이야기이지만 왜 자꾸만 부러움은 커져가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처음 알게된 아이를 따라 서대문 형무소에서 바지가 해지도록 미끄럼을 타고 엄마에게 혼난 것이나, 문안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비록 엄마의 뜻이긴 하지만) 엄마로부터 거짓말 교습을 받는 모습 등을 과연 요즘의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시절을 아이들보다는 조금더 가깝게(?) 여기는 엄마아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문득,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과거에 비해 넘치도록 풍요롭지만 마음 속에 제대로 된 추억 하나 간직하지 못하는 요즘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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