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동화집 나 어릴 적에 - 박완서 선생님의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 처음어린이 8
박완서 지음, 김재홍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서울서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왔다. 여덟 살 되던 해 봄이었다...'로 시작하는 박완서 선생님의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 <나 어릴 적에>는 정말 내게도 옛날이 그리워지게 하는 이야기였다.
아닌게 아니라, 나 역시 부모님의 맞벌이로 여섯 살 무렵까지 할머니댁에서 응석을 부리며, 그러나 가슴 한 구석은 허전한 채로 자랐기 때문이다.

아주 아기때, 그러니까 엄마의 등에 업혀 소독약 냄새에 병원임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푹 덮은 옷 속에서 두 발을 뻗대며 울어대던 그 시절 이후, 엄마에 대한 나의 처음 기억은 할머니댁의 작은 창문 사이로 보이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저 멀리 논둑길을 따라 양손에 선물을 들고 한복차림으로 점점 다가오던 엄마의 모습.
어느새 엄마는 다시 볼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가셨지만, 엄마에 대한 나의 맨처음 기억은 그렇게 박완서 선생님의 <나 어릴 적에>와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반갑게 읽었다.

한 장 한 장 읽다보니 언젠가 읽었던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박완서 선생님의 또다른 작품이 자꾸만 떠올랐다.

서울에서 오빠의 뒷바라지를 하던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온 것하며 종종머리를 잘라 내고 뒤통수가 하얗게 보이도록 깎은 단발머리, 기대를 품고 올라온 서울의 집은 말이 서울이지 사대문 밖의 궁색한 문간방 생활이며, 초등학교 입학시험 풍경 등등.... 이야기의 전개 상 순서가 다소 다르지만 분명 <그많던 싱아는 누가...> 바로 그 작품이었다.
그러고보니 이 이야기는 <그많던 싱아는....>의 어린이판인 셈이다.

<그많던 싱아는....>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돌이키는 내용을 추려서 정감있는 그림과 함께 담아낸,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그러고보니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의 그림작가 김재홍의 그림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어린시절 추억을 만들기에는 예전같지 않은 요즘의 아이들. 어려서부터 자연과 생활에서 스스로 즐기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회는 고사하고 갖가지 학원으로 지식만을 습득하러 다니는 획일적인 삶을 일찍부터 강요당하며 살아가는 요즘의 아이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볼때 그렇다는 것이다.)에게는 정말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고리짝 시절 옛날이야기일지도 모를 이야기. 

가진 것 넉넉하지 않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이사온 촌가시내의 에피소드같은 추억이야기이지만 왜 자꾸만 부러움은 커져가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처음 알게된 아이를 따라 서대문 형무소에서 바지가 해지도록 미끄럼을 타고 엄마에게 혼난 것이나, 문안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비록 엄마의 뜻이긴 하지만) 엄마로부터 거짓말 교습을 받는 모습 등을 과연 요즘의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시절을 아이들보다는 조금더 가깝게(?) 여기는 엄마아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문득,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과거에 비해 넘치도록 풍요롭지만 마음 속에 제대로 된 추억 하나 간직하지 못하는 요즘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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